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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2 원더 '올드' 보이 2
얼굴2009. 9. 22. 13:31


 현실은 그랬다. 서른 하나의 나이, 부상 잦은 유리몸, 라이벌 팀인 리버풀FC 출신, 게다가 무적 선수. '원더 보이'라는 전설적인 수식어는 그저 과거지사일 뿐, 냉혹한 현실 속의 마이클 오언의 위치는 딱 그정도였다. 그런 그의 영입, 나아가 C.호날두의 공백으로 남은 영광의 백넘버 7번 배정은 퍼거슨 경의 지나친 선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퍼거슨만은 알고 있었다. 98년 월드컵에서 그가 보여줬던 신기의 드리블과 골 결정력이 한 때의 우연에 불과한 게 아니라는 것을. 마이클 오언은 EPL, 아니 세계 축구 역사상 길이길이 남을 09-10 시즌 맨체스터 더비 1차전에서 가장 극적이고 화려한 방법으로 자신의 부활을 알렸다. 그의 영입을 두고 일었던 논란을 생각하면, 이 짜릿한 승리는 가히 퍼거슨의 마법이라 부를만 하다. 그는 마이클 오언도 살리고 팀도 살리고, 축구의 참된 매력도 살려냈다.

 오언의 별명 '원더 보이'는, 사실 그의 전성기가 너무 서둘러 찾아왔음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소년을 벗어나 아저씨가 됐을 때, 그는 더이상 놀랍지 않아진 것으로 여겨졌다. 신기에 가까웠던 스피드와 드리블, 체력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이클 오언의 '놀라움'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나이와 무관하게, 아니 오히려 나이를 먹으면서 더 노련해지는 위치선정과 골 결정력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는 더이상 소년이 아니지만, 그가 선사할 놀라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원더 보이'를 뛰어넘은 그의 부활에 박수를 던진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