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해야 하는' 주말엔 해야 할 일을 찾는 게 참 고롭다. 고로움에 몸을 비틀다가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서울 어딘가, 안 가본 데를 가보기로 했다. 그러다 무턱대고 서울의 대표적인 벼룩시장인 황학동 벼룩시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 오래된 골목과 오래된 가게와 오래된 물건들이 오래된 사람들 틈에서 빛나고 있었다. 옛날 독서실에서 도난당한 아이와 카세트플레이어처럼 지금은 되찾을 수 없는 물건들이 있으면 추억에 젖어 사들고 싶었으나, 그렇게 '레어 아이템'까지 있진 않았다. 누군가에겐 고물에 불과한 물건들이 또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물건이 되어 시장에 나와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이 시장이 주는 의미가 퍽 크게 다가왔다.
시장에 나왔는데 별 손에 쥔 것 없이 집에 돌아오기가 뭣했는지, 반려자는 꽃시장엘 가보자고 했다. 그닥 멀지 않은 종로 5가의 꽃 시장이다. 옛 자리의 교통난 때문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는데, 막상 유동인구가 적어 활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반려자 눈 돌아가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떼기를 몇 차례. 끝내 마지막 자리에서 립토스를 하나 사들었다. 커피 박아놓은 것마냥 아주 작은 녀석이 값은 꽤 나간다.
calv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