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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21 이웃의 섬나라 - <5> 箱根 10
발자국2009. 12. 21. 02:51


 하코네는 도쿄에서 2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온천 지대다. 일본 여행 마지막 날은, '휴식'이라는 휴가 본연의 의미를 살릴 겸, 또 그동안 도쿄를 싸돌아다니느라 쌓인 여독도 풀어야겠길래, 어찌됐든 온천욕을 겸한 일정으로 삼았다. 일본식 전통 료칸 구경도 삼삼할 것 같았고. 실제로 정말 하코네에 가게 됐을 땐, 뜨끈한 물에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고만 싶었다.



 우리가 묵었던 료칸 테루모토는 '전통'이 느껴지는 여관이었다. 여기를 오고간, 여기에서 밤을 보냈던 숱한 사람들의 자취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었다. 반려자는 오래돼 낡기까지 한 이 여관의 흔적들을 조금 불편해 했지만, 난 외려 이런 전통의 느낌이 좋았다. 나 역시 이 여관의 역사에 의미 있는 흔적으로 남게 될 것만 같았다.




 이 지역이 온천지대라면 그 뜨거운 물은 어디서 다 나오겠는가. 오와쿠다니는 화산 분화구 주변이다. 화산이 숨을 쉬는 것처럼, 수증기와 지독한 유황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곳이다. 냄새는 지독하나 그림은 훌륭했다. 료칸에 짐만 좀 부려놓고 케이블카와 로프웨이를 타고 이 곳에 들러봤다. 검은색 달걀도 까먹고 군것질도 좀 하다 다시 숙소로 향했다.


 범선까지 타볼 요량이었지만, 마지막 배를 놓쳤다. 버스로 겨우 숙소로 가는 길을 찾아낸 뒤 케이블카를 타러 터버터벅 걸어가는 길... 이제 해독이 필요했다.



 온천탕으로는 가족끼리만 들어갈 수 있는 가족탕과 남탕 여탕으로 구분된 대중탕이 있었다. 둘이 같이 온천을 즐기자면 가족탕을 들어가야 했으나, 사전에 찾아본 정보로는 경쟁이 치열해 언감생심이라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가족탕이 겨우 하나밖에 없는 걸.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가족탕을 찾아가 봤는데, 어랍쇼, 텅텅 비어 있는거다. 이게 웬 횡재냐, 하면서 넓은 가족탕을 둘이 독차지했다. 둘이 채우기엔 너무 넓어서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더라. (사진은 남탕 대중탕 입구와 탈의장. 가족탕 들어갈 땐 미처 카레라 가져 가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따끈한 물에 몸을 노곤하게 만들고 난 뒤, 푹신한 이불에서 푹 자고는 아침에 일어나 정원 쪽 창을 열어봤다. 딱히 볼게 있다고 볼 수 없는 좁고 보잘 것 없는 뜰이다. 볼게 정말 없어 그랬는지는 몰라도 발 아래 소복히 쌓인 작은 단풍잎들이 유난히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단풍들을 보고 있노라니, 가을이 저물어 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우리의 여행도 막바지였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