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오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4.13 The Kops의 저주
  2. 2009.09.22 원더 '올드' 보이 2
얼굴2011. 4. 13. 15:39


 마이클 오언도 그랬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다"며 2004년 돌연 리버풀을 떠나 레알마드리드로 둥지를 옮겼다. 리그 우승권에서조차 계속 멀어지는 리버풀은 UEFA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할 수 없는 팀이라고 비난한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오언은 끝내 '빅 이어'를 들지 못했다. 도리어 그가 떠난 이듬해, 오언이 버린 팀 리버풀이 UCL 역사상 가장 짜릿한 결승전을 펼치며 누구 보란듯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오언의 불운은 거기에서 머물지 않았다. 스타들이 즐비했던 레알 마드리드에서 벤치워머 신세로 전락했고, 결국 프리미어리그로 유턴했지만 부상과 소속팀의 부진으로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절치부심해 자신이 버린 리버풀의 전통 라이벌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자리를 옮겼지만, 여전히 팀의 전력 외 선수이다. 한 때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원더보이'는 그만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로 늙어버렸다.  

 '엘 니뇨'로 불리며 아마도 리버풀 팬들에게 오언 이후 가장 사랑스러운 선수로 여겨졌을 페르난도 토레스가 팀을 저버리는 과정도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나빴다. 시즌 종료 뒤 다른 리그로 옮긴 오언과 달리, 팀이 어려움에 처한 시즌 중에 같은 리그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상위 팀 첼시로 옮겼기 때문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부터 곧잘 리버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곤 했던 토레스는 심지어 첼시로 옮기면서 "드디어 강팀에 왔다"고 말해 리버풀 팬들에게 배신감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토레스는 선배 '소년'이었던 오언의 뒤를 잇기라도 할 작정인지, 향후 행보가 어둡기만 하다. 의리 있는 훈남 이미지는 이적과 그 과정의 각종 말실수로 곤두박질쳐 버렸다. 첼시 이적 후 693분동안 골을 넣지 못하는 부진한 경기력은 실력 있는 골잡이라는 명성을 깎아먹고 있다. 부진한 경기력에 따른 초조함 때문이었겠지만,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의 UCL 8강 1차전에서 잇따라 보인 볼썽 사나운 시뮬레이션 액션은 매너좋은 선수라는 평판마저도 등돌리게 했다. 한 마디로 그는 첼시로 이적한 뒤 끝 없이 추락하고 있다.  

 반면 그의 이적으로 충격받고 상처입은 리버풀과 The Kops는 루이스 수아레즈와 앤디 캐롤의 활약 덕분에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물리적으로 이번 시즌에서 빅4의 위상을 되찾기 힘들다 하더라도 팀이 재정비돼 다음 시즌에 부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기에는 충분한 상황이다.

 전통은 돈 같은 걸로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토레스는 그 부분을 너무 쉽게 간과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단단한 전통 위에 세워진 팬심 역시 무시할 게 못 된다. 그게 세계에서 가장 극성스러운 것으로 유명한 Th Kops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아무래도 오언에 이어 또다른 '소년'이 The Kops의 저주에 빠져 버리고 만 것 같다.

calvin.
Posted by the12th
얼굴2009. 9. 22. 13:31


 현실은 그랬다. 서른 하나의 나이, 부상 잦은 유리몸, 라이벌 팀인 리버풀FC 출신, 게다가 무적 선수. '원더 보이'라는 전설적인 수식어는 그저 과거지사일 뿐, 냉혹한 현실 속의 마이클 오언의 위치는 딱 그정도였다. 그런 그의 영입, 나아가 C.호날두의 공백으로 남은 영광의 백넘버 7번 배정은 퍼거슨 경의 지나친 선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퍼거슨만은 알고 있었다. 98년 월드컵에서 그가 보여줬던 신기의 드리블과 골 결정력이 한 때의 우연에 불과한 게 아니라는 것을. 마이클 오언은 EPL, 아니 세계 축구 역사상 길이길이 남을 09-10 시즌 맨체스터 더비 1차전에서 가장 극적이고 화려한 방법으로 자신의 부활을 알렸다. 그의 영입을 두고 일었던 논란을 생각하면, 이 짜릿한 승리는 가히 퍼거슨의 마법이라 부를만 하다. 그는 마이클 오언도 살리고 팀도 살리고, 축구의 참된 매력도 살려냈다.

 오언의 별명 '원더 보이'는, 사실 그의 전성기가 너무 서둘러 찾아왔음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소년을 벗어나 아저씨가 됐을 때, 그는 더이상 놀랍지 않아진 것으로 여겨졌다. 신기에 가까웠던 스피드와 드리블, 체력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이클 오언의 '놀라움'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나이와 무관하게, 아니 오히려 나이를 먹으면서 더 노련해지는 위치선정과 골 결정력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는 더이상 소년이 아니지만, 그가 선사할 놀라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원더 보이'를 뛰어넘은 그의 부활에 박수를 던진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