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2007. 12. 1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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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찾은 히드로 공항. 이제 영국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이제 휴가와 작별해 일상과 재회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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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도 좀 하는 모양이었는데, 히드로 공항은 참으로 국제 공항같지 않은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좁고 작고 낮고 어수선하고 초라해 보였다. 그래서였는지 돌아오는 길에 읽었던 무가지에서는 영국의 관문으로 히드로 공항이 낡고 허름해 어울리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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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가는 티켓. 잃어버리면 국제 미아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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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이 작은 까닭에 보딩 게이트도 충분하지 않은 모양이다. 미리미리 게이트가 지정되지 않은 것이다. 면세점과 함께 있는 대기실은 무슨 고속버스 터미널 대합실 같이 생겼는데, 여기서 지친 포즈로 기다리면서 안내판을 주시해야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 게이트로 가야 하는지 차례로 안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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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지정받은 27번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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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케팅을 하고 게이트 대합실로 들어가 앉아 있다 보니, 갑자기 마약 탐지견이 들어와 마구 가방들을 훑는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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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가 떴다. 마지막 시야에 들어온 런던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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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 경유지 홍콩 공항. 게이트에 적힌 행선지를 보기도 전에 의자에 막 누워 있는 아줌마들 보고는, 이게 한국행 비행기 타는 데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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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위를 날아 날아 날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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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적시고, 밥 한 끼 먹고 나니 슬슬 조국 한반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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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런던 도착했던 시간과 비슷한 밤 9시 무렵 딛은 인천 공항. 그렇게, 영국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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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일주일 동안 내 여행의 기록을 대신해준 카메라에게도 수고했다는 인사를... ^^

calvin.
Posted by the12th
발자국2007. 12. 15.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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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지만, 영국에도 동상이 지천이다. 걸핏하면 동상이다. 밤은 아예 동상들이 도시를 점령한 것만 같다. 동상들만 따로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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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을 배회하며 사진에 담은 동상들. 조지 4세를 비롯한 각종 역사 인물들이 어지간하면 모두 동상이 되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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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체스터 피카딜리 서커스에 있던 동상들. 빅토리아 여왕과 웰링턴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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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버풀에서 만난 동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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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킹엄 궁전 앞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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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동상은 이거다. 건설 노동자의 동상. 왕도, 전쟁 영웅도 아닌 산업화를 이끈 노동자의 동상. 동상이 과거 허허로운 영광을 되씹는 행위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 무엇이든 누구든, 일단 동상이 돼야 기념이 되는 것이다.

calvin.
Posted by the12th
발자국2007. 12. 15.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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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 날 저녁엔 예약된 일정이 있었다. 뮤지컬 <빌리 엘리엇>을 보는 것이었다. 원래 애초 영국 여행 계획으로는 없던 것이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비싼 물가에 뮤지컬 공연 관람은 왠지 사치인 것처럼 느껴졌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간 김에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영국 웨스트 엔드 뮤지컬을 하나 보고 오는 게 좋겠다는 주위의 권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빌리 엘리엇>은 원작 영화를 너무나도 좋게 보았던 참. 아울러, 노래에 발레에 탭댄스에 연기까지 되는 10대 소년 주인공을 찾기 힘든 까닭으로 라이센스를 사들여 우리나라에서 공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도 이 뮤지컬을 볼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라는 울림이 돼 마음을 흔들었다. 예매 사이트를 알아내 17.5파운드짜리 가장 싼 티켓을 예매했고, 그 공연을 보는 날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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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ctoria Station 바로 앞에 있었던 Victoria Palace Theatre. <빌리 엘리엇>을 장기 상연 중인 극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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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 안의 티켓 박스. 예매한 사람들이 이름을 확인하고 티켓을 수령한다. 난 완기 형 집으로 배송을 받아둬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물론, 당일 현매도 가능은 하다. 하지만 좋은 자리는 이미 예매자로 채워진 상황. 남은 자리를 보더니 그냥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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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와 티켓 박스 앞쪽으로 사람들이 스믈스믈 모여들자 별도의 통로로 사람들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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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들어간 관람객 대기장소는 기념품을 파는 매점. 공연 전 맥주 한 잔을 할 수도 있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뮤지컬 공연의 특성상 <빌리 엘리엇> 역시 여러 배우들이 돌아가며 공연을 맡아하고 있었는데, 이 날 공연의 주인공은 Sam Angell이라는 아이였다. 이 뮤지컬의 초연 무렵 빌리 역을 맡은 배우 가운데 한 명이 Liam Mower였는데, 이쁘장한 외모에 뛰어난 춤 솜씨까지 가미해 <빌리 엘리엇>의 대박에 일조했고 그 스스로도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유명한 Liam은 이제 뮤지컬 무대에 서지 않는다. 유명세 탓도 있지만 자라 버리는 통에(!) 더 이상 소년 빌리 역을 맡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텔레비전 드라마로 영역을 넓혀 연기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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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윽고 입장을 알리는 소리. 내 자리는 올라가고 올라가고 올라가야 나오는 Grand Circle. 3층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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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자리에서 바라본 무대. 내 자리는 맨 윗 층 맨 끝 줄 맨 왼 쪽에서 7번째 자리였다. 전통적인 영국식 극장 모양인가 본데, 3층쯤 되면 거리도 거리지만, 경사가 가팔라 사실상 배우 얼굴을 보기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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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이라도 가운데로 가 볼까 싶어, 혹시라도 사람이 다 안 차면 좋은 자리 찾아 옮길 태세를 하고 있었는데, 언감생심이었다. 자리는, 만석이었다. 여지없이 꽉꽉 들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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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긴 공연. 2시간이나 할까 했는데 2시간 30분을 넘게 진행했다. 2막으로 나뉘어져 중간에 20분 가량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싼 값 때문에 주로 나 같은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던 맨 끝줄 내 옆에 앉았던 동유럽 쪽에서 온 듯한 가족들은, 그만 공연이 끝난 줄 알고 짐을 주섬주섬 챙겨 일어나 나가버렸다. "안 끝났다고 가르쳐 줄걸" 하는 생각과 동시에 돌아오지 않으면 좋은 자리로 옮겨 앉을 요량이었는데, 아마도 나가는 문에서 제지를 당한 뒤 설명을 들은 모양인지 다시 돌아와 앉는 통에 더 좋은 자리를 쟁취하진 못했다. 사진은 쉬는 시간에 가운데 와서 찍은 것.

 공연 중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 동영상은 다른 사람이 찍은 것이고, 배우 역시 내가 본 공연의 Sam이 아니라, Liam과 같은 시기 명성을 양분하다시피 했던 Leon Cooke의 공연 장면이다. 원작 영화에서 난 이 angry dance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데, 뮤지컬에선 왕립 발레단 마지막 면접 장면이 더 많은 관객 호응을 이끌어내는 모양이다. 뮤지컬에서의 angry dance는 영화에서의 단단한 기합이 빠져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원작에서의 감흥 때문인지 난 이 장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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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커튼 콜 할 때 용기내서 찍은 유일한 공연 사진. 뮤지컬은 훌륭했다. 기립박수가 절로 나왔다. 영화 <빌리 엘리엇>을 거의 훼손 없이 그대로 뮤지컬 무대로 옮겨 놓았기 때문에, 비록 영국 북부 사투리가 진하게 배인 영어로 이뤄져 있지만,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알고 있는 외국인에게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소소하게 툭툭 던지는 농담을 못 알아들어 웃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영화에서보다는 마이클과 할머니의 비중을 조금 더 키워 훨씬 입체적이고 풍요로운 느낌을 전했다. 비주얼을 강조하는 무대가 환상적이었고, Soilidarity나 Electricity와 같은 엘튼 존의 노래들도 훌륭했다. 나무랄 데 없는 공연,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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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자체를 별로 본 바 없고, 영국 뮤지컬은 처음이었지만, 저 문구는 어쨌든 공감 백배. 우리나라 무대에 오를 날이 찾아올 수 있을까? 본토 공연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반드시 찾아 볼 것 같다. 이 날의 감흥을 재연하는 것만으로, 아니 그저 자극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을 것 같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