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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16 대세의 눈물
얼굴2010. 6. 16. 22:17


 그가 재일교포가 아니라 본적과 국적마저 오롯이 북한 사람이었다면, "유별나다"는 반응이 터져나왔을지 모른다. "천안함 침몰시키고 쑈하냐"는 이죽임이 새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뚤어진 오해를 의식했던 것일까. 그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흘린 눈물의 의미를 정확히 설명했다. "최고무대, 최강팀이라서 울었다"는 것이다. 꿈에서나 그리던 그 무대에 비로소 서게 된 감격을 표현한 눈물이었다.

  돌이켜 보면 1966년에도 그랬다. 포르투갈과의 8강전, 북한이라는 팀은 3:0으로 이기고 있는 와중에 공을 뒤로 돌리며 질질 시간을 끌어도 모자랄 판에, 터치아웃된 공을 쏜살같이 뛰어가 잡아 잽싸게 드로인해 경기를 속개하며 전력을 다해 '축구'를 했던 순진무구했던 선수들이었다. 축구 자체를 위한 열정적인 움직임에 감동한 영국 사람들은 아직도 그 때의 북한팀을 기억하고 있다. 박두익 옹은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축구는 이기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친목을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라고.

 월드컵이 너저분한 돈 잔치가 되고, 월드컵 출전이 자신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21세기에, 정대세의 눈물은 축구 그 자체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감동이 아직 사멸하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정대세는 이번 월드컵에서는 정말 기대치도 않게, 반짝이는 보석과도 같은 가치를 확인하게 해주었다. 수단으로서의 축구가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축구의 가치 말이다.

 본선 무대에 나올 때마다, 북한 축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그들은 정말 특별하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