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끽!2018. 5. 27. 21:27


<그것만이 내 세상>을 봤다.


- 윤여정이 시사회에서 미안해 울었다는 말의 뜻을 알 것 같았다.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이나 배역에 대한 해석력에서 확실히 그간의 윤여정답지 않았다. 예능(혹은 식당? ㅋ) 하신다고 바빴나? 싶을 정도.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뭐 그렇다고 아주 망친 건 아니다. 그래도 윤여정 아닌가. 그러니까 윤여정이 너무너무 못했다기 보다는, 다른 두 배우의 퍼포먼스가 너무 뛰어났던 거다. 윤여정의 연기가 오징어로 보일정도로.


- 진태 역의 박정민은 기대치 않은 발견이었다. 배역에 대한 연구를 무척 성실히 한 것 같다. 자폐아 연기로는 이미 조승우가 제시한 모범답안이 있지만, 거기에 거의 근접했다. 다만 장애인 연기는 어려운 듯 보이지만, 사실 일정한 패턴만 읽고 나면 도리어 쉽기도 하다. 진짜 어려운 연기는 평범함을 연기할 때 나온다.


-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이병헌의 원톱 영화다. 기대치가 낮아 눈에 띠었던 박정민과 달리, 그는 (인간 이병헌에 대한 비호감 정서로) 팔짱 끼고 "어디 한 번 연기해 보시지? 얼마나 잘 하나 보게" 하는 자세로 보는 사람마저 겸허하게 만드는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다. 보잘 것 없이 평범한 조하 역을 빛내는 것 뿐 아니라, 시놉시스나 주제나 별 거 없는 이 평범한 영화를 자신의 연기만으로 특별하게 만든다.


- 영화는 서번트 증후군, 음악 천재, 삼류복서, 불치병, 가족간 오해와 사랑 등 진부하고 식상하고 여기저기서 많이 본 소재들을 끌고 와 적당한 솜씨로 버무려 종합과자세트 같이 구성을 한다. 쉽게 얼렁뚱땅 만든 건 아니어서 꽤 볼만한 장면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보고 나서 (배우들 빼곤) 별다른 잔상이 남지 않는다. 감독이나 대본가의 지분은 미미한 수준이다.


- 특별출연한 한지민조차 강한 인상을 남기며 영화의 큰 지분을 차지한다. 와 이렇게까지 예뻤나? 싶을 만큼 존예... <부활> 때가 리즈시절이라고 생각했는데, 도리어 원숙해지니 단점으로 보였던 가벼운 이미지마저 극복을 하는구나. <빠담빠담>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