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작2011. 4. 27. 17:32

 비싼 카메라를 샀다고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더라. 이런 물건에는 악세사리가 필수적으로 따라붙게 마련인데, 그 악세사리들 가격 또한 만만치가 않았다. 그래서 뭘 모르는 사람들은 카메라 본체만 덜렁 싸게 사고는 바보 웃음을 지으며 좋아라 했다고 하던가.... 

 렌즈를 별도로 살 필요가 없는 하이엔드 디카를 샀지만, 그래도 악세사리는 필요하다. 광학식 뷰파인더나 핸드그립 같은 건 사치품이라고 하더라도, 추가 배터리나 렌즈를 보호해주는 UV 필터 따위가 없어서야 쓰나. 그래서 구매했다. 똑같은 모양에 똑같은 사양의 추가배터리이지만, 라이카가 씌여져 있으면 비싸고 파나소닉이 씌여 있으면 그나마 좀 싸다. 그래서 파나소닉을 샀다. UV 필터는 사제로 하나 구해 붙였다. 렌즈는 어쨌든, 흠집이 나면 안 될 일이니까. 

 그리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게 케이스였다. 정품 케이스를 갈구했지만, 이까짓 게 또 15만 원 돈을 한다. 그래서 생각을 고쳐 먹었다. 케이스에 넣었다 꺼내 사진을 찍으려면 시간이 지체되기 십상이니 그냥 가방에 넣어 다니자, 하고. 그러자니 최소한 손목 스트랩은 있어야겠더라. 매끈한 카메라를 꺼내들다 떨어뜨리게 될 일을 상상하니 스트랩은 필수품이었다.


 그리고 수소문을 했다. D-Lux5에 어울릴만한 손목 스트랩을 찾아. 라이카 정품 손목 스트랩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없었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스트랩을 검색하던 중, 최적의 디자인을 발견하게 됐다. 일본의 가죽제품 브랜드 키모토 쉬크의 인디 버전 스트랩이었다.


 이걸 본 순간 이거 밖에 들어오질 않았다. 검은 색 스트랩에 빨간 실로 포인트를 준 것이 바로 라이카 D-Lux5의 디자인 컨셉과 딱 맞아 떨어진 것이다. 물론 다른 색 배합도 있었지만, 라이카를 쓰는 내겐 이 블랙/레드 제품이 최적이었다. 실제로 이 제품을 광고하는 사진들은 하나같이 라이카 제품에 연결돼 있었다. D-Lux5보다는 X1이 대부분이었지만.




 보시라. 제품과 손목 스트랩의 이 자연스러운 매칭을. 검은 색 가죽에 빨간 실로 박음질을 하고 매듭 부분엔 또 빨간 실로 여러번 동여매 포인트를 주는 동시에 고급스러움을 더 했다.



 행여 스트랩의 금속 고리가 카메라에 흠집을 낼까봐 스트랩 고리와 카메라 고리 사이에 가죽 쿠션을 둘 수 있게 한 배려심도 믿음을 주게 했다.



 길이 조절을 금속 재질로 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자칫 가죽 재질의 띠로 움직였다간 오래 쓰면서 닳아 끊어지거나 헐거워지는 단점이 발생할 일이었다. 모양과 기능이 동시에 고려된 디자인, 흡족하다.

 단점을 일부러 찾긴 뭣 하지만, 생각보다 길이가 길다는 점은 아쉽다. D-Lux5에 맞춤돼 나온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겠지만, 컴팩트한 카메라에 비해 스트랩이 커서, 조금 과장하자면, 카메라에 스트랩을 단 건지, 스트랩에 카메라를 단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D-Lux5에 맞는 크기의 최적화된 스트랩은 왜 안 만든 것일까? 스트랩의 크기와 길이는,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이라는 전제 하에, 옥의 티다. 스트랩의 가죽이 너무 뻣뻣하다는 점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하지만 이 부분이야, 쓰다 보면 부드러워질 터, 점차 장점으로 바뀔 부분이긴 하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