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2007. 11. 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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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인 '관광 코스'와 다른 볼거리를 권해달라는 말에 추천받은 porto bello market은 영화 제목으로 더 유명해진 노팅힐에 있는 일종의 '재래 시장'이다. 아주 유명하지 않은 것은 아니어서 여행 책자에도 곧잘 소개되는 모양인데, 주로 앤티크 물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요일에는 장이 더 크게 열리는 모양인데, 금요일에 찾아간 관계로 그다지 북적이진 않았다. 딱히 살 게 없더라도 눈요기 삼아 구경 다니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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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는 초입에 있던 식당, 12th House. '우리 집' 같은 친근한 마음에 한 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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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티크라고 해봐야 별 건 아니다. 오래된 골동품같이 생겨먹은 것들이 즐비했다. 그러니까 인사동 골동품 골목같은 분위기와 비슷했다고나 할까? 문을 안 연 가게들도 꽤 있었으니 진면목은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일지 몰라도 말이다.

 인사동 어느 가게에서 사왔음직한 한국 기념품도 하나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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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는 그냥 동네 재래시장이었다. 남대문 시장처럼 큰 시장 말고,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길가에 좌판 늘어선 동네 어귀 시장 말이다. 우리 동네에 있는 곳이랑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먹을 거며 입을 거며 비교적 싸게 물건들이 나와 있었고 사람들은 둘러보며 물건을 사거나 가격을 흥정했다. 우리네 시장 풍경과 별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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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이런 풍경들. 엄마가 물건 사러 가게 들어간 사이 울고 있는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은 여지 없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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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쪽은 벼룩시장 코너. 각자 쓰던 물건들 들고 나와 싸게 거래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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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풍경을 보려면 시장을 가야 한다. 외국인들이 남대문 시장에 꾸역꾸역 찾아드는 이유는 꼭히 싼 물건값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calvin.
Posted by the12th
발자국2007. 11. 18.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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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의 지하철은, 영국의 많은 것이 그러하듯, 세계 최초다. 1863년에 첫 개통을 했다고 하니 140년도 넘은 것이다. 그 옛날에 뭐가 아쉬워 땅 속까지 파서 교통수단을 삼았나 했는데, 그 때 이미 땅 위 교통 사정이 좋지 않았던 까닭이라고 하니, 이 역시 런던이 오래된 도시라는 점을 짐작케 해주는 이유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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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 입구부터가, 오래돼 보인다. 공식 이름은 언더그라운드. 별명은 지하철 선로의 구조가 둥근 관처럼 생겼다 해서 튜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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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봐라. 지하철 선로와 플랫폼이 하나의 튜브처럼 생겼다. 런던은 분명 대도시이고, 그 대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교통수단이지만, 처음 만들었던 그 모양 그대로 절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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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의 구멍은 겨우 열차 하나 지나갈만큼의 공간이다. 공간이 좁으니 열차라고 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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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치는 우리보다 훨씬 큰 놈들이 지하철을 왜 이렇게 쬐끄만하게 만든단 말이냐. 지하철도 자그마하게 둥근 반원 형태로 생겼다. 키가 좀만 더 크면 구부정해야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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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별 탈 없이 출퇴근 시간대까지도 운행하는 걸 보면, 뭐 탈만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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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도어. 선진국 지하철이라고 스크린 도어가 죄다 있는 건 아니다. 필요하다 여겨지는 곳에만 있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혼잡한 역 위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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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이 오래됐고 또 노선도 복잡하지만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본 사람이라면 전혀 겁먹을 필요가 없다. 서울 지하철도 그만하면 복잡한 편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환승도 비교적 단순해서 써진대로 찾아가면 만사 오케이다. 안내 표지판은 충분히 친절해서 모든 정보를 정확히 일러준다. 그러므로 안내 표지판이 가르쳐주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가령 바로 위 사진에서처럼, 런던 지하철 역사에는 '화장실'이 없다. 애꿎게 찾으려 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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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도 작고 역사도 작고 선로도 작고 플랫폼도 작은데 환승통로라고 해서 클리 없다. 이렇게 생겼다. 다른 데로 샐 것도 없이 그냥 뚫린대로 쭉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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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관이라고는 눈꼽만큼도 고려한 것같지 않은 환승통로의 '심지어' 거친(!)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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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켓은 보통 런던 시내인 4구간까지를 기준으로 할 때 편도 4파운드. 1일권은 지난 번 말한대로 5.7파운드다. 출근 시간대인 오전 9시 반까지는 더 비싸다. '대중교통'이란 말이 다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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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시의 사람사는 꼬라지는 다 거기서 거기다. 퇴근길의 에스컬레이터에는 튜브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의 속도로 붐볐다.

calvin.
Posted by the12th
발자국2007. 11. 18.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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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자체가 오래된 것들이 모인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 도시'이긴 하지만, 그 박물관 속의 박물관 또한 유명하다. 바로 우리에겐 '대영박물관'이라고 불리는 the British Museu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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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영국박물관'이라고 해도 될 것을 굳이 '대영'이라고 번역해 이름 박은 것에는, 이 박물관이 영국의 식민지 시대 유산이라는 점을 넌지시 내보이려는 의도가 담겼던 것 아니었을까? 실제로 오래된 것들 가운데 귀한 것들만 모인 이 박물관에 있는 것들이란, 죄다 남의 나라에서 약탈해 온 것들 뿐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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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지배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태어난 탓인지 난 이런 '약탈물 보관소'같은 공간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 박물관에서도 볼만한 것들이란 이집트의 미이라나 모아이, 로제타석 같이 하나같이 훔쳐온 것들 뿐이다. 영국이나 유럽의 것들은, 솔직히 볼만한 게 별로 없다. 불편한 마음에 건성으로 둘러봤다. 약탈의 역사가 창피해서라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할터인데, 이걸 자랑스럽게 전시해놓은 그들의 정서를 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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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루브르 박물관보다 양반인 것은, 돈은 따로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사진 촬영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일말의 양심은 있다는 건가? 그게 도적질한 죄를 덮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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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은 고까웠지만, 미술관은 매우 훌륭했다. 사실 영국으로 떠나기 전,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발품파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던 게 어리석었다 느껴질만큼, 국립미술관의 그림들은 하나같이 멋졌고 또 좋았다. 고흐, 카라바조, 드가 등의 실제 그림들은 <플란다스의 개>의 네로가 왜 죽어가면서까지 루벤스의 성모상을 직접 보려 했던건지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이 내게는 특히 좋았는데, 인쇄된 그림이나 복제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유화 질감이 뿜어내는 특유의 강렬함에 도취돼 버려 그림 앞에서 한동안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게임 회사의 프로모션 행사 탓에 어수선한 트라팔가 광장과 영국의 국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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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박물관이 전통 회화의 보고라고 한다면 테이트 모던 갤러리는 현대 미술이 가득한 놀이터 같은 곳이다.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만들었다는 건물과 그 발상부터가 대단히 모던한 느낌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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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트 모던 갤러리 터빈 홀에 '전시' 된 도리스 살체도의 Shibboleth이란 작품. 서구 중심 사회의 차별을 형상화했다는데 그런 의미는 잘 모르겠고, 아이들 뿐 아니라 모든 관람객들이 신기해 하며 균열된 금을 따라 재미나게 노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현대 미술은 독특하고 기특해 보여 고전 미술과 다른 상쾌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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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의 미술품? 박물관 뿐 아니라 이런 미술관도 모두 무료 관람이 되는 도시에 살다보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예술가의 기질을 품게 될 것만 같다. 길거리 낙서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더라. ^^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