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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2009. 12. 1. 23:01

 사실 난 여행지로, 대도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더더욱. 도쿄는 화려한 빌딩들이 즐비한 도시였고, 도시 전체가 바쁘게 움직이는 경제 중심지였으며, 사람의 물결이 꾸역꾸역 넘실거리는 메트로폴리스였다. 반려자는 이 도시의 야경이 멋지지 않냐고 물었지만, 하늘의 별빛을 잡아먹는 도시의 불빛은 사실 거기서 거기다. 해서 내게 도쿄는 그닥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어찌됐든 이 섬나라의 유서깊은 수도. 섬나라를 알기에 앞서 이 도시부터 알아야 했다.


 주요 거점에 갈 때마다 숨을 턱턱 막아세우는 인파. 아무리 우리가 당도한 날이 일요일이었기로서니, 그리고 그 다음날인 월요일도 일본의 국경일이기로서니, 사람들 정말 많았다. 하지만 일상적인 일인냥 사람들은 아무런 동요 없이 도도한 인간의 물결에 몸을 싣고 제 갈길을 가더라. 뭐 하기사 서울의 명동이나 강남 정도도 휴일에 저렇지 않은가. 단지 난 서울에서도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해 부러 그런 곳을 피해다녔던 것 뿐.


 하지만, 도쿄엔 한적하고도 예쁜 이런 길도 있다. 작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해 집도 작고 차도 작고, 심지어 길도 이렇게 (좁다기 보다는) 자그마하다. 그리고 걷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이런 길은 마냥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캣스트리트와 키치조지의 길.

 숙소였던 신주쿠 워싱턴호텔의 우리 방 창으로 바라본 풍경. 저 길 따라 조금만 가면 도쿄도청이 있다.


 이렇게 생긴 도쿄도청. 꼭 마징가Z에 나오는 연구소처럼 생겨먹었다. 이곳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있어서 무료로 도쿄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들어갈 때 가방 검사는 필수. 도쿄도청 꼭대기에서 폭탄이 터지면 안 되니깐.  

 그래서 가본 도쿄도청 전망대. 거기서 본 도쿄 야경과 건너편 건물.

 야경은 여기서도 볼 수 있다. 오다이바에 있는 대관람차인데, 영국의 '런던아이' 같은 개념이다. '런던아이'처럼 사람들이 많이 타는 것 같진 않았지만, 우리는 목적있는 관광객인 까닭에 당연한 듯 이걸 탔다. 타기 직전에 영문도 모르는 사람들 다짜고짜 대형 배경 사진 앞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주더니, 내릴 때 1000엔에 팔아먹더라. 물론 구매 행위는 선택사항이지만, 자기 얼굴 박힌 사진이 어떻게 이용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찝찌름해 하면서도 사게 되더라. 나름 기념품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야경은 도쿄도청의 것보다는 볼만 했다. 애초의 목적이 시정에 있는 도청보다야, 대관람차는 훨씬 전망 좋은 데에 세우게 마련이니깐.

 오다이바 가는 배 안에서 봤던 아사히 맥주 본사 건물. 유명한 금색 똥덩어리 조형물이다. 누구나 사진에 찍어오는 풍경이라 안 찍으려 했지만, 역시나 보게 되니 찍게 되더라. 사실 저 똥덩어리 모양은 맥주 거품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맥주의 본거지는 아사쿠사가 아닌 에비스. 에비스 맥주와 삿포로 맥주 건물이 여기에 있다. 저곳은 맥주 마시기 좋은 가든플레이스.

 인상적인 건물은 또 있다. 아사히TV 본사 건물. 화려함이 뽀대가 난다. 실제로 일하기에 편할지는 모르겠지만. 가난한 공영방송사야 그렇다 치고, 돈 많은 S 방송사는 왜 이렇게 짓지 못했을까...? 방송 종사자가 남의 나라 가서 방송국 구경하는 건 촌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내부에 들어가볼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


 레인보우 브릿지. '런던아이'를 흉내낸 대관람차처럼, 오다이바에는 이런 게 많다. 흰색을 칠한 금문교처럼 생겼다. 심지어 여기엔 자유의여신상 이미테이션까지 있다. "아니, 왜 일본까지 와서 자유의여신상을, 그것도 겨우 짝퉁을 보냐"는 심뽀로 자유의여신상은 살짝 무시해 주었다.

 지구 온난화로 울고 있는 북극곰 형제, 이른바 '쏠라베어' 조형상. 환경 문제를 일깨우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인 모양이다. 우리는 일본 오기 전에 이 곰 모양의 유탄뽀를 샀더래서,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비너스포트는 쇼핑몰 실내 매장의 천장을 실제 하늘처럼 만든 걸로 유명하다. 시간이 지나 어두워지면 석양도 생기고 그런단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맛난 것과 쇼핑'이었다. 반려자는 오랫동안 벼르며 참아왔던 싸고 질 좋은 화장품, 각종 편의용품들을 드럭스토어에서  사들였다. 만다라케에서 인형을, 지브리미술관에서 캐릭터 생활용품 따위를 사갖고 왔다. 유명하다고 해서 들러본 돈키호테는 너무 싸구려 잡화상처럼 후졌다. 쇼핑의 낙원이라는 긴자에는 가지 않았다. 반려자는 스스로를 알뜰하다고 대견해 했다.

 이 나라 사람들의 다양한 음악 취향을 대변하듯, 버스킹 하는 음악인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다만, 길 바쁘고 시간 부족한, 목적이 분명한 관광객은 오래 들어줄 여유가 없다. 

 우리의 거점은 신주쿠역. 호텔은 이 역에서 10여 분 거리다. 신주쿠역은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JR을 비롯해 각종 전철 노선이 교차하는 곳이라 반려자는 이 근처에 방을 구할 것을 명한 바 있다.


우리가 결혼 1주년을 자축하기 위해 일본을 찾았던 11월 22일은, 마침 '부부의 날'. 여행의 의미가 더해지는 것 같았다.

calvin. 
Posted by the12th
발자국2009. 11. 10. 01:03
 축제는 즐기라고 있는거다. 주말이 무료한 '우리'에겐, '즐거운' '축제'가 필요했다.


 여름의 축제는 '지산 록 페스티벌'이다. 축제의 마지막 날 라인업은 장기하와 얼굴들, 언니네이발관, JET 그리고 Oasis. Oasis만으로도 사수해야 할 축제인데, 인생에 딱 한 번 올까 말까 할 환상의 라인업이라니, 이를 어찌 포기하겠나. 부랴부랴 차를 끌고 가 진땀 빼며 주차를 하고 난 뒤 들어갔을 땐, 이미 장기하와 얼굴들이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불러 대고 있었다. '신생' 밴드 치고는 메인 스테이지를 장악하는 무대 매너가 훌륭하다. 정말 물건은 물건이다. 조오타!


 메인스테이지만 주구장창 지키고 있으면 되려나 했는데, 아뿔싸, 언니네이발관은 옆에 마련된 규모가 작은 그린 스테이지인가 하는 데에서 공연을 한다고 한다. 여기는 주로 인디밴드 등의 공연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감칠맛나는 공연들이 많아서 여기서만 죽때리고 있어도 심심하지 않겠다 싶긴 하더라만, 메인 스테이지의 라인업이 너무나도 빵빵하다. 메인스테이지와의 거리는 뛰어서도 2-3분이나 걸리는 시간. 언니네이발관은 살짜쿵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인이 몰려오는 축제에는 이런 놈들도 있게 마련. 무관심 밴드들의 공연이 있을 때 잔디밭에 퍼질러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었는데, 저렇게 생긴 놈이 와서 저러고 있더란다.



 드디어(!) 만나보게 되는 JET. 마음 같아서는 저 스탠딩 무리와 함께 방방 뛰고 싶었으나, 30대 저질 체력에 홀몸이 아니었던 관계로 멀찍이서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최근 나온 밴드 가운데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밴드였고, 기대되는 무대였으나, 음... 라이브의 위압감은 생각만큼은 아니었다. 역시 이런 큰 무대에서는 경험이 중요한 요소. 더 자라서 단독 콘서트 함 와라. 기다릴게.



 스탠딩은 팔팔한 놈들에게 양보(!)하고, 언덕 배기 벤치 앞에서 신명나는 가락에 어깨 춤만 덩실덩실.... ㅡ,.ㅡ;;;



 JET의 공연이 끝나고 어둑어둑해지자, 사람들이 어둠을 헤치고 하나둘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날의 헤드라이너 공연이 곧 시작할 참이었기 때문이다.


 Oasis는 마치 JET에게 라이브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듯 한 정도였다. 이미 두 차례의 내한공연을 섭렵했지만, 록페스티벌에서의 Oasis는 또 달랐다. 신곡 위주로 짜여진 내한공연에서의 셋 리스트와 달리, 그야말로 히트곡 중심의 셋 리스트 역시 흡족했다. 들어도 들어도 즐겨도 즐겨도 목마름이 당최 해결되지 않는 짙은 여운을 남긴 공연이었다. 다음을 기약했으나, 아뿔싸, 이제 그들에게 '다음'은 없다.



 '앵콜 요청 금지'용 폭죽 놀이? Oasis 공연이 끝나기가 무섭게 터지는, 축제가 쫑났음을 알리는 폭죽에 사람들의 앵콜 연호 소리가 묻히고 말았다. 우리도 넋을 놓고 축제의 화려한 끝을 함께 한 뒤, Oasis가 섰던 뜨거운 무대를 슬쩍 뒤돌아 보고는 총총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어, 가을.



  자라섬은 2년 전에도 찾아왔던 곳이다. 나보다는 반려자가 즐겨하는 재즈 축제의 현장. 2년 전 좋았던 기억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생계인이 되다 보니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서야 오게 되는구나...


 마지막 날 첫 공연을 연 전혜림과 친구들. 2년 전에는 재즈도 대중음악도 아닌 듣보잡들이 나와 분위기를 흐렸는데, 오호, 이번엔 처음부터 맛깔나는 음악을 선사해준다. 미국 줄리어드 음대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강단에 선다고. '여우야 여우야'를 응용한 한국적인 재즈 음색을 들려준다.


 
 축제는 밤이 깊어질수록 무르익는 법. 재즈 선율은 어둠 속에서 더욱 흐느적거린다.

 젊은 관객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불렀던 재즈 기타리스트 스캇 헨더슨의 베를린 챔버스 트리오. 공연이 끝난 뒤 사인을 받으려고 상당수가 다음 공연을 마다한 채 자리를 박차고 나갈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공연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리차드 갈리아노 탱가리아 4중주. 2년 전에도 반도네온의 탱고 가락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 반려자는 음악에 취해 시종 만면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리차드 갈리아노의 솔로는 그 가운데서도 백미. 공연 하나로 반해 현장에서 CD를 사려 했으나, 이미 먼저 취해버렸던 사람들이 죄다 사갔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품절된 CD를 재입고 요쳥해 놓고 마냥 기다리는 중...


 마지막 공연이 한 팀 더 기다리고 있었으나, 우리는 서둘러 빠져나왔다. 추위에 지치기도 했고, 한꺼번에 빠져나가느라 길이 막힐 것도 염려됐기 때문이었다. 9월에 하던 축제가 10월로 미뤄지면서 한밤의 추위는 생각보다 견디기 어려웠다. 다시 9월의 선선한 축제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롯데의 스폰서 도배가 지나쳐 보이기도 했지만, 이만한 수준과 규모를 유지하자면 어쩔 수 없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라인업이 훌륭해 내년이 또 기대되는 축제였다.

calvin.
Posted by the12th
발자국2008. 4. 1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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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말까지 절반값에 입장이 가능하다는 야생화 식물원.
 땡 잡았다, 생각하며 서둘러 찾았더니
 반값만 받는 이유 있었다.
 춘삼월 됐다 해서 덜컥 피어 버리는 꽃이 아니니
 꽃이 피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했던 거다.
 그나마 조금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내어 준
 고마운 몇몇 야생화 덕분에
 아예 헛걸음은 아니었던 셈.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