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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9 야신의 저주
환호2011. 5. 29. 14:09

 야구는 '멘탈게임'이라서 징크스가 많다. 징크스는 때로 데이터로 누적돼 좀처럼 깨지지 않는다. 게다가 징크스가 지독해지면 심지어 '저주'로 불리기까지 한다. 야구에는 숱한 저주가 걸리고 또 풀리곤 한다.

 대표적인게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의 저주'. 보스턴 레드삭스가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못 알아보고 헐값에 뉴욕 양키즈로 내보낸 뒤에 100년동안 우승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저주를 풀기 위한 각종 노력 끝에 보스턴 레드삭스는 2002년, 그 저주를 스스로 풀었다. 시카고 컵스가 아직도 안고 있는 '염소의 저주'도 있다. 염소를 데리고 야구를 보러갔던 염소 주인이 입장을 거부당하자 시카고 컵스에게 "앞으로는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저주를 걸었다는 건데, 베이브 루스와 달리 이 염소 주인은 실제로 저주를 걸기까지 했던 까닭인지 여지껏 시카고 컵스는 저주를 풀지 못한 채, 저주 이후부터 지금까지, MLB 구단 가운데 최장기간 우승하지 못한 구단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화려한 플레이와 깨끗한 매너, '자율야구'로 90년대 한국 프로야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던 LG 트윈스가 8년동안 나락에 빠지며 허우적거렸던 것 역시, 지독한 징크스, 일종의 '저주'로 풀이되곤 한다. 이른바 '야신의 저주'다.
 
 좋지 않은 성적으로 전임자들이 물러난 뒤 김성근 감독이 맡았던 2002년의 LG 트윈스는, 사실 상위권 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성근 특유의 조직력 극대화와 벌떼야구로 LG 트윈스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되고, 심지어 한국시리즈에까지 나서게 됐다. 비록 이상훈이 이승엽과 마해영에게 잇따라 홈런을 얻어맞으며, 삼성 라이온즈의 첫 우승을 안기며 준우승으로 시즌을 끝내고 말았지만, LG 트윈스 팬들은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에 갈채를 보냈었다.

 그러나 구단은 김성근 감독을 내보낸다. "LG 야구와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그 이유는 이유대로 타당했다. 90년대 LG 트윈스의 이른바 '신바람 야구'는 선수들의 자율성을 중심으로 한 경기 운영에 방점을 찍고 있었지만, 김성근의 야구는 철저한 '감독의 감독에 의한 야구'였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은 결국, 준우승팀 감독으로는 유례없이 경질되고 만다. 그리고 그 후 8년동안 LG 트윈스는 두 번 다시 가을 야구와의 연을 맺지 못한다. 그 사이, 김성근 감독은 SK 와이번스에서 자신의 야구 철학을 완성시킨다. LG 트윈스가 바닥을 기는 동안 SK 와이번스는 김성근의 지도력 하에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3차례 우승을 했으니, '밤비노의 저주'에 비견되는 '야신의 저주'라 불릴만 하다.



 그 '야신의 저주'가 9년만에 풀릴 조짐이다. 해독제는 독을 만든 이에게 있다고 했던가? 공교롭게도, 그 저주는 야신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풀리게 됐다.
 
지난 시즌 도중 SK 와이번스로부터 트레이드로 세 선수를 영입했다. 박현준과 김선규, 그리고 윤상균이다. 최동수, 안치용, 권용관 등 4명의 즉시전력감 선수들을 내주면서 데리고 온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었다. 시즌 도중 들어온 선수들이라 지난 시즌엔 그다지 역할이 없었는데, 올해 이들은 LG 트윈스 돌풍의 주역이 되고 있다.

  지난 시즌 LG에게 없었고, 올 시즌 있는 게 에이스, 믿음직한 계투, 해결사인데, 이들 세 선수가 그 역할을 채워 주고 있다. 마치 김성근 감독이 애써 조련했던 알짜배기 선수들을 LG 트윈스에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그로 인해 걸렸던 저주를 풀어준 것만 같은 모양새다. 저주는 풀렸다. 이제,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ㅎ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