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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23 [영화] 길 잃은 '이야기'
만끽!2011. 3. 23. 17:01


 <빨간 망토 소녀> 이야기는 아주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 고전 동화는 심플하다. 소녀가 숲속 외딴 오두막에 살고 있는 병에 걸린 할머니에게 음식을 싸들고 병문안을 갔는데 이미 할머니를 잡아먹고 할머니 행세를 하는 늑대를 물리치고 할머니를 구해내게 된다는 이야기다. 가녀린 소녀와 노쇠한 할머니, 그리고 교활하고  포악한 늑대, 어둡고 위험한 숲속, 그 곳의 외딴 오두막 집... 극단적인 조건 속에서 해피엔드의 안도감을 주는 것이 동화의 역할이다. 이야기는 심플하지만 구조가 허술하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그건 동화고, 메시지가 분명하니까.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성인을 위한 영화라면 어떨까? 이 단순한 이야기는 얼마나 정교해질 수 있을까?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는 <빨간 망토 소녀>이야기를 모티브 삼아 그럴듯하게 만든 스릴러 미스테리물이다. 처음에 영화는  깊은 숲 속 마을에서 사람을 공격해 사람들을 흉흉하게 만드는 늑대의 존재로부터 관객들의 몰입을 끌어 당긴다. 그리고 이내 흉폭한 늑대가 사실은 평소엔 사람 모습을 하고 있는 '늑대 인간'이라는 사실로 그 몰입도를 배가시킨다. 마을 사람 모두가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관객들도 범인을 찾는 추리에 참여시킨다.

 괜찮은 시도다. 애초에 원작 동화가 주는 메시지도 "낯선 이를 믿지 말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 부분을 확장해 이야기의 긴장감을 증폭시킨 것은 영화를 대단히 흥미롭게 만든다. 개리 올드만의 등장과 광기 어린 연기는, 추리극으로서의 긴장도를 높이는 데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그 뿐이다. 영화는 믿음, 사랑, 관계, 가족, 선의 한 축과 의심, 증오, 배타성, 악의 한 축을 두고 더 치밀한 심리극으로 나갈 수 있는 좋은 토대를 마련해 놓고는, 그만 하나마나 한 뻔한 스토리로 서둘러 전개되고 만다. 다양한 인물과 캐릭터들 사이에서 "누가 늑대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두고 치열한 심리전이 벌어질 수 있었고 그랬다면 훨씬 더 치밀한 구성을 확보할 수 있었을텐데, 그럴 의지나 욕심이 사실 처음부터 없었던 모양이다. 

 대신 영화는 '반전'이라기 보다는 그저 관객의 뒷통수를 때리는 정도에 불과한 결론을 선택한다. 아주 말이 안 되지는 않지만, 정교하지 못하다. 추리극을 표방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더 맥이 빠지는 것은 그 뒤의 이야기다. 영화는 당초에 스스로 소비되는 쪽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만 한 게, <레드 라이딩 후드>는 곳곳에서 이야기 보다는 '눈요기'로서의 역할에 힘을 쏟는다. 시각에 선명한 인상을 남기는 영상들을 요소 요소에 배치해 빼어난 '영상 화보'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사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캐스팅 자체가 사실 그런 기능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하얀 피부와 붉은 입술, 거기에 빨간 망토를 걸친 '예쁜' 아만다는 이 영화의 처음과 끝, 그리고 사실 전부라 해도, 정말이지, 과언이 아니다.  

★★★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