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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6 작별인사 2
  2. 2007.04.15 보도본부 3층 12
  3. 2007.04.13 오픈 스튜디오 2
후일담2009. 11. 6. 12:26


 장례식이 치러졌던 5월 29일에, 난 사회팀으로 파견됐다. 국민장 특집 뉴스에 사회팀 일손이 많이 필요했던데다, 반면 이런 특집 뉴스의 경우 경제팀에선 딱히 할 일이란 게 없기 때문이다. 난 이례적으로 차출을 반겼다. 경제팀 농식품 부문을 맡은 까닭에, 노짱 서거 정국에서 기자로서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했던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려있던 참이었다. 개인적으로야 그의 삶을 마음에 새기고 그의 죽음이 지닌 뜻을 기렸지만, 기자된 입장에서도 무언가 자취를 남기고 싶었다. 국민장 특집 뉴스에서의 사회팀 파견은, 나로선 직업적으로 그를 추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내게 할당된 아이템은 '시민 분향소 7일의 정리'였다. 굳이 촬영하러 나갈 일도 없었다. 국민장 기간동안 덕수궁 앞에서 찍어온 무수한 테이프들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자료들을 꼼꼼이 새겨 보고 녹취를 정리하고 잘 구성하고 편집하면 될 일이었다. 난 한 박스 되는 테이프들을 순서대로 챙겨서 편집실에 틀어박혀 부지런히 그림들을 스캐닝했다.

 테이프에는 말로만 듣던 시민들의 취재 거부 현장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카메라를 내려놓은채 마이크를 켜 놓아 현장을 담아낸 그 촬영본에선, 차분한 어조로 왜 취재거부를 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남아 있었다. 그들은 흥분하지 않았고 이성을 잃지도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취재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쯤 되면, 도저히 그들의 의사를 거스른채 취재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다. 현장의 기자가 느꼈을 곤혹스러움과 자괴감은, 그 장면을 뒤늦게 바라보는 내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시민 분향소의 7일을 함축적으로, 그러면서도 의미있게 담아내는 것이 내 목적이었다. 의미있는 녹취를 추리고 영상을 구성했다. 첫 문장이었던 "낮에는 국화가, 밤에는 촛불이"는, 시민분향소에 있던 시민들이 썼던 그 문구였다. 그 외에 그 현장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길은 없었다. 그리고 노짱의 삶과 죽음이 살아남은 자들에게 남긴 의미를 담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나서 서로를 돕는 모습은 고인이 꿈꾸던 세상을 닮았습니다"라고 시민분향소를 평가했다. 말 그대로의 "깨어있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에 고인은 지하에서라도 바라보고 흐뭇해 했을지 모를 일이다.

 사실 나 역시 덕수궁 앞 분향소를 다녀와 봐 느껴봤지만, 현장의 감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분노'였다. 미안함이나 안타까움은 그 다음이었다. 덕수궁 돌담길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격문에는 분노의 감정이 압도적으로 표출돼 있었다. 난 그걸 외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해서, 내가 애초에 썼던 원고는 "슬픔과 안타까움, 자책감, 그리움, 먹먹함, 그리고 정부에 대한 분노... 시민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였다. 데스크는 "정부에 대한 분노"를 거론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최종 원고에서 그 부분이 빠진 것은 그 때문이었다. 클로징 멘트 역시 원래 내가 썼던 원고는 "지난 7일 동안은 사방이 막힌 서울 광장보다 차라리 이곳이 시민들의 광장이었습니다" 였다. 이 부분 역시 데스크 과정에서 한결 다듬어진 언어로 바뀌었다.

 나는 여전히 방송이 '있는 그대로의 민심'을 실어 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송의 파급 효과 때문에 그것이 '정제'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그렇지 않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하지는 못한다. 데스크와 짧은 커뮤니케이션 뒤에 난 데스크의 판단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난 노짱을 향해 기자로서의 작별 인사를 건넸다. 1주일 내내 마음을 짓누르던 먹먹함, 상실감, 미안함도 그제서야 조금 걷어낼 수 있었다. 리포트 BGM에 사용한 음악의 제목처럼, 그렇게 벚꽃이 지는 것과 함께, 그 봄날은 끝이 났다.

calvin.

Posted by the12th
찰나2007. 4. 1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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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본부 3층. 이쪽 끝과 저쪽 끝.

calvin.
Posted by the12th
찰나2007. 4. 1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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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라인>을 비롯해 10분짜리 뉴스나 <뉴스네트워크> 등 주요 뉴스들은 3층 보도본부 맨 끝에 있는 오픈 스튜디오에서 진행한다. 투명 유리로 보도본부가 훤히 보인다 해서 일명 '어항'으로 불리우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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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라인> 첫 출연을 위해 이 곳을 처음 찾았던 기억이 난다. 스튜디오 밖에서 조명이 때려붓는 스튜디오 안을 슬쩍 보고는 어찌나 떨리기 시작했던지, 나중엔 방송을 어떻게 마쳤는지 기억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고 아닌 사고도 내곤 했던, 지금은 혼자 피식 웃곤 하는 일들이 많이 있었던 곳이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