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2007. 3. 10. 20:07
어쩌면 난 홀가분했는지도 모른다.
속으로 품지 못하고 너무나도 선명히 밖으로 드러낸 의지, 다짐 등이 못내 부담스러웠는지도 모른다. 바깥에 대 놓고 자신있게 공언한 책임질 수 없는 말들이 자기 자신에게 굴레가 되어 옭죄어 오는 상황을 버거워 했던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슬쩍, 그것을 벗어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3년의 기록이, 내 3년에 의미를 지울 수 있는 자취가 하루 아침에 몽땅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도 비교적 담담할 수 있었던 것에는, 어쩌면 그런 마음이 숨어 있었던 때문인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마음 한 켠에 큰 구멍이 난 것과도 같은 허전함과는 별개로, '리셋'의 기분이 들었다. 어디에서부터인지도 모르게 헝클어져 도무지 산뜻하게 풀어낼 자신이 없을 때 한 방으로 해결해주는 초기화 말이다. 한없이 바닥으로 침잠하고 있을 때 사라져 준 블로그는, 그래, 내 엉망진창 생활의 초기화를 대신 해 주려 한 모양이다.
결코 내 뜻은 아니었지만, 다시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연다. 고민끝에 일단, 티스토리에 정착하기로 했다. 이번만큼은(!) 아마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기대감을 가지고. 그런 기대감은, 언젠가 결국엔 지워지고 말 기록을 계속 남길 수 있는 힘을 주니깐.
자기만의 공간으로 세상과 소통하기. 그 세 번째 계절이 시작됐다.
calv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