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2007. 9. 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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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를 믿냐고? 글쎄, 뭘 알아야 믿든 말든 하지.

  언제였던가 머리에 흰머리 날 때까지 지긋이 듣기엔 재즈가 그만이라는 얘기를 들은 뒤부터 재즈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아 글쎄 도무지 정을 들러 붙어야 친해지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니냐. 공기 좋고 풍경 좋은 데에서 재즈의 선율에 온 몸을 내맡기면, 알듯 모를듯 했던 재즈가 어느 결에 내 정서에 스며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갔다. 하루 나절 정도면 재즈를 믿는 정도가 아니라 재즈 신도로 만들어 낸다는 마법의 자라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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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아무래도 재즈 '페스티벌'이다 보니, 재즈 뿐 아니라 각종 행사와 이벤트도 마련돼 있었다. 그렇지만 메인은 역시 '재즈'. 행사를 즐기는 기쁨을 포기하고 '재즈 스테이지'에 몰입하기로 했다. 문을 열기 두어시간 전부터 길게 늘어선 재즈 스테이지 앞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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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진 자리? 그딴 거 없다. 드넓은 잔디밭에 깔리는 내 돗자리 크기만큼, 그 만큼이 바로 내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문이 열리면 모두 제각각 손에 든 돗자리를 들고 냅다 뛴다. 돗자리는 은박 돗자리부터 대나무 돗자리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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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정 시간을 훌쩍 넘어 시작한 첫 번재 무대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였던 송홍섭과 그의 밴드의 것이었다. 기다린 시간이 무색하게도, 마치 주요 공연의 오프닝 무대같이 집중력을 무너뜨리는 공연이었다. 조용필의 주요 히트곡을 재즈로 편곡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퍼커션 정도를 빼면 너무 숙달되지 못한 새션들과 보컬들이 청중의 관심을 멀게 했다. 게다가 중간에 "하지 마!" 소리를 절로 나게 만드는 어설픈 래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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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뉘엿뉘엿...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축제는 더욱 빛이 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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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진 공연은 료타 코마츄와 탱기스트의 탱고 연주. 일본에서 온 이 팀부터 재즈 페스티벌의 진가는 드러난다. 비주얼부터 연주까지 탱고 선율에 젖어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더듬더듬대는 한국말로 막간을 진행하는 '가와이' 무대 매너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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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고 선율의 황홀경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 뒤를 잇는 것은 래리 코엘과 밥 제임스, 하비 메이슨과 한국의 베이스시트 서영도의 협연 무대다. 등장부터 재즈 애호가들의 환대를 받는 걸 보니 머리 하얗고 뚱뚱한 이 서양 노친네들 내공이 보통 아닌가 보다 했는데, 역시나다. 크게 힘 들이지도 않고 여유 있는 가락으로 혼의 곡조를 울리다니, 입이 벌어지고 감탄사가 저절로 새어 나온다. 사실상 이날 재즈 스테이지의 하이라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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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들었던 노친네들의 연주에 여유로운 내공이 배어 있었다면, 마지막을 장식한 스탠리 클락과 조지 듀크의 공연은 흑인 재즈 특유의 진득진득함이 묻어난다. 내내 스탠딩 공연이 될만큼 흥겨운 무대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앞선 공연에 너무 넋을 홀딱 빼앗긴 까닭인지 나는 내처 피곤에 젖어 들었다. 젊음이 부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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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재즈를 믿게 됐냐고? 최소한 더이상 의심은 않을 것 같다. 주섬주섬 다른 재즈 선율을 귀에 갖다 대려고 하니 말이다. 막귀인 내게도 재즈의 환상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으니 자라섬의 마법이란 게 있긴 있는 모양이다.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