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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23 이것은 스마트가 아니다. 4
만지작2011. 3. 23. 16:03


 회사에서 법인전화기로 스마트폰을 나눠준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애플의 아이폰을 희구하는 많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를 KT에서 SKT로 옮기기로 결정하면서 선택의 폭은 안드로이드폰들만으로 제한됐고, 그나마(!) 그 당시에는 가장 최신 기종인 갤럭시s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이 전화기의 제조사에 치를 떨어본 경험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사양이 다소 낮지만 스마트폰 제조에선 오히려 한수 위인 HTC의 디자이어를 일말의 망설임 없이 선택하기도 했지만, 난 그동안 피쳐폰 시절의 애니콜에 대해 그닥 악감정이 없던 터라 다수의 무리를 따르기로 했다. 삼성의 언론플레이임을 알면서도 숱한 보도와 광고 물량에 혹해서는, 정말 아이폰에 버금가는 제품일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이 기계를 손에 쥐고부터, 난 진작에 리뷰를 올려 보려고 했지만 계속 미뤄야 했다. 첫번 째 이유는 아이폰4와의 비교 때문이었다. 반려자가 곧 출시할 아이폰4를 구매하기로 한 상황에서, 밑도 끝도 없이 갤럭시s를 품평하기 보다는 아이폰4와 비교해 평하는 게 보다 객관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려자가 아이폰4를 사고 나 역시 그 전화기의 스마트함에 군침을 흘리게 됐지만, 갤럭시s의 리뷰는 또 늦춰야 했다. 곧 새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2.2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으로 다소 부족한 부분을 만회하겠다는 해명 아닌 해명을 믿고 기다린 거다. 보완이 다 된 이후에 평가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요로 업그레이드 한 뒤에도 난 리뷰를 쓰지 못했다. 아니, 쓰지 않았다. 그때 가서 리뷰를 써봐야 뒷북이기도 했거니와, 이 기계에 애착이 뚝 떨어지고 말아 리뷰를 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 이제는 갤럭시s2가 나오니 하는 완전 뒷북의 시점에 갤럭시s에 대해 거론하는 이유는, 이 기계에 애착을 잃은 데서 나아가 오만 정이 다 떨어져 버린데다, 앞으로 이 제조사의 또다른 '신제품'이 일으키는 현혹에 나 아닌 다른 이들이 빠지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스스로에게도 다시 한번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갤럭시s는 한마디로 실패작이다. 이 전화기는, 애플의 한국 시장 공습에 그동안 한국 시장을 날로 먹어오던 한국의 한 거대 제조 업체가 그동안 유지해오던 철밥통을 잃을까 전전긍긍 조바심을 낸 끝에 만든 결과물에 불과하다. 조바심의 흔적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아이폰을 그대로 답습한 디자인과 UI, 아이폰을 의식한 스펙, 아이폰에 앞선 출시일,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저히 모자란 완성도가 그렇다.

 모방은 무조건 탓할 건 아니다. 내가 분통을 터뜨리는 지점은 완성도 부분이다. 이 전화기는 하자 투성이다. 일정 시간 전화기를 쓰다보면 속도가 느려지다가 결국 벽돌이 되곤 하는데, 심할 때는 하루에 한 번 꼴로 전화기가 벽창호가 되곤 했다. 급한 전화를 걸거나 받아야 할 때 먹통이 돼 버리면 정말 꼭지가 돈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배터리 커버를 열어 배터리를 뺐다 끼워 재부팅을 하는 일이다. 그나마 배터리 교체형으로 설계해 다행이라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다.

 512Mb 램 메모리 가운데 사실상 가용 메모리는 348Mb 정도이다. 그런데 사용 메모리는 수시로 300Mb를 넘나든다. 메모리 부팅 앱도 무용지물이다. 여유 램 메모리가 30-40Mb에 불과하니 노상 버벅일 수밖에 없다. 앱을 많이 깔아서는 결코 아니다. 내 애플리케이션 설치 비율은 고작 33%에 불과하다.

 와이파이와 GPS의 감도도 형편없다. 와이파이 신호가 꽉 찼는데도 네트워크 상태 불안을 호소한다. 반려자의 아이폰4와 비교를 해보면, 아이폰은 가용 와이파이 신호가 있을 땐 알아서 접속해 준다. 반면 갤럭시s는 수시로 이용자에게 이 와이파이에 연결을 할거냐고 묻는다. 급할 때 내비게이션을 열거나 위치 확인을 하려 할 때 GPS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아이폰에 버금간다고 하는 터치 패널의 감도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아이폰에 버금가는 수준이지 아이폰과 같다거나 뛰어넘지는 못한다. 그마저도 램 부족 현상이 일어날 땐 수시로 멈춘다. 터치 명령을 인식하지 못한다. 멈추고 느리고 답답하고... 상시로 이용자의 인내를 강요한다. 스마트함으로 생활에 도움을 줘야 할 스마트폰이 오히려 폐를 끼치고 있는 셈이다. 터치식 쿼티 자판의 인식률도 아이폰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떨어진다. 오타가 많고 수시로 버벅거리며 인식되지 않아 자판 치는 데 불편함이 따른다.

 1-2년 안에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 갯수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은 전망에 머무르고 있다. 여전히 안드로이드 마켓의 애플리케이션은 양과 질에서 모두 아이폰의 앱스토어에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들은 너무 잦은 업데이트를 시도하고 업데이트 뒤 없던 버그도 수시로 반복돼 이용자들을 성가시게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으로서 덜떨어진 갤럭시s의 이런 문제점들은 이미 많은 이용자들이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삼성은 이 전화기가 많이 팔렸음을 내세워 경쟁력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많이 팔린 게 좋은 제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스마트폰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갤럭시s는 8개 제품 가운데 7위로 하위에 랭크됐다. 국내 언론은 "삼성의 굴욕"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건 사실 이용자 입장에서 볼 땐 당연한 결과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높은 만족도를 기대했다면 그건 도둑놈 심뽀다. 그리고 사실 이런 평가를 받았대도 삼성으로선 아쉬울 게 없다. 이미 팔아치울만큼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오히려 마루타가 되어 버린 소비자들이 '굴욕감'을 맛볼 뿐이다. 삼성은 거품 가득한 '한국 최고' '글로벌 기업' 이미지를 들먹여 가며 다시 신제품으로 소비자들을 현혹시켜 또 장사해 먹으면 그만이라고 여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삼성은 다시 갤럭시s2를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꼬이고 있다. 그리고 어느새 1년도 채 되지 않아, 약정 기간이 절반 이상이나 남았는데, 갤럭시s는 외면받고 있다. 최근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인 T맵 3.0 버전이 나왔으나 갤럭시s는 '추후 지원'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린 게 대표적이다. 고가에 하자 투성이의 옴니아를 팔아먹었다가 신제품을 내면서 이내 그 소비자들을 외면해 버린 삼성의 못된 습성은 반복되고 있고,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그러니 삼성에 속지 말 일이다. 힘 없는 소비자는 그저 속지 않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저항이 없다. 특히 그 놈의 애국심 호소에 넘어가지 말라. 국내 소비자들에게 뽕을 뽑아 해외 소비자들에게 선심 쓰는 삼성은 애국심을 말할 자격이 없다. 기업 윤리적으로도, 경영 투명성 면에서도, 노조 탄압 면에서도 최악의 기업인 삼성은 이제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 사후 관리 면에서도 최악이 되고 있다. 하기사, 기본적인 윤리도 없는 집단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애저녁에 어불성설이긴 하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