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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3 남미 여행 4
토막2008. 1. 2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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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나로 인해 만났다.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 7개월 여 다녔던 인터넷 시사만화 매체의 기자로  난 후배 별사탕을 소개해줬고, 그 곳에서 별사탕은 내가 만나고 어울렸던 많은 시사만화가들과 함께 했다. 특유의 진솔하고 무게 있는 글로 그 매체를 빛냈던 별사탕을, 그 가운데서도 손문상 화백은 특히 남다르게 바라보았던 모양이다.

 전쟁 뒤 이라크의 참상을 르포 만화의 형식으로 고발하는 등 시사만화의 언론 기능을 끊임없이 고민했던 손 화백은 남미 여행을 화폭에 담고자 했고, 그림 곁에 새겨질 글을 쓸 사람으로 주저 않고 별사탕을 꼽았다. 아마도 별사탕의 반짝이는 글재주와 그의 성실한 사람 됨됨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손 화백은 덧붙여 "386세대와 88만원 세대가 여행을 함께 하며 겪을 갈등과 충돌도 여행의 일부가 될 수 있겠다"는 동기에서 별사탕을 동행인으로 꼽았다고 했지만, 내가 아는 별사탕은 사실 그 또래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옛 감수성의 소유자이다. 그들은 결코 짧지 않은 여행 기간 동안 아마도 서로를 지치게 하기 보다는 한없이 서로를 보완해 주고 힘을 북돋아 줄 수 있을만큼, 여행의 동반자로서 잘 어울린다.

 마츄피츄와 티티카카 호수는 내가 살아 생전 가보고 싶은 꿈의 여행지이다. 그런 까닭에 그들이 처음 "남미 여행을 간다"는 얘기를 꺼냈을 때는 한없이 부럽기만 했지만, 그 여행의 고생스러운 성격을 듣고 나니 철없는 부러움은 잦아 들었다. 게바라가 에르네스토에서 체가 될 수 있었던 바로 그 여행을 그대로 답습해 나간다고 하니 말이다. 한 사람을 혁명가로 만들었던 여정을 되밟는 70일간의 일정은 결코 호사스럽지 않을 일이었다.

 그래도 그들을 떠나 보내는 입장에서 불안함보다 기대감이 더 드는 것은, 그들이 손문상 화백과 별사탕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로부터 내가 꿈꾸는 남미 여행의 대리만족을 채울 수 있을 것만 같고, 또한 그들이 남겨 올 남미 여행의 기록이 결코 시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두 사람 모두 오랜 여행 기간동안 몸 건강히, 좋은 것 가득 눈에 담아 돌아오시길 바란다. 그들이 내딛는 발걸음마다, 부디 체의 가호가 있기를.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