공지

busy

the12th 2007. 6. 8. 15:49

 한참 재미 붙여 신나게 썼던 글을 한동안 못 쓰던 때가 있었다. 홈페이지를 만든 직후였을 게다. 혼자 재미에 여러 인터넷 게시판을 들쑤시고 다니며 글을 끄적이던 것과 달리, '내' 공간에 나름대로 '웹진'의 형식을 갖추고 나니 글 쓰기의 무게가 사뭇 묵직해졌던 까닭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봐야 개인 홈페이지였을 따름인데, 그 때만 해도 누군가 내 홈페이지에 일부러 찾아 와 내가 내뱉은 말들을 섬길 생각을 하게 돼 글 쓰는 일이 어려워졌던 것이다. 난 공적 글 쓰기의 어려움을 처음 접했고 그것을 극복하느라 남 몰래 꽤 헤매야 했다. 그 때 난 정서적으로 몹시 바빴다.

 지금 이 공장에 들어오게 되면서 내가 그토록 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고 비로소 기사라는 형식의 '공적인' 글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한참 동안 팩트를 나열하는 글을 쓰다보니, 손가락이 따분해졌다. 재미나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건만, 새벽 5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하는 1년차 기자의 일과 속에서 칼럼이니 에세이니 영화 감상문이니 하는 글을 쓰는 일은 사치였다. 그 무렵 난 자유로운 글 쓰기를 위해 블로그를 열었지만, 물리적으로 바빠 마음껏 글을 쓰지 못했다.

 글 쓰기는, 그림 그리기 다음으로, 내 오랜 유희였다. 글을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미도 재미였지만, 글을 쓰고 제 글을 읽으며 '자뻑'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주로 해 온 '혼자 놀기의 진수'였다. 그런 글 쓰기를, 최근 들어 또 못하고 있다. 생각해 놓은 포스팅 주제만 대여섯 개에 비공개로 해 놓고 쓰다 만 포스팅도 두 개나 되는데, 도무지 글을 스스로 재미나게 완성지을 동력이 생기질 않는다. 마음이 바빠진 까닭이다.

 최근 포스팅이 지지부진한 이유다. 블로그가 구석 구석 거미줄이 쳐지고 파리까지 휘날려 흉가같이 우중충해 보이이지만, 새 계절이 온 것만은 분명하다.

calv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