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듦2014. 6. 12. 15:27




문창극 동영상 풀버전을 찾아 봤다. 하필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떴더라.
맥락이 왜곡됐다는 주장들에 대한 옹호 차원일까?


무려 65분짜리. 길기도 하다. 

다 들어보니, 이해가 되기는커녕 더 한심하다.

한국 교회의 아전인수, 견강부회의 코어를 보는 것 같더라.


요컨대 전체 내용은 이렇다.

- 하나님은 우리나라를 어떻게 쓰려고 한 걸까?
- 우리민족은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고 더러웠다.
- 그래서 시련을 준거다. ex>한일합방, 분단, 6.25까지.
- 그 시련을 통해서 우리나라는 이만큼 발전했다.
- 하나님이 쓰고자 하는 나라로 더욱 정진하자.


스스로를 이스라엘 민족으로 여기고 이 곳을 가나안으로 여기며 

선민의식에 가득차 있는 가치관 자체부터 거북하기 짝이 없다. 
모든 일의 끝을 기독교로 갖다 대는 '기승전敎'의 단편적이고 한심한 논리는 
저 자가 대체 무슨 논리로 '주필'씩이나 한 건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 게으른 이 민족에게 근면하라고 깨우친 것은 기독교다.
- 소련의 붕괴는 레이건이 고르바초프를 선교했기 때문이다.
- 미국이 쇠퇴하고 있는데 그 뒤 하나님이 쓰실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건 뭐, 거의 과대망상 수준이다.


문제가 됐던 발언 외에도 거슬리는 표현이나 사고의 수준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추려보면 이렇다.


- 나라라는 건 비행기의 1등석이냐 3등석이냐와 같다. 어느 자리에 앉아있느냐에 따라 대접이 다르다.

(나라의 존재 가치를 외부로부터 대접받기 위한 수단 정도로 보고 있음)


- 구한말 서양 선교사들이 바라본 조선은 더럽기 짝이 없는 나라였다. 깨끗한 일본과 비교됐다.
(해외 선교사들의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은 배제함. 구한말 조선에 대한 평가를 전적으로 

 서양 선교사의 시각에 근거함)


- 고종과 민비는 백성을 돌보지 않고 왕실만 돌봤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한 일이 없다.

(당시 왕실의 무능도 있지만 헤이그특사 파견 등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노력도 깡그리 무시. 

 그냥 무능한 걸로 결론)


- 조선시대 지식인들은 비싼 돈 들여 외국 유학 가서도 문학이나 공부하고 있었다.

(인문학 경시. 그래서 이런 천박한 철학이 공공연히 나도는 거야)


- 우리 경제가 발전한 건 우리가 만든 공산품을 미국이 사줬기 때문이다.

(필요에 의해 수출과 수입을 하는 국제 경제 원칙을 무시하고 미국이 적선해서 잘 살게 됐다는 식으로 호도) 


- 북한 아이들 어릴 때 잘 못 먹어 자라서도 저능아 된다. 통일 뒤 이 저능아들 어떻게 먹여 살리냐.

(저능한 발언. 통일을 북한 먹여 살려야 하는 일로 인식함)


- 영국은 한 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됐었다 지금은 망했다.

(ㅋㅋ 영국이 망하긴 왜 망하냐. 제국주의국가 그만 두면 망한거냐?)


그의 강연 가운데 동의할 수 있었던 게 딱 하나 있었다. 

기독교의 개혁을 주문하며 강연 말미에 인용한  어떤 목사가 했다는 말,
"지금 예수가 넝마를 입고 한국에 나타난다면 한국 교회는 그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내가 한국 교회 얘기하면 늘 하는 말인데, 바로 이거다.
이런 강연하는 수준의 기독교인이라면 넝마 입고 나타나 기득권층을 비판하는 예수를 일컬어
"종북"이라고 할 게 분명하다. 


한 시간 넘게 보면서 내내 거북했던 것은 이 일방적으로 쏟아붓는 설교 문화인데,

가끔 반려자 따라 교회 갈 때마다 느끼지만, 이거 폭력이다. 

듣는 사람들은 그저 일방적으로 수용할 뿐이다.
토론? 반박? 의견 개진? 소통?
이런 거 기대할 수 없다.

라틴어로 된 성경을 읽을 수 없는 교인들에게 독해를 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중세 시대의 교회 문화가 21세기에 횡행하는 거,
이런 거부터 뜯어 고쳐야 개혁인지 뭔지도 되는 거 아니겠냐.
일방적으로 마이크 쥐어주고 맘 편히 떠들게 하니 이런 망언도 막 비집고 나오게 된 거 아니냐.
문창극이 이런 참극을 빚게 된 것은 교회 문화에도 책임이 있다.


마지막으로,

그가 하나님께 이 나라를 위해 드릴 기도의 주제로  제안한 것들 가운데 마음에 와 닿는 게 있었다.


"좋은 지도자를 달라"


제발 좀 달라. 문창극 같은 이를 주지 말고. 쫌!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