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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9 [음반] 춤을 추다 1
만끽!2009. 5. 9. 13:48












 타고난 몸치인 나는 춤을 추지 않는다. 클럽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소싯적에 록카페를 가봤으나 그냥 맥주만 빨고 있었을 뿐이다. 회사 회식 끝무렵에 취한 상태로 가는 노래주점에서조차 흥을 내는 몸짓 한 번 보여주지 못해 분위기를 망치기 일쑤였다.

 물론 환희가 극에 달했을 때, 몸은 내가 의도치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게 마련이다. 원래 춤이란 게 작심하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스스로 흥겨울 때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춤 추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댄스 음악류를 들으면서도 내 몸은 뻣뻣하게나마 좀체 움직여 본 적이 없다. 내가 몸으로 표현하는 환희는, 기껏해 봐야 축구장이나 록 공연장에서 방방 뛰고 팔을 휘둘러대고 머리를 흔드는 정도다. 

 프란츠퍼디난드의 새 앨범 <Tonight>을 다소 뒤늦게 구했다. 그렇잖아도 2집 이후 소식이 뜸했던 이 밴드의 근황이 궁금하던 차였다.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랜만에 나온 세 번째 앨범, 반가운 마음에 앨범을 뜯자 마자 시동을 건 윈스톰 스테레오에 CD를 밀어 넣었다. 1집이나 2집과 다르지 않은 사운드며 음악 컬러에, "음, 역시로군" 하며 도로를 달렸다. 그러다 어느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을 즈음, 몸이 들썩였다. 차는 그대로 멈춰 서 있는데, 어느 결에 손도 운전대에서 뗀 채, 나는 그만, 앉아서 춤을 추고 있었다!

 카스테레오가 'Track 3'라고 일러줬던 그 노래는 'No You Girls'였다. 언제나 그러한(!) 프란츠퍼디난드의 리듬과 멜로디로 시작하는 듯 하다 "no no no you girls never know"하는 절정부에 접어들면 사람의 몸을 은근히 들썩거리게 만드는, 와우, 그야말로 신비로운 능력이 있는 노래다. 

  "소녀들을 춤 추게 만들고 싶었다"던 데뷔 당시의 기조를 프란츠퍼디난드는 버리지 않았다. 경쾌하고 신나고 그래서 펑크록처럼 요란하지 않아도 충분히 춤을 추게 만드는 록큰롤은 그들의 트레이드마크다. 라디오헤드나 뮤즈처럼 한없이 우울해지는 모던록이 있는가 하면, 모던록도 춤 추고 싶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투다.

 'No You Girls'의 강도가 가장 세지만, 다른 트랙들도 몸을 움직이게 하는 능력은 평균 이상이다. 알렉스의 감질 맛나는 보컬로 손가락부터 까닥이게 하는 'Ulysses', 'No You Girls'의 흥분을 그대로 이어 나가는 'Send Him Away', 경쾌한 리듬감이 다리부터 근질거리게 만드는 'Bite Hard', 어깨춤을 이끌어내는 'What She Came For', 제목 그대로의 'Can't Stop Feeling'도 모두 무아지경의 경지를 만날 수 있게 한다.

 40분 가까이 춤을 추다 보면 마지막 트랙 'Katherine Kiss Me'를 만나게 된다. 해독제 같은 노래다. 앨범 내내 춤에 탐닉해 들어갔던 기분을 다시금 맑고 청아하게 씻어 되돌려 준다.

 <Tonight>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프란츠퍼디난드의 댄서블한 음악은 강화된 일렉트로니카에서 비롯된다. 일렉트로니카의 효과는 8분에 가까운 'Lucid Dreams'에서 극대화 되는데, 특히 4분 50초 쯤부터 시작되는 압도적인 신디사이저 음은 몽환적인 이 노래 뿐 아니라 전체 앨범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끈다. 차 안에서 볼륨을 있는대로 올리고 이 노래를 듣는데, 순식간에 차 내부가 바깥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돌변하는 느낌이었다. 반드시 헤드폰으로, 귀를 틀어 막은 채, 빠져들어 보기를 추천한다.

 올 여름에 국내 락페스티벌에 온다는 소식이 들리던데, 지난 해 카사비안을 놓친 나로선, 프란츠퍼디난드는 오아시스와 함께 반드시 락페스티벌을 사수해야 할 이유다. 그곳에서, 난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채, 마음껏, 춤을 추고 싶다.

the best track : No You Girls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