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툰토피아2011. 7. 24. 07:38


 33대 기자협회가 임기를 다 했다. 협회장은 처음에 미련해 보일만큼 '소통 회복'에 힘을 기울였다. 그 때문에 어떤 후배들은 싸워야 할 대상을 상대로 괜한 힘을 쓰는 그에 대해 냉소적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소통 회복'의 노력이 헛수고에 머무르고 끝내 말 장난을 일삼으며 시간만 끄는 그들과 대화로 일이 해결되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 분명해지면서 그는 이번엔 다소 과격해지기도 했다. '소통'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과 협회장으로서의 행동 반경에도 제약이 따랐으리라. 여하튼, 그 자신이 전한 퇴임의 변에서처럼, 33대 기자협회도 헛바퀴만 돌았다. 높은 의지만큼 추진하는 일들이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이뤄진 일들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협회장이 질타를 받거나 의기소침해 할 일은 아니었다. 그것은 협회장이나 협회의 역량 때문이 아니라, 협회를 무시하고 무력화시키고자 했던 저들의 전략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의도치도 않게 협회 집행부에 몸을 실었던 것은 편집국장을 맡았던 선배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어느날 불쑥 전화를 걸어와 "협회보 만드는 일을 좀 도와줄 수 있겠니?" 하시기에, 정말 '좀 도와주는' 일인 줄로만 알고 "그러죠 뭐" 했다가 발목을 잡혔다. 정작 그 선배는 도중에 개인 사정을 들어 편집국장 자리를 내려놓기까지 했으니, 나로선 그 선배를 믿고 따랐을 뿐이었는데 졸지에 어미 잃은 아기새의 모양이 되고 말았다. 어쨌든, 협회보를 만드는 일은 한 때 '신문기자'를 꿈꿨던 내게는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일에 치이고 졸지에 혼자 만들게 돼 더 잘 만들지 못한 점은 아쉽긴 했지만, 다시 한대도 더 잘 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으니(그만큼 잘했다는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더 잘 할 자신이 없다), 나도 일단 여기까지만 하려고 한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