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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08 그것은 'G박의 저주'였다...
환호2013. 8. 8. 08:57

 올시즌 LG트윈스의 '진격'은 정말 대단하다. 그래도 LG 팬들은 '엘레발'을 자제한다. 10년,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암흑기에 너무나도 처절히 당했기 때문이다. "우리 LG가 달라졌어요"도 한 두번이었어야지... 아예 처음부터 못하면 말을 안해. 팬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극단적인 참담함을 주는 '희망고문'이 반복되자, 정말 저주가 지긋지긋하게 들러붙어 있는 것 같았다. 


 멘탈 게임인 야구에서 저주는 단순히 미신이 아니다. 100년 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숱하게 회자되는 저주들이 있지 않던가. 그 저주는 처음엔 불길함으로, 이후에는 스스로 제풀에 꺾이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긍정, 불굴, 낙관의 에너지 대신 "역시 안되나"하는 생각을 심으며 각종 실책과 경기력 저하를 불러온다. 수십년씩 이어지는 저주도 그래서 더러 있다. 


 LG가 뒤집어 쓴 저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야신의 저주', '캐넌의 저주', '야생마의 저주', 'DTD의 저주' 등등등. 그 모든 저주는 모두 맞는 것도 같았다. 그만큼 LG 프런트가 지은 죄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 눈물 흘리게 하면, 결국 나는 피눈물 흘리게 되는 저주, 저주, 저주들. 눈물 흘리며 팀을 떠난 이가 한 둘이었냔 말이다. 그러니,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됐다. 


 그런데 최근,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건, 어쩌면, 애초부터, 김성근이나 김재현, 이상훈과는 상관없는 저주가 아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이상한(!) 생각이...




 그건 이 사진이 다시 생각났기 때문이다. 내가 그가 응원하는 이 팀을 계속 응원할 수 있을까,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던 이 사진... 공교롭게도 LG의 흑역사 10년은, 정확히 이명박의 치세 10년과 일치한다. 사진 속 그가 입었던 유광점퍼를 그 후 10년간 팬들은 입을 수 없었다. 이명박은 2002년 중반 서울시장에 취임했다. 그 해 기적적으로 한국시리즈에서 불타올랐던 LG는 온전히 이명박의 서울시가 시작된 2013년부터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이명박이 대통령 자리에서 퇴임하고 비로소 자연인으로 돌아간 직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과거의 위용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게 우연으로 보이냐????


 이명박은 2002년 서울시장이 돼서 2006년까지 임기를 다하고, 2007년 대선 후보로 나서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통령 임기를 수행했다. 이명박이 시장 또는 대통령으로 직접 통치를 하지 않은 시기가 물론 있긴 하다. 2007년이다. 놀라지 마시라. 그 해, LG는 암흑기 10년 가운데 가장 가을야구에 가까웠던 5위(!)를 기록했다. 이건 이 시기가 그의 통치 기간에선 빠지지만 대선후보 직함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저주가 아예 풀리지 않았던 것으로 봐야 한다. 


 또 한가지. LG가 타팀 팬들에게 '쥐'로 약칭되며 조롱당하 듯, 그의 별명도 설치류다. 이 역시 기막힌 우연의 일치! 그래서 지난 10년은 차라리 'G박의 저주'로 명명할 수 있다는 게, 나의 가설이다. 


 그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올해, LG는 거침이 없다. 마침내 저주가 풀린 것이다. 그가 지배했던 10년이 우리 사회에도 흑역사였듯, LG도 그 흑역사에 잠시 빠졌던 것 뿐이다. 그러고 나니 이런 생각마저 든다. LG는 시대의 아픔을 오롯이 대변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LG는 우리가 어둠 속에서 살고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게 아닐까...???


(개인적 정치 성향에 따라 웃자고 쓴 글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바보가 되지 마시길. ㅋ)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