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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2 LF-TS77 2
만지작2011. 4. 22. 16:03


 유난스레 추웠던 겨울이 지나간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날이 풀리면 걱정거리가 하나 생긴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다. 빌라에 사는 우리는 그동안 음식물처리기 없이 음식물 쓰레기를 그냥 음식물 처리 봉투에 채워 동네 수거함에 넣어 왔다. 봉투가 다 채워지지 않는동안은 봉투를 냉장고 냉동실의 한 칸에 넣어 음식물 쓰레기를 그냥 꽁꽁 얼리는 방식으로 보관을 했는데, 반려자는 괜찮다고 했지만, 난 이게 여간 꺼림칙한 게 아니었다. 금세 얼어 버린다고는 하나, 그래도 다른 먹을거리들과 같은 공간에 음식물 '쓰레기'가 있다는 사실이 비위생적으로 느껴졌던 까닭이다. 다행히 지난 겨울동안엔 영하를 유지하는 베란다에 두는 것으로 이런 비위생적인 상황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날이 풀리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결국 반려자에게 음식물처리기를 하나 들이는 데 대한 동의를 구하고,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음식물처리기는 세 종류로 나뉜다. 1. 건조 방식 2. 분쇄 방식 3. 냉동 방식.
 
 건조 방식은 헤어드라이기처럼 따뜻한 바람으로 수분을 말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주는 방법인데, 장점은 '대중화'가 가능한 이유이기도 한 저렴한 가격과 작은 부피. 반면 단점은 10시간이 넘어가는 처리 시간과 누진세율을 적용할 경우 아무래도 좀 더 나올 수 밖에 없는 전기 요금이다. 분쇄 방식은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서 처리해준다는 건데, 음식물 쓰레기의 부피를 크게 줄여주고 비교적 처리하기 곤란한 것들도 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설치가 다소 복잡하고 기계의 부피가 크다는 점이 단점이다. 냉동 방식은 우리가 냉장고 냉동실을 썼던대로, 별도의 '냉동기'에 음식물 쓰레기만 담아 둔다는 건데, 냄새가 날 리가 없어 위생적이긴 하겠지만, 음식물 쓰레기 부피를 줄이지 못하고 비싸다는 점이 문제였다.

 여러모로 따져본 결과, 그냥 일반적으로 쓰는 건조 방식을 선택하고는 가장 대중적인 (가격의) 루펜 제품을 살펴봤다. 인터넷으로 최저가를 검색하며 알아보던 중, 제품의 회전율이 좋다 보니 네이버 중고나라에 매물이 많이 올라온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새거같은 중고도 있었고, 심지어 선물받은 새 제품도 반값 정도에 등록되고 있었다. 

 그런데, 루펜 제품만 하더라도 모델 명이 무척 다양하다. LF-07, LF-S77, LF-05T, LF-H1 등등등.. 특유의 정면 원형 무늬에 그저 색깔만 달라 보이는데 종류가 무척 많이 쏟아져 나와 있었다. 어떤 제품이 어떤 특장점이 있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가격 차이도 있다 보니 섣불리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루펜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열풍 건조 방식. 크기는 모두 5리터 분량으로 같다. 19시간 정도의 건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같다. 여기서 나뉘는 것은 추가 기능인데, 절전형 기능이 그것이다. 자동수분센서가 있는 제품은 음식물 쓰레기에 수분이 말라 내용물이 모두 마르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춘다. 다른 절전형 방식은 19시간이 채워지면 자동으로 꺼지는 형식이다. 여기에 버튼이 터치식이냐 아니냐로 또 나뉘고, 최근에는 항균 기능이 있느냐 없느냐로 또 나뉜다. 

 고민 끝에 우리는 LF-TS77 모델을 사기로 했다. 모델명에서 LF는 루펜 제품이라는 점을, T는 터치 버튼 기능이 있다는 점을, S는 자동 수분 센서 기능이 있다는 점을 표시해준다. 원형 무늬가 금색으로 돼 고급스러워 보이는 제품이다. 새제품 가격은 21만 원 대이지만 중고나라에서 사용 안 한 제품을 6만 5천 원에 내놓은 게 있어 냉큼 거래해 들였다. 택배로 물건을 받고 보니 여기 저기 사용감이 보여 실망하고는, 중고가 아니냐고 판매자에게 따져묻기까지 했지만, 결단코 새 제품이라며 영 못 믿겠으면 반품을 받겠다고 강조하는 통에 그냥 믿고 쓰기로 했다. 기능에는 문제가 없었다.


 뒷면에 탈취 필터가 있어 냄새를 잡아준다. 하지만 실내에서 돌리다 보면 아무래도 살짝 음식물 말리는 냄새가 스밀 수밖에 없다. 완전히 냄새를 없애는 것을 선호한다면 건조식은 아무래도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는 환기를 자주 시켜주면서 쓰거나 환기 잘 되는 곳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 중이다.

 소음은 기계가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할 정도다. 음식물 쓰레기를 넣고 밤에 잘 때 눌러놓고 자면, 밤 사이에 말라 자동으로 작동이 멈추곤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한 뒤에는 바구니를 닦아야 하는데, 음식물 쓰레기가 말라붙어 닦는 게 조금 번거롭거나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이 정도 불편도 감수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란 원래 없는 법이다.

 음식물 처리기가 들어선 뒤 바뀐 점 또 한 가지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내 일로 넘어오게 됐다는 점이다. 말리고 봉투에 담고 바구니를 닦는 일이 오롯이 내 몫이 되고 말았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