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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04 이것이 영국이다 <1> 영국 가는 길 4
발자국2007. 11. 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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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10시 20분 비행기를 타자면 8시 20분까지는 도착해야 하고, 공항까지 넉넉히 도착하려면 집에선 6시쯤 나서야 했다. 전날 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여행나설 수 있는 여유있는 비행기편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셈이다. 부지런히 움직여 공항에 도착한 뒤 프린트해간 e-티켓을 내놓으며 캐세이퍼시픽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자 보딩 패스 두 장을 준다. 하나는 인천에서 홍콩까지, 또 하나는 홍콩에서 런던까지 가는 비행기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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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까지 가는 비행기를 타는 곳. 인천 국제공항 39번 게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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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행 비행기에서 바라본 한반도 상공. 1주일동안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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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까지의 지루한 비행 시간을 견디게 해줄 친구들. 책과 음악이다. <영국, 바뀌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라는 책은 여행 지침서는 아니다. 캠브리지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저자들이 영국에서 살며 느꼈던 점들을 써놓은 에세이였는데, 가볍게 영국에 대한 사전 정보를 취하거나 가볼만한 곳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의외의 도움을 얻었다. 잡지에서 글을 썼던 저자의 경력대로 글을 술술 잘 읽히도록 재미나게 써서 장거리 비행 시간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다만, 짐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이 책 하나 달랑 들고 갔는데 너무 잘 읽히는 탓에 런던행 비행기에서 다 읽어 버려서 정작 돌아올 때의 무료함을 달랠 방법이 난감한 상황을 맞긴 했다. 그래서 돌아올 때는 주구장창 음악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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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 갈아타는 것에 대해 살짝 걱정을 했는데, 그럴 필요 없었다. 안내표지만 잘 따라가면 만사 오케이. 한글이 사라지고 한자와 영어 뿐이라는 점에서 이곳이 다름아닌 홍콩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을 뿐, 공항 밖에 나서 보지 않은 바에야 홍콩인지 어딘지 알 게 뭐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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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편을 고르는 데 있어서 주안점을 둔 것은 가격과 함께 환승 대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였다. 중간 기착지에서 따로 여행을 할 것도 아닌 바에야 10시간씩 머물 이유가 없었다 (사실 그 생각도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남자 혼자 홍콩에서 놀 게 별로 없을 것이라는 주변의 지적에 따라 깨끗이 포기했다). 다행히 최단 체류 시간의 비행편을 구할 수 있었고, 홍콩(정확히는 홍콩 공항)에는 갈 때 1시간 반 남짓, 올 때 2시간 남짓 머물렀을 뿐이었다.

 서울에서 3시간 걸려 도착한 뒤, 다시 홍콩에서 런던까지 가는 비행기를 탄 홍콩국제공항 2번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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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자리를 내가 정할 수도 있어서 장거리인 홍콩-런던 간 비행기에서의 자리는 다리를 비교적 길게 뻗을 수 있게 중간 화장실 바로 뒤쪽을 선택했다. 문제는 이 자리가 아기 바구니를 올려놓을 수 있는 선반 사용도 가능한 곳이었다는 점이었다. 내 옆 자리에 홍콩 여행을 마친 듯한 가족들이 앉았는데 어린 아이도 하나 있었다. 가는 내내 애가 보채고 울고 하는 바람에, 편한 자리는 커녕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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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에 앞서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가 담긴 블로그를 통해서 캐세이퍼시픽은 엽서를 부탁하면 가져다 주고 심지어 부쳐주는 서비스까지 해준다는 점을 알게 됐다. 오호. 요거 괜찮은 서비스인걸? 하고는, 나도 승무원에게 "포스트카드"를 달라고 그랬다. 알겠다며 돌아가 한참 뒤에 돌아온 관지림을 닮은 홍콩 승무원은, 봉투가 포함된 편지지와 "카드"를 같이 가져왔다. 포스트카드가 없었던 모양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카드"를 대신 가져 온 것은 완전 넌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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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시간을 들여 날아온 끝에 모니터 지도에 나온 반가운 브리튼 섬. 잠시 뒤 도착할 것이란 기장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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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시각 밤 9시가 채 안 돼 런던 Heathrow공항 3터미널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반기는 웰컴 투 런던 가이드 북. 반가운 마음에 영국 도착 일성으로 기록해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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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Heathrow공항은 작고 낡았다. 오래돼서 그랬겠지만 휘황찬란하고 큼지막했던 인천이나 홍콩에 비해 너무 초라해 보여 놀랐다. 그래도 수도 런던의 관문인데 말이지.
 
 입국심사는 소문대로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헐렁하지도 않았다. 왜 왔냐? 여행과 축구 즐기려구. 얼마나 있을 거냐? 내일부터 일 주일. 어느 팀 경기냐? 맨체스터유나이티드다. 언제 열리냐? 27일 토요일이다. 상대가 어디냐? 미들스브로다. 뭐 이정도의 질의응답 과정을 마친 뒤에야 여권에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예정된 도착 시간보다 20여 분 정도 빨리 도착한 셈. 공항에서 새벽시간임에 분명한 한국에 도착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아뿔싸, 영국에서 국제전화 거는 방법을 알아오지 못했던 거다. 전화통을 붙잡고 헤매고 있는 사이, 뒤에서 날 부르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런던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완기 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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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기 형 덕분에 런던 공항에서 길잃은 어린 한국 양이 될 처지를 면하고 일단 완기 형 댁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테스코에 들러 맥주를 좀 산 뒤, 밤 늦게까지 완기 형과 그동안 미뤘던 얘기들을 풀어놓는 것으로 영국에서의 첫 날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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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