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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9.27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8
발자국2009. 11. 10. 01:03
 축제는 즐기라고 있는거다. 주말이 무료한 '우리'에겐, '즐거운' '축제'가 필요했다.


 여름의 축제는 '지산 록 페스티벌'이다. 축제의 마지막 날 라인업은 장기하와 얼굴들, 언니네이발관, JET 그리고 Oasis. Oasis만으로도 사수해야 할 축제인데, 인생에 딱 한 번 올까 말까 할 환상의 라인업이라니, 이를 어찌 포기하겠나. 부랴부랴 차를 끌고 가 진땀 빼며 주차를 하고 난 뒤 들어갔을 땐, 이미 장기하와 얼굴들이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불러 대고 있었다. '신생' 밴드 치고는 메인 스테이지를 장악하는 무대 매너가 훌륭하다. 정말 물건은 물건이다. 조오타!


 메인스테이지만 주구장창 지키고 있으면 되려나 했는데, 아뿔싸, 언니네이발관은 옆에 마련된 규모가 작은 그린 스테이지인가 하는 데에서 공연을 한다고 한다. 여기는 주로 인디밴드 등의 공연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감칠맛나는 공연들이 많아서 여기서만 죽때리고 있어도 심심하지 않겠다 싶긴 하더라만, 메인 스테이지의 라인업이 너무나도 빵빵하다. 메인스테이지와의 거리는 뛰어서도 2-3분이나 걸리는 시간. 언니네이발관은 살짜쿵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인이 몰려오는 축제에는 이런 놈들도 있게 마련. 무관심 밴드들의 공연이 있을 때 잔디밭에 퍼질러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었는데, 저렇게 생긴 놈이 와서 저러고 있더란다.



 드디어(!) 만나보게 되는 JET. 마음 같아서는 저 스탠딩 무리와 함께 방방 뛰고 싶었으나, 30대 저질 체력에 홀몸이 아니었던 관계로 멀찍이서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최근 나온 밴드 가운데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밴드였고, 기대되는 무대였으나, 음... 라이브의 위압감은 생각만큼은 아니었다. 역시 이런 큰 무대에서는 경험이 중요한 요소. 더 자라서 단독 콘서트 함 와라. 기다릴게.



 스탠딩은 팔팔한 놈들에게 양보(!)하고, 언덕 배기 벤치 앞에서 신명나는 가락에 어깨 춤만 덩실덩실.... ㅡ,.ㅡ;;;



 JET의 공연이 끝나고 어둑어둑해지자, 사람들이 어둠을 헤치고 하나둘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날의 헤드라이너 공연이 곧 시작할 참이었기 때문이다.


 Oasis는 마치 JET에게 라이브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듯 한 정도였다. 이미 두 차례의 내한공연을 섭렵했지만, 록페스티벌에서의 Oasis는 또 달랐다. 신곡 위주로 짜여진 내한공연에서의 셋 리스트와 달리, 그야말로 히트곡 중심의 셋 리스트 역시 흡족했다. 들어도 들어도 즐겨도 즐겨도 목마름이 당최 해결되지 않는 짙은 여운을 남긴 공연이었다. 다음을 기약했으나, 아뿔싸, 이제 그들에게 '다음'은 없다.



 '앵콜 요청 금지'용 폭죽 놀이? Oasis 공연이 끝나기가 무섭게 터지는, 축제가 쫑났음을 알리는 폭죽에 사람들의 앵콜 연호 소리가 묻히고 말았다. 우리도 넋을 놓고 축제의 화려한 끝을 함께 한 뒤, Oasis가 섰던 뜨거운 무대를 슬쩍 뒤돌아 보고는 총총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어, 가을.



  자라섬은 2년 전에도 찾아왔던 곳이다. 나보다는 반려자가 즐겨하는 재즈 축제의 현장. 2년 전 좋았던 기억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생계인이 되다 보니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서야 오게 되는구나...


 마지막 날 첫 공연을 연 전혜림과 친구들. 2년 전에는 재즈도 대중음악도 아닌 듣보잡들이 나와 분위기를 흐렸는데, 오호, 이번엔 처음부터 맛깔나는 음악을 선사해준다. 미국 줄리어드 음대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강단에 선다고. '여우야 여우야'를 응용한 한국적인 재즈 음색을 들려준다.


 
 축제는 밤이 깊어질수록 무르익는 법. 재즈 선율은 어둠 속에서 더욱 흐느적거린다.

 젊은 관객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불렀던 재즈 기타리스트 스캇 헨더슨의 베를린 챔버스 트리오. 공연이 끝난 뒤 사인을 받으려고 상당수가 다음 공연을 마다한 채 자리를 박차고 나갈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공연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리차드 갈리아노 탱가리아 4중주. 2년 전에도 반도네온의 탱고 가락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 반려자는 음악에 취해 시종 만면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리차드 갈리아노의 솔로는 그 가운데서도 백미. 공연 하나로 반해 현장에서 CD를 사려 했으나, 이미 먼저 취해버렸던 사람들이 죄다 사갔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품절된 CD를 재입고 요쳥해 놓고 마냥 기다리는 중...


 마지막 공연이 한 팀 더 기다리고 있었으나, 우리는 서둘러 빠져나왔다. 추위에 지치기도 했고, 한꺼번에 빠져나가느라 길이 막힐 것도 염려됐기 때문이었다. 9월에 하던 축제가 10월로 미뤄지면서 한밤의 추위는 생각보다 견디기 어려웠다. 다시 9월의 선선한 축제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롯데의 스폰서 도배가 지나쳐 보이기도 했지만, 이만한 수준과 규모를 유지하자면 어쩔 수 없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라인업이 훌륭해 내년이 또 기대되는 축제였다.

calvin.
Posted by the12th
발자국2007. 9. 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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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를 믿냐고? 글쎄, 뭘 알아야 믿든 말든 하지.

  언제였던가 머리에 흰머리 날 때까지 지긋이 듣기엔 재즈가 그만이라는 얘기를 들은 뒤부터 재즈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아 글쎄 도무지 정을 들러 붙어야 친해지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니냐. 공기 좋고 풍경 좋은 데에서 재즈의 선율에 온 몸을 내맡기면, 알듯 모를듯 했던 재즈가 어느 결에 내 정서에 스며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갔다. 하루 나절 정도면 재즈를 믿는 정도가 아니라 재즈 신도로 만들어 낸다는 마법의 자라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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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아무래도 재즈 '페스티벌'이다 보니, 재즈 뿐 아니라 각종 행사와 이벤트도 마련돼 있었다. 그렇지만 메인은 역시 '재즈'. 행사를 즐기는 기쁨을 포기하고 '재즈 스테이지'에 몰입하기로 했다. 문을 열기 두어시간 전부터 길게 늘어선 재즈 스테이지 앞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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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진 자리? 그딴 거 없다. 드넓은 잔디밭에 깔리는 내 돗자리 크기만큼, 그 만큼이 바로 내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문이 열리면 모두 제각각 손에 든 돗자리를 들고 냅다 뛴다. 돗자리는 은박 돗자리부터 대나무 돗자리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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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정 시간을 훌쩍 넘어 시작한 첫 번재 무대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였던 송홍섭과 그의 밴드의 것이었다. 기다린 시간이 무색하게도, 마치 주요 공연의 오프닝 무대같이 집중력을 무너뜨리는 공연이었다. 조용필의 주요 히트곡을 재즈로 편곡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퍼커션 정도를 빼면 너무 숙달되지 못한 새션들과 보컬들이 청중의 관심을 멀게 했다. 게다가 중간에 "하지 마!" 소리를 절로 나게 만드는 어설픈 래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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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뉘엿뉘엿...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축제는 더욱 빛이 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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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진 공연은 료타 코마츄와 탱기스트의 탱고 연주. 일본에서 온 이 팀부터 재즈 페스티벌의 진가는 드러난다. 비주얼부터 연주까지 탱고 선율에 젖어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더듬더듬대는 한국말로 막간을 진행하는 '가와이' 무대 매너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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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고 선율의 황홀경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 뒤를 잇는 것은 래리 코엘과 밥 제임스, 하비 메이슨과 한국의 베이스시트 서영도의 협연 무대다. 등장부터 재즈 애호가들의 환대를 받는 걸 보니 머리 하얗고 뚱뚱한 이 서양 노친네들 내공이 보통 아닌가 보다 했는데, 역시나다. 크게 힘 들이지도 않고 여유 있는 가락으로 혼의 곡조를 울리다니, 입이 벌어지고 감탄사가 저절로 새어 나온다. 사실상 이날 재즈 스테이지의 하이라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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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들었던 노친네들의 연주에 여유로운 내공이 배어 있었다면, 마지막을 장식한 스탠리 클락과 조지 듀크의 공연은 흑인 재즈 특유의 진득진득함이 묻어난다. 내내 스탠딩 공연이 될만큼 흥겨운 무대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앞선 공연에 너무 넋을 홀딱 빼앗긴 까닭인지 나는 내처 피곤에 젖어 들었다. 젊음이 부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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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재즈를 믿게 됐냐고? 최소한 더이상 의심은 않을 것 같다. 주섬주섬 다른 재즈 선율을 귀에 갖다 대려고 하니 말이다. 막귀인 내게도 재즈의 환상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으니 자라섬의 마법이란 게 있긴 있는 모양이다.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