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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2 기라드 6
얼굴2009. 2. 12. 18:10

 세뇰 귀네슈 감독은 이름값으로 선수단을 구성하지 않았다. 히딩크가 그랬듯 귀네슈 역시 이방인이었던 까닭에 학연 지연, 지명도 따위를 무시한 채 철저히 실력 위주로 자신의 FC서울을 만들어 나갔다. 전훈 기간을 통해 될성부른 선수들을 발견해 냈고, 시즌이 시작되자 곧바로 중용하기 시작했다. 그의 첫 시즌 초반 돌풍의 배경이었다.  

 '귀네슈의 아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오른쪽에서 화려한 돌파를 자랑했던 이청용이었다. 다른 선수들은 가능성이 엿보일 뿐 인상적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기성용을 그 가운데서 돋보이게 드러냈던 것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이었다. 친선 경기 뒤, 대체로 졸전을 펼친 FC서울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기성용에 대해서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 전해진 것이다. 퍼거슨의 눈도장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에게 길죽한 체격 조건 외에 무언가 있다는 것으로 인식하게 했다. 

 그가 대중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실패한 혁명'으로 기억되는 2007년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대회였다. 그 대회에서 그는 수비수로 참가해 인상적이었던 길고 정확한 패스로 '기택배'라는 별명을 얻었다. 난 그 별명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패스 센스만큼은 정말 일품이었다.  

 지난 시즌 기성용은 새로운 별명을 받았다. '기라드'.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한 그는 자신의 공격 본능을 서서히 드러내더니 산뜻한 패스 센스와 더불어 위력적인 킥을 선보이기까지 한 것이다. 

 이제 그를 보면 막 설레이기까지 한다. 솜털이 채 가시지 않은 곱상한 외모 때문인가? ㅋ 이란 전에서 보여준 수차례의 날카로운 슈팅도 마음을 설레이게 했지만, 지금껏 그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아서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기라드가 지금은 제라드를 끌어들인 기성용의 별명이지만, 언젠가 기성용을 끌어들인 제라드의 별명이 될 날을 꿈꿔 본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