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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08 Mr. Tiredness 4
카툰토피아2010. 3. 8. 16:46

그의 별명은 '김피곤'이다.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는 뜻이다.
본인도 그 별명을 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캐릭터가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내 경제팀 생활은 그로부터 시작됐다.
타고난 숫자공포심 때문에
경제팀의 '경'자와도 얽히기 꺼려했었지만,
시사보도팀을 나와 취재부서로 나가려 했을 때
'인력시장'에서 나를 찍어 데려가겠다고 해준 팀장은 그 뿐이었다.

사회팀 데스크 시절 봐 왔던 어떤 기대치가 있었던 모양이었지만,
그가 애초에 품었던 기대에 아마도 난 많이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내 스스로도 만족스러워하지 못했던 1년이었으니까.
역설적으로 그런 이유 때문에, 어떤 종류의 미련이 남아
6개월정도 더 이 팀에서 일해 보고 싶었고
거의 그렇게 될 것으로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았다.

김팀장은 얼마 전에 먼저 교체되었다.
후배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새 팀장과
짧게나마 새로이 경제팀 생활을 더 해볼 요량이었건만,
내 경제팀은 김 팀장과 함께 시작해
그와 함께 끝나게 됐다.

팀장 시절 "나는 안 그려 주냐"고
은근한 압박을 섞어 요청했던 그림을
이제사 그려 드린다.
사실 그간 그리기 싫어서 안 그렸던 건 아니고,
내 근무 평가의 칼자루를 쥔 팀장에게
마치 상납하듯 그림을 그려주고 싶지 않아 미뤄왔던 것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쓸쓸하게 자리를 떠났던 그가
이 그림 선물로나마,
팀장 시절을 불행하게 기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나 역시,
경제팀의 지난 1년을
그저 피곤하게만 기억하지 않기를 바란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