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툰토피아2012. 1. 3. 09:37


 기자협회보 만드는 일에서 손을 뗐지만, 만평은 계속 그리기로 했다. 형편 없는 실력이나마, 나름 '시사만화가'의 꿈을 펼쳐볼 수 있는 유일한 지면인 까닭이다. 대부분이 내 성에 안 차는 그림이어서, 내보이기조차 부끄러운 마음에 서명도 생략해 버리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또 이렇게 스스로도 흡족해 할만한 그림이 나오기도 한다. 그림 실력이야 특별히 나아질 게 없는 사정이니, 사실 만평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건 '소재'다. 각이 서는 얘기되는 소재.

 방송기자연합회의 체육대회를 주로 소개하기로 한 이 기협회보를 만들기 전에, 보도본부는 한 사건으로 뒤숭숭해 있었다. 스포츠취재부장의 후배기자 폭행사건이었다. 아무런 정보도 아닌 단지 일개 골프 업체의 개소식을 9시 스포츠뉴스에서 단신으로 내보내기로 한 결정에 대해 아무개 선배가 부장에게 (따져 물은 것도 아니고) 사실이냐고 묻자 대뜸 집기를 집어던지고 주먹질을 행사했다는.... 정말이지 21세기에 민주화가 됐다는 대한민국의 영향력 1위라는 언론사에서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거라고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자괴감을 불러 일으켰다. 문제의 단신 기사는 그러고도 기어이 국민의 재산인 방송 전파를 탔다.
 
 방송기자연합회의 체육대회에 이 사건을 엮으니 그냥 막 그림이 술술 그려졌다. 문제가 된 단신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스포츠국장까지 같이 묶었다. 역시, 좋은 풍자와 해학은 말도 안 되는 현실과 억압·폭력 속에서 나오게 마련인가 보다. 본의 아니게 좋은 만평을 그리게 도와준(?!)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