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라리얄라2010. 7. 2. 22:17


 그동안 우리의 파업은 지리멸렬했다. 조합 간부들은 집회장에서 목에 핏대나 세웠지, 파업의 내실을 다질 생각은 안 했다. 파업은 하는둥 마는둥 했다. 그냥 적당한 시늉에 불과했다. 집행부는 언제나 사흘 정도 뒤에 파업을 접을 생각에 급급했다.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파업 유지 의견도 묵살한 채 밀실에서의 '비대위'를 열어 파업을 종결했다. 아무것도 얻는 것 없이,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파업. 그게 내가 이 공장에서 겪은 파업이었다.

 '언론노조'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공기업노조'가 되어 버린 조합으로부터, '배부른 돼지'가 되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새노조를 만들었다. 기존 노조는 조합을 분열시킨 행위라며 마뜩찮아 했지만, 그건 '언론노조'이기를 포기한 그들을 대신해 KBS에 '언론노조'를 다시금 일으켜 세우는 일이었다. 

 구 노조가 이미 잘 컨트롤 되어 갖고 놀기 쉬웠던 사장실의 김특보에게 새 노조가 눈엣 가시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회사는 새 노조와의 교섭에 잘 응하지 않는 방법으로 새 노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다. 새 노조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에도, 사장실의 김특보는 비열하게도 노조 위원장과 급이 안 맞는 일개 국장을 협상 테이블에 대신 앉히고는 22차례의 교섭 과정을 불성실하게 흘려보냈다. 그리고 교섭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렬되었다.

 사장실의 김특보는 "사규대로 처리한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사규는 네 편일지 모르겠으나, 법은 우리 편이다. 법은 우리의 파업에 '합법' 인증을 해 주었다. 대신 우리의 파업 활동을 청원경찰을 동원해 훼방하는 사장실의 김특보 행태야 말로, 법을 따르자면, 명백히 불법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 보는 파업다운 파업이다. 그간 대한민국 노동조합들에 들씌워졌던 '불법' 이미지에 조금도 거리낄 일 없는 순도 100%의 '합법 파업'이다. 대의와 명분, 정의와 정당성이 충만한 자랑스러운 파업이다. 그러니 걱정하실 일이 없다. 자랑스럽게, 훌륭히, 잘 싸워서 마침내 이겨 돌아올 일만 남았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