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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8 이것이 영국이다 <11> - old trafford 6
발자국2007. 11. 2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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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영국은, 셰익스피어나 찰스 디킨즈와 같은 대문호의 나라이자, the Beatles나 oasis처럼 브릿팝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또한 축구의 본고장이자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가 펼쳐진 나라이기도 하다. 내 금쪽같은 휴가 기간 여행지로 하필 영국을 선택한 데에는 '축구'가 이유의 50% 쯤은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영국을 찾는다는 건 싱글일 때에나 가능한 프로젝트. 이번이 아니면 평생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일을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꿈의 구장'을 찾았다. 2006-2007 시즌 EPL 우승에 빛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구장, 올드 트래포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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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 트래포드를 찾아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맨체스터 시가지에서 Tram, 즉 전차를 타고 Old Trafford station을 찾아 가면 된다. 올드 트래포드 경기장을 연상시키는 친숙한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올드 트래포드에 당도하면, 친절한 안내 표지판이 길을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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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굳이 친절한 안내 표지판이 없어도 된다. 전차 안에서부터 빨간색 유니폼 레플리카를 입고 있는 놈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 뒷꽁무니만 쫓아가면 올드 트래포드가 나오리라는 건 자명한 일. 오후 3시 경기에 관광을 겸해 일찍 서둘러 나왔는데도 빨간색 유니폼은 심심치 않게 눈에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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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걷는 이 길이 올드 트래포드를 향해 가는 길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은 또 있었다. 바로 길 곳곳에 있는 축구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흔적들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을 달러로 사들인 '미국 자본' 글레이저 가문을 거부하는 서포터들의 낙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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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붉은 악마'가 리버풀의 '불사조'를 작살내는 그림. 두 팀이 전통의 라이벌이라는 점도 선명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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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빛낸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의 얼굴이 그려진 상점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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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장이 가까워 오면서 슬슬 응원도구나 짝퉁 기념품을 파는 좌판들도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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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둥....! 마침내 드러낸 웅장한 위용을 보라.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경기장, 올드 트래포드다. 정면엔 60년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맷 버스비 감독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그를 이어 두 번째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퍼거슨 경도 사후에 저렇게 동상으로 남아 이 곳을 지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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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장 정문을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메가 스토어.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공식 기념품 판매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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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기념품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아무래도 주로 잘 팔리는 물건들 위주로 깔아놓은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유니폼 레플리카 같은 옷가지들이 주류를 이뤘는데, 나이키에서 만든 것들은 솔직히 별로 사고 싶지 않게 생겨 먹었다. 마킹된 유니폼 레플리카 쪽이 가장 붐볐는데, 10번을 꿰찬 루니와 7번의 호나우두 유니폼이 압도적으로 매장의 공간을 채웠다. 그만큼 많이 팔린다는 이야기. 13번 유니폼은, 박지성의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긴 까닭인지, 눈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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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보이면 반가운 박지성 기념품. 저 그림은 파격적인 가격으로 세일 중이었는데, 같이 세일되는 그림의 주인공이 이미 팀을 떠난 에인세인 걸로 봐서, 박지성 그림도 어지간히 안 팔리는 모양이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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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오늘과 과거. 옛 영광의 사진을 보면, 맷 버스비 감독과 조지 베스트, 보비 찰튼 같은 전설적인 얼굴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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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가스토어에서 나와 경기장 주변을 배회했다. 여기가 경기장의 구석구석,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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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회하다 보니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보였다. 직감적으로 뭔가 반가운 일이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가 보니, 역시나, 선수단 버스의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였다. 웬 떡이냐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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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정말 미끄러지듯 경기장으로 도킹했다. 사진기를 꺼내들고 찍어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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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젠장, 자리를 잘 못 잡았다. 버스 출입문이 벽에 완전히 가려 누가 내리는지 전혀 볼 수가 없는 게 아니냐. 눈으로 보지 못하면 사진으로라도 남겨야 한다. 각을 넓히기 위해 팔을 길게 뻗어 사력을 다해 셔터질을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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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해서 건진 유일한 한 컷. 반 데 사르가 막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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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차례. 예매한 티켓을 수령하기 위해 티켓 사무실 건물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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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는 10월 27일 미들스브로 전이다. 82파운드, 우리 돈으로 15만원 좀 넘게 주고 산 이 티켓은, quadrant, 그러니까 코너 쪽 좌석과 Kit Room 이용 서비스와 경기 프로그램이 포함된 가격으로 파는 것이었다. 한국 티켓 대행 사이트에서 20만원에 파는 걸 생각해 보면, 차라리 서비스가 포함된 이 티켓이 낫겠다 싶어 구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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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켓 값에 이용권이 포함된 Kit Room은 맥주도 마시고 간단한 음식도 먹을 수 있는 바 같은 곳이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구단에서 운영하는 모양이었다. 이용권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개방이 되는 곳으로, 경기 전이나 하프 타임 때 여유있게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메리트가 분명 있었다. 허기가 많이 질 때가 아니어서 음식은 관두고, 맥주만 두 파인트 시켜 마셨다. 목이 따갑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생맥주 맛이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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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 Room에서 본 풍경. 슬슬 안전 요원들도 경기장 안으로 배치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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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경기를 보러 갈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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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너 쪽이라고 해서 자리가 많이 안 좋을 줄 알았는데, 경기를 보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맨 앞 줄은 선수들을 가까이 볼 수는 있지만 경기 전반적인 모습을 보기 어렵다 해서 선호되는 자리가 아니라고 한다. 값도 싸고. 코너 쪽 자리도 경기장이 한 눈에 들어와 전술적 움직임을 살피는 데는 썩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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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 풀러 나온 선수들. 루니도 보이고 테베즈도 보이고 호나우두도 보이고, 죄다 보인다, 기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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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전 관중들이 들어차기 전과 경기 시작할 무렵 관중들이 꽉 찬 모습. 경기장을 찾은 인파는 7만 5천여 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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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킥 오프. 서포터들의 응원 소리가 짜릿한 전율과 함께 경기장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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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 스탠드의 서포터들 자리. 경기 내내 시종일관 우렁찬 응원 함성과 응원가로 경기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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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중간에 북쪽 스탠드가 약간 술렁거려 보았더니, 미들스브로 팬 하나가 맨유 서포터들 안에 들어가 알짱댔던 모양이었다. 충돌을 우려한 안전 요원들이 미들스브로 팬을 데리고 자리를 옮기자 맨유 서포터들은 이끌러 나가는 그를 보며 '빠이빠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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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옆 자리에 앉은 맨체스터 놈들. 차림새로 보나, 끊임없이 응원가며 구호를 따라 부르는 것으로 보나, 서포터가 분명한데 왜 북쪽 스탠드에 안 가고 내 옆에 앉았나 모르겠다. 여튼, 이 친구들 덕분에 축구 보는 흥은 한껏 즐겼다. 잘 안 들리는 구호는 뭐라 그러는 거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골이 터질 때마다는 마치 전쟁 통에 헤어졌다 상봉한 가족마냥 부둥켜 안고 팔짝 팔짝 뛰었다. 내 바로 옆의 뚱뚱한 친구는 내게 말을 많이 붙이기도 했는데, 내가 '길게' 대꾸하지 않아 정상적인 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미안하다. 짧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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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에 나와 10여 분 뛴 동국이도 보이고... 솔직히 팀에 젖어들지 못했더라. 열심히는 뛰는데 동료들과 따로 놀아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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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4:1 완승. 상대팀의 동점골도 있었고, 우리 팀의 많은 골도 있어 나름대로는 아깝지 않은 경기였다. 이것이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 축구라는 점을 여실히 느낀, 즐겁기도하고 부럽기도 했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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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끝나고 나오는 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찰들인데, 말을 타고 있어 더 위압적이고 색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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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겪는 일이건만, 뾰족한 수는 없는 모양이다. 그 많은 인파를 실어 나르는데, 전차 역의 안 쓰는 출입구 한 개를 더 열어두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늘 겪는 일이라는 듯, 사람들은 그냥 저냥 줄을 서 기다렸고 결국 앞 사람 가고 나면 내게 기회가 오는 게 당연한 법이라, 전차를 기예 타긴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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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만원 전차. 뒤에서 사람들이 밀고 들어오는 것을, 자기 앞쪽에 아이들이 있다며 필사적으로 버텨내는 아저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음도 이렇게 따뜻한 법이다. ㅋ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