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1.05 그가 있는 2010년
찰나2010. 1. 5. 23:53

 난 책상 달력 욕심이 좀 있는 편인데, 올해엔 그런 욕심을 부러 내지 않아도 되었다. 연말이 되자 공짜 달력들이 밀려들었던 까닭이다. 디자인을 엄선해서 내 방에 하나, 사무실 책상에 하나 챙겨 놓았는데, 그만 해도 충분했건만 부러 돈을 내고 책상달력을 하나 더 사게 되었다.
 
'노무현 달력'. 그 유혹을 어찌 이길 수 있단 말이냐. 책상 위에 그의 사진을 올려놓고 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도, 2009년에 몰(歿)한 그의 존재 의미를 2010년까지 연장하고 싶었다. 2010년에도 그의 의미를 찾아 내 곁에 두고 싶었다. 새해도 그와 함께 하고 싶었다. 그러지 않고선, 한해 살이가 좀 힘겨울 것만 같이 느껴졌다.


 정겨운 노무현재단 로고. 포장조차 애틋하다.


 노란색 봉인을 뜯으면 그와 함께 할 1년이 나온다.


 "이제 우리가 할게요!" 그런 다짐까지 함께 담아...


 지금의 1월을 함께 하는 대통령 재직 시절의 노무현. 첫장에 있는 그의 처음 약속, 그는 지켰다.


 3월의 노무현. 이 사진을 포함해 다양한 그리운 그의 모습이 매월 담겨 있다.


 5월의 노무현. 그의 마지막 글귀가 남겨져 있고...


 그리고 선명히 새겨진 '그 날'.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 날을.


12월의 노무현. 그의 바람, 그것 역시 이뤄졌다.


 난 아직도 그 선거 마지막날 TV 광고 영상을 보면 코끝이 찡해진다. 물론, 그런 광고에서의 듣기좋은 말들은 표를 얻겠다는 목적이 분명한 소리다. 하지만 난 얄팍한 수가 읽히는 그런 광고에서조차, 그처럼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아니, 아마 앞으로도 두 번 다시 그런 이는 없을 것이다. 그건 노무현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의미가 올해로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달력 하나에 그의 의미를 담는 것은 형식적인 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런 형식도 필요하다. 특히 올해를 반격의 계기를 만드는 한해로 만들자면, 매일 매달 의지를 다져낼 상징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도 노무현 달력은 내 책상 위를 차지한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