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날 개표 결과를 전하는 뉴스를 마치고, 도저히 맨 정신으로 집에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아, 선배·동료와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모두가 같은 심정이었다. 혹시나 했던 '과반 집권당'이 너무나도 손쉽게 현실화 된 데 대한 허탈감과 과반의 힘으로 기어이 저지르고 말 대운하 사업에 대한 암울함과 앞으로 닥쳐올 환경 변화에 대한 막막함이 서로에게 술을 권하게 했다. 그러다 이런 결과를 초래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한 마디씩 했다. 뉴타운 헛공약에 홀딱 넘어가고 만 서울 강북 유권자들, '박근혜 얼굴'만 보고 나무 젓가락에 표를 던진 사람들, 자기 지역 후보의 정책과 인물은 안중에도 없이 이명박에 휘둘리고 지역에 휘둘린 사람들의 '무지한 투표'에 대한 얘기였다.
아마 취해서였을게다. 무지한 유권자들에 대한 냉소 섞인 얘기가 나오던 끝에, 툭 한 마디를 내뱉고 말았다. "유권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잘못된 정보를 준 언론도 반성해야 하는거 아니에요?"라고. 일순, 멋적은 공기가 맴돌았다.
인사가 났다. 내 새로운 시작은 저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거기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calv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