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2007. 5. 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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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로 뒤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괜찮다. 괜찮아. 두 골을 몰아 넣고 동점으로 끝내면 결승행은 우리 것이야.
 우리 팀 선수들의 무거운 움직임과 잦은 패스미스,
 그리고 심지어 수비진의 뻘짓에도 난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 괜찮아. 전반전에 오버 페이스한 AC밀란 녀석들, 곧 체력이 떨어질 거야.
 그 때를 노리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그렇지만 결국 수비하던 오셔를 빼고 사하를 투입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순간,
 역습 한 방으로 쐐기골을 얻어 맞고 모든 희망은 흩날려지고 말았다.

 사실은 원정인 곳에서 내리 두 골을 먹는 순간
 승부는 일찌감치 갈린 셈이었다.
 마음의 고통을 덜자면 체념만큼 쉬운 방법이 없고,
 낙담을 하고 나서 객관적 자세를 한 채 남의 일 보듯 볼 수도 있었을테지만,
 난 일찌감치 '관전'이 아니라 '응원'을 하기로 한 터다.

 팔짱끼고 맥주 까며 속 편히 객관적 전력을 타령하는 거야 아무나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내 팀에 절대적 믿음을 불어넣으며
 그 팀의 사소한 고통과도 함께 하는 것은
 오로지 '팬'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챔피언스리그 도전은 다소 무력하게 여기서 멈췄지만,
 난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를 친다.
 괜찮다. 괜찮아. 까짓거 우승이야 내년에 하면 되지. 뭐. 안 그래?
 트레블을 달성하기 위해 그 많은 경기를 소화하느라
 진심으로,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