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1.04.13 박지성의 완성
  2. 2009.09.22 원더 '올드' 보이 2
  3. 2008.04.04 맨체스터 Utd.의 7번 6
환호2011. 4. 13. 14:57


 스카이스포츠의 평점 8점은 꼭 '원샷원킬'의 결승골 때문은 아니다.
 중요한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골을 넣은 것은
 분명 칭송받을 일이고 그의 수훈을 도드라지게 하는 일이었지만,
 박지성이 그 경기에서 빛난 것은 그 순간만이 아니었다.

 당초 현지 언론의 예상이었던 나니-발렌시아 조합 대신
 박지성이 나니와 함께 선발 출전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당연히 그의 수비 능력에 있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박지성은 측면에서 애슐리콜의 오버래핑을 적절히 차단해 냈고
 중원에서 상대방을 숨막히게 하는 압박으로 첼시의 정상적인 경기운영을 방해했다.
 
 그건 박지성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였다.
 압박과 봉쇄, 그리하여 반격의 출발점.
 1차전에서 완벽히 수행해 퍼거슨 경의 입에서 극찬을 끌어냈던 그 역할을
 2차전에서는 한층 더 완벽하게 해내고 말았다.
 긱스와 나니, 치차리토의 활발한 공격 전개는
 박지성의 제 몫으로부터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공격의 마침표까지 해 냈다.
 "최고"라는 찬사가 모자란 듯 여겨질만큼,
 그는 이제 완성돼 가고 있다. 

calvin.
Posted by the12th
얼굴2009. 9. 22. 13:31


 현실은 그랬다. 서른 하나의 나이, 부상 잦은 유리몸, 라이벌 팀인 리버풀FC 출신, 게다가 무적 선수. '원더 보이'라는 전설적인 수식어는 그저 과거지사일 뿐, 냉혹한 현실 속의 마이클 오언의 위치는 딱 그정도였다. 그런 그의 영입, 나아가 C.호날두의 공백으로 남은 영광의 백넘버 7번 배정은 퍼거슨 경의 지나친 선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퍼거슨만은 알고 있었다. 98년 월드컵에서 그가 보여줬던 신기의 드리블과 골 결정력이 한 때의 우연에 불과한 게 아니라는 것을. 마이클 오언은 EPL, 아니 세계 축구 역사상 길이길이 남을 09-10 시즌 맨체스터 더비 1차전에서 가장 극적이고 화려한 방법으로 자신의 부활을 알렸다. 그의 영입을 두고 일었던 논란을 생각하면, 이 짜릿한 승리는 가히 퍼거슨의 마법이라 부를만 하다. 그는 마이클 오언도 살리고 팀도 살리고, 축구의 참된 매력도 살려냈다.

 오언의 별명 '원더 보이'는, 사실 그의 전성기가 너무 서둘러 찾아왔음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소년을 벗어나 아저씨가 됐을 때, 그는 더이상 놀랍지 않아진 것으로 여겨졌다. 신기에 가까웠던 스피드와 드리블, 체력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이클 오언의 '놀라움'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나이와 무관하게, 아니 오히려 나이를 먹으면서 더 노련해지는 위치선정과 골 결정력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는 더이상 소년이 아니지만, 그가 선사할 놀라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원더 보이'를 뛰어넘은 그의 부활에 박수를 던진다.

calvin.
Posted by the12th
얼굴2008. 4. 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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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과의 불화 끝에 주장이자 간판 스타인 데이비드 베컴이 팀을 떠난 뒤, 그가 달았던 백넘버 7은 포르투갈에서 막 영국으로 넘어온 18살짜리 '애송이'에게 주어졌다. 보비 찰튼과 조지 베스트, 에릭 칸토나를 거쳐 데이비드 베컴까지, 팀에서 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의 선수만이 달았다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7번이 말이다. 떠나간 베컴의 헤어 스타일을 흉내내고, 패싱 게임 대신 잔 기술에 심취해 돌파를 즐기던 이 풋내기에게 이 백넘버는 과분한 듯 보였다. 하지만 리스본과의 친선경기에서 자신의 팀이 농락을 당하는 와중에도 그를 보며 얼굴에서 웃음을 지울 수 없었다던 퍼거슨 경은 그를 데리고 오자마자 그에게 과감히 7번을 달아 주었다. 그건 "최고가 돼라"는 뜻이었다.

 퍼거슨 경은 틀리지 않았다. 툭 하면 경기 흐름을 끊는 드리블을 해 대는 통에 한 때 홈 팬들의 야유까지 들었던 그는 자신의 등에 붙은 번호의 값어치를 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 무게를 훌쩍 뛰어넘고 말았다. 앞서 전설이 되었던 7번 선배들을 계승하는 것을 넘어 한 단계 진화된 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그는 23살의 나이에 이미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플레이어가 되고 말았다.

 동시대인에 의해 새로운 신화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목도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펠레나 마라도나, 조지 베스트나 요한 크루이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그는 달래주고 있다. 하지만 그 바람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7번을 달게 될 후배 선수들의 어깨는 한층 더 무거워지게 생겼다. 불쌍하게도.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