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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12 [영화] 승자와 패자 12
만끽!2007. 3. 1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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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인간이 있다. 승자와 패자. 언제나 그렇게 갈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것이 진정한 승리이고 어떤 것이 결국은 패배하는 것인지는 선명하지 않다. 그것을 가르는 기준이 절대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패배자인 이가, 사실은 궁극적인 승리자일 수 있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기준에 따라, 그 가름은 크게 바뀐다. 

 여기, 콩가루도 정말 완전 제대로 콩가루인 가족이 있다.  할아버지 에드윈은 약쟁이에 욕쟁이에, 주책스럽게도 성 도착적인 경향마저 보인다. 윤리적이지 못할 뿐더러 교육적이지도 못하다. 아빠 리처드는 세속적 의미에서의 성공에만 눈이 멀어 있다. 그는 자기 과신과 자기 과시에 빠져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3류 이론을 설파하고 다니는 3류 강사일 뿐이다. 외삼촌 프랭크는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학문적 자부심마저 그 남자에게 밀리고 나자 비겁하게도 스스로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아들 드웨인은 '묵언수행'을 핑계로 세상과 소통을 단절한다. 그는 자신 이외의 가족들을 모두 후지다고 여기며 대놓고 무시하지만, 찌질하기는 그도 매한가지다.  그나마 제일 말짱한 건 엄마고, 배가 볼록 튀어 나온 일곱살 난 막내 딸 올리브는 어린이 미인 대회 우승을 꿈꾸며 산다.

 한심함에도 시너지 효과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따로따로 따져 봐도 후지기만 할 뿐인 이들이 심지어 '가족'으로 묶여 뭔가 해보려 한다니, 정말 말도 아니다. 막내딸 올리브가 언감생심 꿈꿔 오던 어린이 미인대회 본선 출전권을 우연한 기회에 얻게 되자, 이 가족들 떼거지로 함께, 고물 미니 버스를 타고,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이름하여 '리틀 미스 선샤인' 대회에 당도하기까지의 여정은, 이 가족 생긴 모습 그대로, 참으로 험난하기 이를 데 없다.

 여정도 여정이지만, 이들이 맞딱뜨려야 할 고난의 '본선'은 '리틀 미스 선샤인' 대회에 있었다. 오로지 딸 아이의 꿈을 이뤄주겠다는 눈물겨운 가족애만 있었을 뿐, 이 대회가 어떤 것인지 몰랐던 순박한 가족들은 이 '어린이' 미인 대회에서 '아이들'의 것이 아닌 살벌한 진짜 배기 경쟁을 마주한다. 자칫 올리브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 가족들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 아이의 마음을 걱정한 끝에 결국 아이의 뜻대로 '도전'을 허락하고, 내친김에 자신들의 스타일대로 이 어처구니 없는 대회를 통쾌하게 정면 돌파해 버린다.

 리처드가 입버릇처럼 구분하는 세상의 두 부류 사람을 놓고 봤을 때, 이들은 의심할 바 없이 패배자들이다. 후지고 구리고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선 그런 평가에 주저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순수함을 거세하고 잔뜩 겉멋만 들게 한 속물들은 그저 그럴 듯하게 생겨먹기만 했을 뿐이다. 올리브의 가족들은 드러내놓고 한심해 보이기는 하지만 무엇이 가장 지켜야 할 가치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들은 최소한 '승리자처럼 보이지만 패배자인' 이들보다는 훨씬 승리자에 가깝다.

 입만 열면 욕에 음담 패설을 쏟아내 아이 옆에 두기엔 아무래도 위험할 것 같은 할아버지도, 정작 올리브에게만큼은 '도전'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가장 교육적인 사람이었다. 그로 인해 올리브와 가족들은 속물들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었다. 아, 물론, 미인대회 코치로는 역시나 적절치 않긴 했지만... ^^;;

calvin.

★★★★☆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