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근로자의 열악한 처우를 취재하다 사례로 학교 당직 기사를 취재하게 됐다. 야간에 학교에 남아서 경비서는 사람들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밤, 취재를 시작했다. 사연을 듣고 인터뷰 하고 일하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컴컴해진 복도를 손전등 하나 들고 지나갈 때였다. 웬 여자아이 두세명이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 소리가 잠깐 들리다 만다. 촬영기자가 당직기사 어르신께 물었다. "아직 교실에 남아있는 학생들이 있는가 봐요?" 어르신이 말씀하신다. "그럴리가 없는데... 방금 복도 출입구 자물쇠를 열고 들어오지 않았소.." 헉... 우리는 순간 얼어붙었다. 그 여자아이들 소리는, 그 복도를 처음 지나간 나와, 촬영기자와, 오디오맨만 들었다. 어르신은 듣지 못했다 하신다. 분명, 그 복도 교실은 모두 어두컴컴하고 누가 있을 거 같지 않았는데 말이다. 학교에는, 정말, 실제로, 진실로, 리얼리, 솔까, 귀신이 있는 걸까.............????
학교 야간 당직기사는 교사들을 대신해 학교를 지키는 일이다. 교사들의 숙직 업무만 도맡아 한다고 보면 된다. 교사들이 숙직을 꺼려 하고 여교사가 많아지면서 더 꺼려하고, 교사들의 숙직 수당이 높다 보니 만들어낸 직종이다. 모두가 학교를 떠나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 오롯이 홀로 학교를 지킨다. 그런데 근무 시간은 6시간만 인정받는단다. 학교에 있다고 하여 그 시간동안 내내 경비를 서는 것이 아니고 잠도 자고 쉬기도 하니 그 시간은 빼고 6시간의 근로에 대해서만 시간당 임금을 지급한단다.
나도 회사에서 야근을 서 보지만, 야근하는 동안 항상 일만 하지는 않는다. 텔레비전도 보고, 정 힘들면 잠시 엎어져 눈도 붙인다. 하지만 그 시간까지 포함해 모두가 근무 시간이다. 쉬는 시간과 일 하는 시간을 계량적으로 구분 지을 수도 없거니와, 구분짓겠다는 시도 역시 어처구니 없는 짓이다. 야간 뿐이랴. 주간 근무 때에도 쉬며 일하며 한다. 그렇지만 그 시간을 모두 일 하는 시간으로 포함해 돈을 받는다. 회사에 있기 때문이다. 자고로 직장 내에서 온전한 휴식이란 있을 수 없는 거 아닌가.
학교 야간 당직기사들은 교사와 학생들이 없는 모든 시간에는 학교를 지켜야 한다. 가령 금요일 저녁부터 놀토와 일요일까지 지나 월요일 아침까지는 꼼짝 없이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거다. 골 때리는 건 연휴 기간이다. 명절 연휴 때 역시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보내야 한다. 명절은 가족들이 모이는 때인데, 이 분들에겐 아무도 없는 학교에 홀로 묶여 연금생활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 월급이라도 많이 받으면 보상이라도 되지. 이 분들이 받는 월급은 78만 원이 고작이다.
이런 일도 하겠다고 줄을 섰기 때문에 이런 배짱을 부리는 것일테다. 하지만 이건 노동의 수요와 공급의 차원으로 바라볼 일이 아니다. 노동의 최소한의 존엄성, 이런 건 이른바 문명 사회라면 지켜주어야 하는 게 아니냐. 학교의 귀신보다도 더 무서운 건, 가난하고 힘없고 늙은 노동자들을 학교 지키는 바둑이 정도로 취급하는 우리 사회가 아닌가 싶더라. 오싹하다.
calv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