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운명을 바꾸는 골이 몇 차례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물론) 2002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나온 골이었다.
그저 힘으로 우겨 때려 넣던 이전까지의 대표팀 골과 달리 완벽한 트래핑으로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든 골.
그 골은 그의 축구 커리어를 유럽으로 확장시키는 교두보였고,
더불어 한국 대표팀의 운명을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결정타였다.
두 번째는 아직도 온 몸에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2005년 UEFA 챔피언스리그 AC밀란과의 준결승 2차전에서의 선제골.
질풍같은 쇄도로 카테나치오를 자랑하는 AC밀란의 수비진을 순간적으로 무너뜨리며 만든 그 골은
그를 최고의 리그, 최고의 팀으로 안내하는 보증수표가 되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진출한 뒤, 박지성은 여러 골을 만들어냈다.
첼시의 골문을 열어제친 골도 멋졌고
뛰어난 드리블 뒤 성공시킨 아스널 전에서의 골도 훌륭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사실 모든 골이 아름다웠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리버풀을 상대로 넣은 골은
그에겐 또 다른 '운명의 골'이 될 것이다.
운명의 라이벌 팀을 상대로,
팽팽하던 승부를 결정짓는 천금같은 결승골.
이 골은 맨유에 입단한 이후 끈질기게 따라붙던
자신의 출신과 능력, 가치에 대한 세간의 낮은 평가를 날려 버리고
비로소 팀의 간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골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그렇게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낸다.
그는 만인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calv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