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보고 친일이다, 반민족이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단 한 번도 그가 "친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한일합방은 조선의 무능 때문"이라는 게 핵심인
일제의 '식민사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그의 '역사인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심지어 그 역사 인식도, '자연인' '언론인' 문창극에겐,
너그럽게 생각해, 문제 삼을 수 없겠다 여겼다.
그저 '대한민국의 총리'가 품을 역사인식으론
치명적인 결격 사유라고 여겼을 따름이다.
우리 보도도 일관되게 그 지점을 문제삼았을 뿐이다.
그러니 졸지에 "친일" 인사가 된 그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식민사관'을 갖고 있는 것과
일제에 적극적으로 부역한 '친일'은
엄연히 그 범주가 다르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비뚤어졌다고 한들,
민족을 팔아먹어 개인의 영달을 탐하는 행위를
곧바로 한다고는 볼 수 없는 법이다.
"친일"은 명확한 행동을 기반으로 정리돼야 한다.
"친일"이라는 딱지를 붙일 때는
좀 더 꼼꼼히 따져 붙일 일이다.
그건 "종북"이라는 딱지도 마찬가지다.
북한을 추종하는 것과 북한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통일을 지향하고,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분단국가라면,
이 차이에 대한 이해는 필수불가결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도리어
자신에 대한 비판 세력 전부를 "종북"으로 내몰아
갈등과 분열을 키우고 권력을 유지하는 데 이용해 왔다.
주장의 맥락을 자르고 정황과 취지를 짓뭉개 가며
'종북 몰이'를 정치적 반대파를 숙청하는 데 요긴하게 써먹어 왔다.
그 선동에 문창극과 같은 극우 언론인들이 앞장서 왔음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문창극은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인으로서 주필로서 스스로의 과거를 돌아볼 수 있었을까?
단순히 억울함만 남았다면, 그 자신에게나 우리 사회에게나
이번 소동은 그저 소모적인 일이었을 뿐이다.
calv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