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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4 맨체스터 Utd.의 7번 6
얼굴2008. 4. 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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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과의 불화 끝에 주장이자 간판 스타인 데이비드 베컴이 팀을 떠난 뒤, 그가 달았던 백넘버 7은 포르투갈에서 막 영국으로 넘어온 18살짜리 '애송이'에게 주어졌다. 보비 찰튼과 조지 베스트, 에릭 칸토나를 거쳐 데이비드 베컴까지, 팀에서 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의 선수만이 달았다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7번이 말이다. 떠나간 베컴의 헤어 스타일을 흉내내고, 패싱 게임 대신 잔 기술에 심취해 돌파를 즐기던 이 풋내기에게 이 백넘버는 과분한 듯 보였다. 하지만 리스본과의 친선경기에서 자신의 팀이 농락을 당하는 와중에도 그를 보며 얼굴에서 웃음을 지울 수 없었다던 퍼거슨 경은 그를 데리고 오자마자 그에게 과감히 7번을 달아 주었다. 그건 "최고가 돼라"는 뜻이었다.

 퍼거슨 경은 틀리지 않았다. 툭 하면 경기 흐름을 끊는 드리블을 해 대는 통에 한 때 홈 팬들의 야유까지 들었던 그는 자신의 등에 붙은 번호의 값어치를 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 무게를 훌쩍 뛰어넘고 말았다. 앞서 전설이 되었던 7번 선배들을 계승하는 것을 넘어 한 단계 진화된 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그는 23살의 나이에 이미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플레이어가 되고 말았다.

 동시대인에 의해 새로운 신화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목도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펠레나 마라도나, 조지 베스트나 요한 크루이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그는 달래주고 있다. 하지만 그 바람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7번을 달게 될 후배 선수들의 어깨는 한층 더 무거워지게 생겼다. 불쌍하게도.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