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2007. 11. 1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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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ccadilly Circus는 런던의 '로마' 같은 곳이다. 모든 주요 길이 여기서 통한다고 한다. 여행 전 읽었던 책에선 지도를 들고 여기서부터 런던 관광을 시작하라고 일렀다. 그래서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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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심부는 중심부인지, 유동 인구가 엄청났다. 평일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복잡하고 사람들이 많았다. 쇼핑가도 가깝고 미술관도 가깝고 공연가도 가까우며 차이나타운도 가까운 곳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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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이 에로스동상 주변은 일종의 만남의 광장 기능도 하고 있었다. 나도 여기서 쪼그리고 앉아 한국에 띄울 엽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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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로 치면 대학로, 즉 뮤지컬과 연극이 즐비한 웨스트엔드다. 곳곳에 티켓 세일 창구가 널려 있었고 유명한 극장들도 눈에 밟혔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장기 상연하고 있는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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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호거리도 이 근처다. 차이나타운과 맞닿아 있었는데, 게이들이 많다 해서 슬쩍 우려도 했지만 거닐어 보기로 했다. 특히 이쪽의 berwick street가 oasis의 두 번째 앨범 Morning Glory 재킷 사진을 찍은 곳이라는 정보를 알고 간지라, 그 곳을 꼭 가보고 싶었다. Abbey Road도 못 가보는 판에 여기만큼은 챙겨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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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찾아갔다. 재킷 사진과 비교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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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Piccadilly Circus로 나와 다른 길을 따라 걸어봤다. Piccadilly Street는 쇼핑 거리다. 유명한 백화점도 있고 유명한 가게들도 많다고 하는데, 일일이 쇼핑할 재주도 시간도 촉박하다. '거리' 자체를 구경하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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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이 거리를 찾은 목적은 뚜렷했다. 쇼핑에 워낙 젬병이라 괜한 걸 사들고 가긴 뭣 하고, 집에 들고 갈 기념품으로 영국 왕실에 30년간 차를 납품한 곳으로 유명하다는 Fortnum & Mason 차를 기념품으로 사들고 가기로 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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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축구 클럽의 기념품을 모두 모아 팔던 Football 상점. 지름신이 마구 강림하는 걸 떨쳐내느라 얼마나 힘겨웠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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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에 있는 경찰에게 물어 우체국을 찾아갔다. 에로스 동상 아래에서 쓴 엽서를 부치고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런던을 벗어나 얼른 맨체스터에 가자니 마음이 분주해졌다.

calvin.
Posted by the12th
발자국2007. 11. 18.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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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의 지하철은, 영국의 많은 것이 그러하듯, 세계 최초다. 1863년에 첫 개통을 했다고 하니 140년도 넘은 것이다. 그 옛날에 뭐가 아쉬워 땅 속까지 파서 교통수단을 삼았나 했는데, 그 때 이미 땅 위 교통 사정이 좋지 않았던 까닭이라고 하니, 이 역시 런던이 오래된 도시라는 점을 짐작케 해주는 이유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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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 입구부터가, 오래돼 보인다. 공식 이름은 언더그라운드. 별명은 지하철 선로의 구조가 둥근 관처럼 생겼다 해서 튜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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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봐라. 지하철 선로와 플랫폼이 하나의 튜브처럼 생겼다. 런던은 분명 대도시이고, 그 대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교통수단이지만, 처음 만들었던 그 모양 그대로 절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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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의 구멍은 겨우 열차 하나 지나갈만큼의 공간이다. 공간이 좁으니 열차라고 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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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치는 우리보다 훨씬 큰 놈들이 지하철을 왜 이렇게 쬐끄만하게 만든단 말이냐. 지하철도 자그마하게 둥근 반원 형태로 생겼다. 키가 좀만 더 크면 구부정해야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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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별 탈 없이 출퇴근 시간대까지도 운행하는 걸 보면, 뭐 탈만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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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도어. 선진국 지하철이라고 스크린 도어가 죄다 있는 건 아니다. 필요하다 여겨지는 곳에만 있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혼잡한 역 위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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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이 오래됐고 또 노선도 복잡하지만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본 사람이라면 전혀 겁먹을 필요가 없다. 서울 지하철도 그만하면 복잡한 편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환승도 비교적 단순해서 써진대로 찾아가면 만사 오케이다. 안내 표지판은 충분히 친절해서 모든 정보를 정확히 일러준다. 그러므로 안내 표지판이 가르쳐주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가령 바로 위 사진에서처럼, 런던 지하철 역사에는 '화장실'이 없다. 애꿎게 찾으려 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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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도 작고 역사도 작고 선로도 작고 플랫폼도 작은데 환승통로라고 해서 클리 없다. 이렇게 생겼다. 다른 데로 샐 것도 없이 그냥 뚫린대로 쭉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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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관이라고는 눈꼽만큼도 고려한 것같지 않은 환승통로의 '심지어' 거친(!)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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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켓은 보통 런던 시내인 4구간까지를 기준으로 할 때 편도 4파운드. 1일권은 지난 번 말한대로 5.7파운드다. 출근 시간대인 오전 9시 반까지는 더 비싸다. '대중교통'이란 말이 다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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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시의 사람사는 꼬라지는 다 거기서 거기다. 퇴근길의 에스컬레이터에는 튜브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의 속도로 붐볐다.

calvin.
Posted by the12th
발자국2007. 11. 18.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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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자체가 오래된 것들이 모인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 도시'이긴 하지만, 그 박물관 속의 박물관 또한 유명하다. 바로 우리에겐 '대영박물관'이라고 불리는 the British Museu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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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영국박물관'이라고 해도 될 것을 굳이 '대영'이라고 번역해 이름 박은 것에는, 이 박물관이 영국의 식민지 시대 유산이라는 점을 넌지시 내보이려는 의도가 담겼던 것 아니었을까? 실제로 오래된 것들 가운데 귀한 것들만 모인 이 박물관에 있는 것들이란, 죄다 남의 나라에서 약탈해 온 것들 뿐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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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지배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태어난 탓인지 난 이런 '약탈물 보관소'같은 공간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 박물관에서도 볼만한 것들이란 이집트의 미이라나 모아이, 로제타석 같이 하나같이 훔쳐온 것들 뿐이다. 영국이나 유럽의 것들은, 솔직히 볼만한 게 별로 없다. 불편한 마음에 건성으로 둘러봤다. 약탈의 역사가 창피해서라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할터인데, 이걸 자랑스럽게 전시해놓은 그들의 정서를 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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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루브르 박물관보다 양반인 것은, 돈은 따로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사진 촬영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일말의 양심은 있다는 건가? 그게 도적질한 죄를 덮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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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은 고까웠지만, 미술관은 매우 훌륭했다. 사실 영국으로 떠나기 전,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발품파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던 게 어리석었다 느껴질만큼, 국립미술관의 그림들은 하나같이 멋졌고 또 좋았다. 고흐, 카라바조, 드가 등의 실제 그림들은 <플란다스의 개>의 네로가 왜 죽어가면서까지 루벤스의 성모상을 직접 보려 했던건지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이 내게는 특히 좋았는데, 인쇄된 그림이나 복제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유화 질감이 뿜어내는 특유의 강렬함에 도취돼 버려 그림 앞에서 한동안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게임 회사의 프로모션 행사 탓에 어수선한 트라팔가 광장과 영국의 국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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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박물관이 전통 회화의 보고라고 한다면 테이트 모던 갤러리는 현대 미술이 가득한 놀이터 같은 곳이다.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만들었다는 건물과 그 발상부터가 대단히 모던한 느낌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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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트 모던 갤러리 터빈 홀에 '전시' 된 도리스 살체도의 Shibboleth이란 작품. 서구 중심 사회의 차별을 형상화했다는데 그런 의미는 잘 모르겠고, 아이들 뿐 아니라 모든 관람객들이 신기해 하며 균열된 금을 따라 재미나게 노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현대 미술은 독특하고 기특해 보여 고전 미술과 다른 상쾌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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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의 미술품? 박물관 뿐 아니라 이런 미술관도 모두 무료 관람이 되는 도시에 살다보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예술가의 기질을 품게 될 것만 같다. 길거리 낙서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더라. ^^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