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10.06.22 참패의 원인 4
  2. 2010.06.11 천기누설 6
  3. 2009.02.27 part of the masterplan... 14
토막2010. 6. 22. 09:49


 경기 전의 이 모습을 주목하라. 국내 언론들은 순진무구하게도 전설적인 마라도나가 박지성을 반갑게 포옹하며 알은 체를 했다며 감격에 겨워 촐싹댔지만, 이 장면은 그런 장면이 아니다.

 경기 시작 직전, 마라도나가 굳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박지성을 불러 '어루만져 주었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 거 같은가?
 
 이건 격려나 아는 체 정도의 아름다운 장면이 아니다. 마라도나는 여기서 한국 팀의 에이스에게 교묘하게 저주를 건 것이다. 순진한 박지성은 그런 악의를 눈치까지 못해 당하고 만 거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마라도나는 주술적 능력을 신봉하는 자다. 또 스스로 한 종교의 '신'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의 손은 인간의 세계를 뛰어넘는, '신의 손'이지 않은가!
 
 박지성은 마라도나가 상대팀 감독이라는 의심은 하지 않은채, 레전드의 부름을 받고 기뻐서 다가가 인사한 것이겠지만 그 순간 마라도나의 마각은 박지성의 컨디션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었다. 이 어루만짐 하나로, 게임은 이미 끝났던 셈이다. ㅡ_ㅡ;;;

calvin.
Posted by the12th
토막2010. 6. 11. 15:27

 월드컵이 시작된다. 언론과 전문가 그리고 일반 축구팬들까지 각종 예측을 내놓기 바쁘다. 자체적으로 '스포츠토토'를 즐기기까지 한다. 사실 축구의 황제씩이나 되는 펠레도 매번 입으로 삽질을 하면서 조롱의 대상이 될 정도로, 월드컵 결과란 뚜껑이 열리기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결과를 예단하려 드는 것은, 순전히 '재미' 때문이다. 미루어 짐작하며 보는 게 그냥 보는 것보다 재밌거덩. 그래서 나도 뛰어 들어 본다. 개막일 전까지 뭔가 꿈자리에서나마 축구신의 계시를 받아보길 기대해 보았으나, 그런건 개뿔 없고, 아무 근거 없이 일말의 신빙성 없이 내 멋대로 예언을 해보려고 한다. 그러니 이건 순전히 '맞거나 말거나' 예언이다. 뚜껑 열린 뒤 얼마나 맞았는지 '채점'해 보는 것도 재밌는 일일 터이다. 월드컵은 이렇게 축구 이외의 재미를 마구마구 파생시키는, 축제다. ㅋ

=========================================

1. 신들의 나라는 스스로 높은 신전을 세웠다. 촘촘한 도리아 양식의 기둥들은 쉬이 들어갈 틈을 주지 않을 것이다. 기둥은 높고 촘촘하나 너무 오래된 것이 문제다. 내재돼 있던 균열은 지속적인 외부의 공격에 점점 커질 것이다. 번쩍하고 왼쪽 기둥을 공격해들어오는 푸른색 벼락에 신전은 속절없이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신전의 무너지는 잔해만이 상대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것이다. 벼락은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붕괴된 신전 역시 다시 세워지지 못할 것이다.

2. 대지는 태양이 힘을 내는 6월이 되면 더 뜨거워진다. 그렇지만 6월의 태양은 5월만큼 강하지 못할 것이다. 더위에 약한 호랑이는 뜨거운 열기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인다. 호랑이는 맥을 추지 못하나, 더위에 강한 사자만큼은 자던 잠을 깨고 포효할 것이다.

3. 독수리는 두 날개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호랑이 앞에 나타날 것이다. 날아 오르지 못하는 날개는 퍼덕이는 것만으로 위협이 될 수 없다. 다리로만 움직이는 독수리는 빠르지도 못하다. 느리게 움직이다 끝내 호랑이에 목덜미를 물릴 것이다. 독수리는 그것으로 생명을 다할 것이다.

4. 호랑이는 맹수의 왕 위엄을 되찾는다. 이어 파란색 닭을 몰아세우지만 뜻처럼 되지 않는다. 호랑이는 스스로 제풀에 지쳐 쓰러지고 닭은 쉽게 호랑이의 심장을 차지할 것이다.

5. 극동아시아의 적토마는 단번에 천리를 달리는 힘을 지녔다. 달릴 때의 용맹함은 어떤 장애를 만나서도 쉬이 꺾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토마의 한계는 천리까지다. 그 이상을 가기엔 힘이 부친다. 오랜 숙원이었던 복수의 기회가 잠시 찾아 오기도 하지만 유지하지 못한다. 

6. 7월은 새 왕의 즉위식이 열릴 것이다. 새 왕은 자신의 지역을 제패해 새 영주가 된 뒤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 마침내 왕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그동안 무관의 제왕에 머물렀지만 마침내 왕좌를 차지할 것이다. 그의 즉위식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과정에서는 이변이 있을 수 있지만, 이변이 결과까지 지배하지는 못할 것이다.

calvin. 
Posted by the12th
토막2009. 2. 27. 21:34

기자를 꿈 꾸기 시작했을 때, 난 대책 없이도 자신이 넘쳐 있었다.
참 치기 어리기도 하지. 어떤 분야에서라도 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정치부, 사회부, 문화부, 심지어 스포츠부도
난 잘 할 수 있다고,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다.
잡지 기자도 잘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닥 매력 없어 보였던 법조 기자도 시키면 할 거 같았다.
딱 한 분야만 빼고 말이다.

경제부 기자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상상해 보지 않은 내 모습이었다.
경제의 ㄱ도 모르는 놈이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개념들을 읊어대야 한다는 건 두려움이었다.
게다가 난 '숫자 공포증' 비슷한 것마저 있다. 숫자가 싫고, 경제가 싫다. 

그러니 경제팀 발령이 다 웬 날벼락이냐.
전혀 그려본 적 없는 1년동안의 내 모습에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다.

그저 절대자가 그려놓은 어떤 거대한 계획의 한 부분인 것이라는 기분이 든다. 
그냥 흐르는 대로 흘러 간다고 생각하며 담대해져야겠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