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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6 [인터넷] 반갑지 않은 부활 4
만끽!2009. 8. 6. 20:08


 <딴지일보>를 마지막으로 봤던 게 언제였더라? 2002년 대선 직전, 대권 도전자들을 도발적으로 인터뷰했던 기사를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걸 보니, 그 때까진 비교적 꾸준히 이 '신생 매체'를 찾았던 모양이다. 그 이후, (지금은 부쩍 커지다 못해 막 나가는) 김구라와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황봉알을 내세웠던 인터넷 라디오 방송이 런칭됐던 것이나, 성인들의 명랑 성생활을 지향하며 '남로당'을 출범시켰던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걸 보면, 그때까지만 해도 간헐적으로 이 사이트를 드나들긴 했던 것 같다. 그리곤 기억이 없다. 그러니까 대략 한 5년동안, <딴지일보>는 잊혀진 존재였다. "그거 아직도 있나?" 싶을 정도로 차라리 내게는 폐간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제와 지난 기사들을 찾아 보니, 없어졌는 줄 알았던 지난 시간 동안에도 <딴지일보>는 꾸준히 기사를 양산해 내 왔더라. 그건 예전처럼 정치 사회 문화 성인컨텐츠를 망라한, 여전한 수준과 물량이었다. 그런데 왜 그동안은 눈 밖에 났던 걸까? 왜 한 때 인터넷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았던 이 매체가 잊혀진 존재가 되었던 것이냐?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가령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같은 다른 매체들이 보다 뉴스다운 컨텐츠를 쏟아내 놓으며 '대안 매체'의 자리를 잠식해 버렸달지, '재미'있기는 <디씨인사이드>나 <풀빵닷컴>같은 골때리는 사이트들이 <딴지일보>는 게임도 안 되게 더 재미있었달지 . 팬더와 같은 주요 필진들이 총수와 갈라서며 <미디어몹>으로 떨어져 나간 것도 동력 상실의 요소였다. 게다가 초창기 센세이션을 불러왔던 '딴지투'는 자극적인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식상해져 버렸다. 개인적으론 <딴지일보>에서 어느 날부터인가 주구장창 '명랑 성생활'만 떠들어대는 걸 보곤, 맛이 갔다고 단정지었다. <딴지일보>는 없어도 될, 그저그런 인터넷 신문 중 하나가 되는 것 같았다.

 그랬던 <딴지일보>가 돌아왔다. 관에 못질을 했어도 진작 했을 것만 같던 '구식 매체'가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식상했던 딴지투는 다시금 따라하고 싶을만큼 매력적이 되었고, 감을 잃은 것 같았던 재미도, 오, 빵빵 터져주신다. 매일 사이트를 찾아 왜 업데이트가 안 되는 거냐고 성질을 내기 시작했다. 언제 냉랭했냐는 듯, 기사마다 만면에 웃음을 선사하고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준다. 이게 다 MB덕분이다.

 내가 <딴지일보>를 다시 찾기 시작한 건, 노짱 서거 직후, 김어준 총수가 한겨레에 쓴 칼럼을 읽으면서부터다. 그 칼럼에서는 2002년 대선 전에 노짱과 했던 인터뷰를 언급하며 고인을 기렸는데, 내 기억에도 그 인터뷰 기사는 넷심의 상당 부분을 노짱으로 향하게 했을만큼, 솔직함이 정말 매력적이었던 대단히 파괴력 있는 기사였다. 그 칼럼을 읽고 옛날 그 인터뷰 기사를 다시 찾아 읽고 싶었다. 그렇게 다시 찾은 <딴지일보>에서 이 신문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만거다.

 칼럼에서 총수는 분개해 있었다. 하지만 그 분노를, 그는 딴지의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 살인과, 소통 없이 밀어부치는 오만과, 공권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드는 만행과, 최고 국가 수반의 참을 수 없는 허접함을 <딴지일보>는 특유의 방법으로 가뿐히 요리한다. 요리법은 '풍자'와 '해학'이다. 

 대화가 불가능한 폭압적인 권력을 마주했을 때, 힘없는 자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저항은 풍자와 해학이다. 답답해 홧병으로 죽어나가지 않으려면 허탈한 웃음으로라도 버티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딴지일보>는 거기에 기반해 출발했더랬다. 어느 순간 <딴지일보>가 재미없어지고 효용 가치를 급격히 잃었던 건, 역으로 그런 풍자와 해학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노무현의 5년은 그랬다. "할말을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풍자와 해학을 굳이 찾지 않아도 소통이 가능한 시절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은 풍자와 해학이 다시금 필요해진 시절이 되고 말았단 얘기다. 모든 것의 시간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MB의 요상한 '타임 리프' 능력으로, 그렇게 되어 버렸다. <딴지일보>가 뒤늦게 만개해 회춘하는 것은 바로 그런 사정 때문인 거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딴지일보>를 찾는 심정이 그렇다. 어떤 독자는 "예전에 딴지일보는 재밌기만 했다. 하지만 요즘은 재밌기도 하고 고맙기까지 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러하다. 그런 심정은 한 두명의 독자만의 것이 아니어서, 이미 어떤 독자들은 <딴지일보>에 비품을 보냈는가 하면, 심지어 요구하지도 않은 구독료를 자발적으로 보낼 움직임마저도 솔솔 불고 있다. 

 <딴지일보>의 귀환, 내지는 부활은 사실 반가운 현상이 아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풍자가 필요 없는 시대를 살아야 했다. 그래서 <딴지일보>같은 사이트는 폐간되고 말아야 했다. 풍자와 해학이 필요한 시대는 불운한 시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 손으로 만든 불운한 시대의 유통기한 까지는 어찌됐든 버티고 버텨 살아 남아야 하지 않겠나. 그러기 위해서라도, <딴지일보>는 정말이지 강추 중에 강추다.

 (특히 김어준 총수의 '틈새 논평'을 새겨 보시기 바란다. 어느 매체도 주목하지 않지만 어찌 보면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해주는 명코너다. '촌철살인'의 언론이 사라진 시절에, 그 정수를 깨닫게 해준다.)

calvin.

p.s. 미디어법을 염두에 둔 행보인가...? 김어준 총수는 요즘 <뉴욕타임스>라는 이름으로 한겨레 인터넷 TV 방송도 진행하고 있다. 딴지다움이 철철 흘러넘치는, 훈훈한 프로그램이다. 이것도 함 챙겨보시라.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