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2.01 이웃의 섬나라
얄라리얄라2009. 12. 1. 23:01

 검은 머리와 노란 피부, 한자 문화권. 그 외에는 공통점이라고는 없다. 일본과 우리는 비슷하다기 보다는 다른 게 더 많았다. 그냥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백제 유목민이 건너가 만든 나라니, 36년 식민 통치가 있었던 관계니 하는 건 다 쓰잘데기 없는 말이었다.  

 비행기로 2시간이면 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인 관광객을 배려한 한글 표지판들이 심심치 않게 있다는 점을 빼고는 이웃이라는 느낌도 생소했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은 괜한 게 아니었다. 말하자면 같은 동북아 나라라는 동질감보다는 이질감이 훨씬 더 깊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일본은 일본이고, 우리는 우리다.
 
 그 간극은 메우려 한다고 해서 메워질 게 아니다. 애써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차라리 다름을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이 현명한 일일 터였다.

 일본은 큰 나라였다. 세계에서 중국과 일본을 무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우스개 얘기도 있지만, 정말 우리가 쉽게 경쟁상대로 견주거나 넘볼 수 있는 상대는 분명 아니었다. 초고속으로 일군 우리의 경우와 달리 오랜 세월 켜켜이 쌓아온 근대화의 기본기가 상당히 탄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눈에 밟히는 곳곳에서 우리에게 없는 저력이 느껴졌다. 우리로선 겸손한 자세로 더 배워야 할 일이다.

 첫번 째 결혼기념일을 자축하기 위해, 그리고 아껴먹으려 챙겨뒀던 휴가를 이제 더이상 미룰 수 없어 일본을 다녀왔다.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한 번도 스스로 가보려 했던 적은 없었다.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관심 쏠리는 면이 전혀 없는 나라는 아니었지만, 부러 찾아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반려자가 아니었다면, 출장으로 가게 되기 전엔, 평생 이 섬나라 땅을 밟아볼 일이 없었을지 모른다. 

 정권의 낙하산 투하로 회사가 어수선한 상황을 맞닥드려 여행이 마음에 걸리긴 했다. 1년 전에도 내가 몸담은 프로그램의 존폐 위기 속에서 여행을 해야 했는데, 이래서야 맘 편히 여행 계획도 짜지 못하게 생겼다. 하지만 그래도 여행은 스스로에게 좋은 일이다. 새로운 자극이 되었고, 공부가 되었다. 그것은 결국 자신을 매진케 하는 데 힘이 되어줄 것이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