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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2009. 12. 7. 21:01

 이미 말했다시피, 도쿄 여행의 목적은 '맛있는 것과 쇼핑'이었다. 여행 기간 내내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줬던 것들을 모아봤다.


 이미 뜻한 바가 있다며 반려자가 배고파 죽겠다는 사람을 끌고 갔던 첫 번째 먹을거리 기착지는 하라주쿠에 있는 메리온 크레페. 뭐 원래 맛이 있으니까 줄들을 섰겠지만, 솔직히 배가 너무 고팠던 나머지 씹기도 전에 녹아버리긴 하더라.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쩝쩝 다시며 하나 더 먹을까 망설이는 사이, 반려자는 곧바로 두 번째 먹을 것을 찾아 나섰다.


 크레페 하나로 못내 아쉬웠던 속을 채우기 위해 찾아간 하라주쿠 교자. 만두집이다. 구운만두와 물만두 하나씩 시켜 먹었다. 배가 많이 고팠나? 이 역시 입에서 녹아내리더라.


 녹아버린 것도 녹아버린 것이지만, 아무리 '소식의 나라'라고 하기로서니, 점심으로 크레페 하나에 만두 몇 점은 너무했다. 캣스트리트를 걷다 타코야키를 주전부리로 삼았다. 한국에서도 종종 즐겨 먹던 간식인데, 일본에 왔으니 원조 맛은 봐야 하지 않겠나. 뭐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더라만.



 일본식 돈까스도 미션 중 하나다. 하라주쿠에 있던 마이센 본점을 놓친 대신, 호텔로 가는 길에 신주쿠 역에 있던 마이센 지점을 찾았다. 기름이 느끼하지 않고 튀김옷이 잘 입혀져 까칠하지 않은, 아 이게 정통이구나,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훌륭한 돈까스였다.



 돈까스를 먹었는데 라면을 놓칠소냐. 에비스 어느 구석에 쳐박혀 있는 걸 지도를 보고 또 보며 힘겹게 찾아간 아후리가 우리에게 일본식 라면을 맛뵈줄 곳으로 선정됐다. 면을 즉석 우동처럼 철망에 넣어 익힌 뒤 조리하는 게 라면을 하나의 '음식'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값은 한국 라면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긴 했지만, 맛은 훌륭했다. 맵지 않고 고소하고 맛깔났다. 음, 더러는 좀 느끼하기도 했다.  


 아후리에 있던 식권 자판기. 돈을 직접 주고 받으며 사먹는게 아니라, 일본 식당에는 이런 자판기가 일반적으로 널려 있어 미리 식권을 돈 내고 산 뒤 주문하는 식이다. 간편함을 끌어올린 시스템이랄까, 또는 인건비를 줄이는 시스템이랄까.


 아사쿠사 신사를 찾아가기 전 들렀던 몬자 고로케. 바로 튀긴 따끈따끈한 고로케 안에 카레를 비롯한 다양한 소스를 넣어 준다. 우리가 생각한 고로케와 다소 다른 생소한 맛이긴 했지만, 나는 맛있었다.


 요시카미는 아사쿠사 골목 한쪽에 위치한 이름난 음식점이다. 그 유명세를 자랑하듯, 이름을 명단에 올려놓고 다소간 기다렸다 들어갈 수 있었다. 여행정보지에서 오무라이스가 맛있는 곳으로 소개받고 오무라이스 미션 코스로 들어갔는데, 들어가 메뉴판을 보니 오히려 돈까스가 중심이 된 경양식집이었다. 스테이크도 팔고 카레라이스도 팔고, 사실 안 파는 게 없었다. 오무라이스와 함께 추천메뉴라고 알려진 하야시라이스를 먹으려 했으나 하야시라이스가 품절이라 하여 대신 카레라이스를 시켜 먹었다. 바에서 보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주방의 다이내믹한 퍼포먼스가 화려하긴 했지만, 카레라이스는 그닥 인상적이지 않았다. 오무라이스는 썩 좋았던 모양. 사실 맛 자체 보다는 퍼포먼스에 홀리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도쿄에서의 마지막 만찬은 초밥이었다. 사실 초밥은 당초 미션 대상에서 빠져 있었는데, 그래도(!) 일본에서 초밥을 먹고 가지 않으면 아쉬울 것 같아 그냥 신주쿠 역에 있는 백화점 식당가를 찾았다. 제법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다소 거품이 낀 가격이긴 했지만, 맛은 괜찮았다. 일본에선 어디에서라도 초밥은 일정 수준이 담보된다는 그 말이 맞는 듯 했다. 

 
 밥만 먹었냐면 그렇지 않다. 디저트류인 실크푸딩. 세 개 사자는 거 두 개만 사자고 해 들고 왔는데, 먹어보니 하나 더 살걸, 하는 후회가 살짝 들었다.


 일본 맥주가 맛나다는 얘기에 우리는 호텔에서도 밤에 현지의 맥주 한 캔씩 해치웠는데, 그 맥주 맛의 절정은 에비스에서 마주했다. 맥주 기념관을 건성으로 돌아본 뒤 본 목적인 시음에 나섰는데, 4가지 종류의 맥주를 작은 잔에 담아서 500엔에 팔고 있었다. 한 세트를 둘이 나눠 마시다 결국 또 한세트를 사 먹고 말았다.

 기념품점에선 인상적이게도 맥주 젤리와 맥주 캬라멜을 팔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기념품으로 삼을만 해 몇 개 집어 왔다.


 하코네 오와쿠다니에서 맛 본 검은색 달걀. 물론 겉만 검은색이다. 유황 성분이 나오는 온천수에서 익혀서 표면이 이렇게 됐다는데, 다들 기념삼아 먹어보니 먹긴 했지만, 원래 삶은 달걀을 그리 좋아라 하지 않는데 이게 유독 더 맛있을리 만무했다.



 하코네에서 머물렀던 료칸에서 나온 저녁 식사. 한상 차려진 일본 정식의 분위기다. 맛깔난 음식도 있었고 도저히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도 있었다. 생삽겹살을 주고는 샤브샤브를 해 먹으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구워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배가 조금 더 고팠다면 더 맛있게 먹었을 터였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주전부리를 하느라 진미를 느끼지 못하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나온 료칸의 아침 식사. 저녁 식사보다 간소하고 좀 더 정갈한 느낌. 부담스럽지도 않고 좋았다.


 일본식 카레는 미션 대상이었다. 하지만 하야시라이스 대신 먹었던 요시카미의 카레로 그 미션을 해결했다고 보기엔 찜찜했다. 해서 떠나는 날, 부러 나카무라야를 찾았다. 카레로 유명한 집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손님이 드글드글 했다. 비싼만큼 맛은 있었다. 그렇지만 끝내 만족할 순 없었다. 일본식 카레가 아니라 인도 정통 카레를 지향하는 곳이었던 까닭이다. 인도 정통 카레를 하는 곳은 서울에도 있다. 결국 일본식 카레는 맛보지 못한채, 집에서 해먹는 일본 카레를 사들었다.   



 777엔짜리 고구마 애플파이가 일품이라는 랏포포를 찾기 위해 신주쿠 역 일대를 얼마나 헤맸는지 모른다. 역 구조가 아주 복잡해서 말이다. 그래도 집념의 우리는 비행기를 타러 가야 하는 분주함 속에서도 랏포포를 찾았고, 777엔짜리 고구마 애플파이도 기어이 사내고 말았다. 나중에 서울에 와서 개봉한 뒤 맛 본 고구마 애플파이의 맛은, 헛된 노고가 아니라는 걸 말해주듯 훌륭했다. 



 미처 먹지 못한 히요꼬를 나리타 공항 면세점에서 사 먹었다. 정말 끈질긴 '먹을 것 투어'다. 그리고 그래도 못내 아쉬워 가족들 선물로도 과자를 잔뜩 샀다. 일본은 우리에게 '먹을 것'이었나 보다. ㅋ


 인천을 가는 비행기를 발권받으려는데, 이코노미석 예약이 넘쳤다며 업그레이드를 해주겠단다. 이게 웬 떡이람. 넓은 좌석과 승무원들의 과도한 친절도 1등석의 매력이긴 하지만, 그보다도 우리를 즐겁게 했던 건 기내식의 수준. 일본 갈 때 먹었던 기내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훌륭한 기내식에 일본과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맛있게 일본 여행을 냠냠할 수 있었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