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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28 오심을 심판하라 4
  2. 2009.11.20 어두운 미래 2
떠듦2010. 6. 28. 11:03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이제 더이상 쿨한 말이 아니다. 심판들의 잘못된 판단은 선수들이 흘려온 땀방울을 배반하는 행위이고, 순수하고 열정적인 퍼포먼스에 오점을 남기는 행위이다. 그것은 또한 축구에 열광하는 팬들에게 '완벽한 경기'를 볼 권리를 박탈하는 범죄적 행위다. 

 오심을 경기의 일부로 봐야 했던 시절이 분명 있긴 있었다. 테크놀로지가 발달하기 이전, 그러니까 경기장 내에서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단 한사람의 눈만이 가장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엔 그야말로 어쩔 수 없이 "오심도 경기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절이 바뀌었다. 심판의 눈 못지 않게, 아니 오히려 심판의 눈보다도 더 치밀하고 정확한 고성능 카메라가 경기장 구석구석에 수십대나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도 떨어지는 심판의 눈에만 모든 상황을 내맡기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다.

 경기장의 모든 곳을 사각 없이 관찰하는 카메라는 심판의 오판을 보완해 줄 수 있다. 비디오판독이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도 아니다. 경기장의 심판진은 역시나 테크놀로지의 발달 덕분에 무선 리시버를 착용하고 있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경기장 바깥의 비디오판독관이 심판이 보지 못하는 상황을 리시버를 통해 그때그때 알려주면 될 일이다. 그것은 경기의 원활한 진행에 도움을 주면 줬지 방해가 되지 않는다.

 비디오 판독이 심판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은 잘못된 것이다. 도리어 남발되는 오심이 심판의 권위를 더 떨어뜨린다. 이제는 일반 관중이 텔레비전을 통해 경기장 내 상황을 심판보다 더 정확히 보는 시대다. 그런 와중에 심판이 눈먼 장님과 같은 머저리 판정을 내린다면, 그 권위는 훼손을 피할 수 없다. 심판이 테크놀로지의 보조를 받아 정확한 판정을 내릴 때, 오히려 필드의 심판관으로서 권위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테크놀로지의 개입이 '인간적인 축구'를 방해한다고 하지 마시라. 오히려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기 운영이, 선수들의 정말로 '인간적인' 꾸준한 노력과 고된 훈련의 결실들을 쉽게 갉아먹고 있다.

 FIFA는 과거 심심치 않게 일어났던 악의적이고도 고의적인 오심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제는 고의적이지 않은 실수들도 방지해야 할 때이다. 그것이 바로 FIFA가 말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한 움직임이며, 전세계 축구 애호가들에게 온전히 아름다운 축구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길이다. 4년동안 기울여온 선수들의 노력을 배반하지 않는 '월드컵의 가치'를 살리는 방법이다. 또한 말 그대로 뿌린대로 거두는 '스포츠 정신'을 있는 그대로 드높이는 길이다.

calvin.
Posted by the12th
떠듦2009. 11. 20. 18:33


 1. 앙리의 핸드볼
 "신의 손"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였지만, 그건 반칙이었다. 현대 축구에서는 심판의 눈을 속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경기장의 구석 구석에 있는 카메라를 통해 지켜보는 전세계 축구팬들 눈을 속일 수는 없다. 앙리는 엔드라인 바깥으로 막 빠져 나가는 공을 자신의 속도로 어쩌지 못하자 왼손으로 툭 쳐서 방향을 돌려 세운 뒤 크로스를 올렸다. 분명한 반칙일 뿐더러, 명백히 의도적이었다. 그는 심지어 파렴치하게도 골 세리모니까지 펼쳤다. 반성을 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에서조차, 앙리는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앙리는 그렇게 이카루스가 되었다.
 
 아일랜드의 반발은 정당했으나, FIFA는 자신들의 '절대적 권위'를 지키기 위해 재경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FIFA의 똥고집은 오히려 자신들의 권위를 갉아먹었다. '부정한 결과'에 납득할만한 사람은, 설사 프랑스 축구팬이라 할지라도 그리 많지 않다.

 98 프랑스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었던 리자라쥐는 "전혀 자랑스럽지 않다. 자축 파티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이번 결과를 비판했다. 프랑스의 언론들도 '찜찜한 승리'에 찜찜한 논조를 보이고 있다. 이날 경기를 본 심판 3명의 나라인 스웨덴 역시, 자국 출신 심판들을 비판하며 이 경기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프랑스 체육 교사 협의회의 성명서이다. "부정행위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예가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전례를 남기면, 과정과 절차의 정당성이 무시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풍조가 한참 배우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스며들게 될 것이며 결국 그것이 자신들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2. '편법 재판소'
 전례는 이미 한국에 있었다. "입법 과정은 위법이나 그렇게 만들어진 법은 유효하다"는 '어불성설'의 식언을, 헌법재판소는 눈 하나 깜빡 않고 전국에 공표해 버렸다. '한국 최고의 사법 결정 기구'라는 국민들이 쥐어준 권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스스로 정치권의 눈치나 슬금슬금 보면서 가장 비열하고 가장 비겁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헌재와 그들의 판단은 한낱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위폐는 맞지만 통화는 유효하다"라든가 "컨닝은 맞지만 합격은 유효하다"라는 식의 패러디가 봇물을 이뤘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스스로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전국민에게 가치관의 혼란과 허탈함을 안겨줬다. 특히 "이번 헌재 결정은 19금"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학생들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주게 생겼다.

 헌법재판관들은 자신들이 대체 대한민국의 미래에 무슨 짓을 하고 말 것인지 몰랐나 보다. 과정과 절차의 정당성을 무시하고 결과만을 좇는 무자비한 정글의 습성이 한국 사회에 판을 쳐도 이제 할 말이 없게 됐다. 헌재는 기껏 정치적 시비를 벗어나려는 알량한 욕심에 한국의 건강한 미래를 엿바꿔 먹고 말았다. 


3. "You Know Who"
 그리고 이 사람. 이 사람이 사장이 되어선 안 되는 이유 역시 간단하다. 그가 사장이 되는 것 자체가 KBS의 미래를 좀먹기 때문이다.

 알려진대로 그는 이병순보다 여러모로 나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다. 기자로서의 경력 면에서나,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 면에서나,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 면에서나, 그가 이병순보다 월등히 월등하다(사실 그 자신의 월등함보다는, 이병순 개인이 지닌 열등함이 워낙 큰 덕분이겠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도 주변 사람들과 최소한의 합리적인 의사소통조차 하지 못하는 이병순보다 그가 월등히 낫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하지만 그것 역시, 싸이코패스적이기까지 했던 이병순의 자폐 성향 때문이지 그의 소통 능력이 평균 이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정치적 배경이 없어 청와대에 충성을 다하려 했던 이병순과 달리, 그는 오히려 소신껏 회사를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물론, 일부의 주장에 불과하다).

 그 많은(혹은 전부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난 '최선의 그보다 최악의 이병순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다. 그가 사장이 된다는 것은, 앞으로는 특정 정치인에 줄을 댄 노골적일만큼 당파적 인물이라고 할지라도 KBS 사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 더 나아가 KBS 사장이 되려면 대선 때 유력 정치인에 줄을 대는 것이 쉽다는 인식이 더 커질 것이다.  그렇게 되고 난다면, 선거 때마다 회사 안에는 일신의 영달을 위해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움직임이 더욱 노골화될 것이 분명하다. 독립성이 훼손되고 나면 공정성과 객관성도 날아가는 것이고, 국민을 위한 방송보다는 정치권력을 위한 방송에 더욱 매진하게 될 것이다. '언론사'로서의 위상은 안드로메다로 날려 버리고, 그저 정치권력 눈치나 보며 당파성에 좌우되는 '국영방송사'로 퇴보하고 말 것이다.

 그것은 전파를 위임한 국민의 이익에도 위배되는 일이며, 한국 사회의 발전도 저해할 일이다. 그가 사장 자리에 앉는 것은, 이 공장의 미래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이 나라의 미래도 어둡게 할 것이다. 물론 그 모든 것이, 사실은, 과정상의 결정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집권이라는 결과물을 안게 된 MB로부터 비롯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