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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08 그것은 'G박의 저주'였다...
  2. 2011.05.29 야신의 저주
  3. 2011.05.27 우리 LG가 돌아왔어요! 2
환호2013. 8. 8. 08:57

 올시즌 LG트윈스의 '진격'은 정말 대단하다. 그래도 LG 팬들은 '엘레발'을 자제한다. 10년,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암흑기에 너무나도 처절히 당했기 때문이다. "우리 LG가 달라졌어요"도 한 두번이었어야지... 아예 처음부터 못하면 말을 안해. 팬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극단적인 참담함을 주는 '희망고문'이 반복되자, 정말 저주가 지긋지긋하게 들러붙어 있는 것 같았다. 


 멘탈 게임인 야구에서 저주는 단순히 미신이 아니다. 100년 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숱하게 회자되는 저주들이 있지 않던가. 그 저주는 처음엔 불길함으로, 이후에는 스스로 제풀에 꺾이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긍정, 불굴, 낙관의 에너지 대신 "역시 안되나"하는 생각을 심으며 각종 실책과 경기력 저하를 불러온다. 수십년씩 이어지는 저주도 그래서 더러 있다. 


 LG가 뒤집어 쓴 저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야신의 저주', '캐넌의 저주', '야생마의 저주', 'DTD의 저주' 등등등. 그 모든 저주는 모두 맞는 것도 같았다. 그만큼 LG 프런트가 지은 죄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 눈물 흘리게 하면, 결국 나는 피눈물 흘리게 되는 저주, 저주, 저주들. 눈물 흘리며 팀을 떠난 이가 한 둘이었냔 말이다. 그러니,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됐다. 


 그런데 최근,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건, 어쩌면, 애초부터, 김성근이나 김재현, 이상훈과는 상관없는 저주가 아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이상한(!) 생각이...




 그건 이 사진이 다시 생각났기 때문이다. 내가 그가 응원하는 이 팀을 계속 응원할 수 있을까,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던 이 사진... 공교롭게도 LG의 흑역사 10년은, 정확히 이명박의 치세 10년과 일치한다. 사진 속 그가 입었던 유광점퍼를 그 후 10년간 팬들은 입을 수 없었다. 이명박은 2002년 중반 서울시장에 취임했다. 그 해 기적적으로 한국시리즈에서 불타올랐던 LG는 온전히 이명박의 서울시가 시작된 2013년부터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이명박이 대통령 자리에서 퇴임하고 비로소 자연인으로 돌아간 직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과거의 위용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게 우연으로 보이냐????


 이명박은 2002년 서울시장이 돼서 2006년까지 임기를 다하고, 2007년 대선 후보로 나서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통령 임기를 수행했다. 이명박이 시장 또는 대통령으로 직접 통치를 하지 않은 시기가 물론 있긴 하다. 2007년이다. 놀라지 마시라. 그 해, LG는 암흑기 10년 가운데 가장 가을야구에 가까웠던 5위(!)를 기록했다. 이건 이 시기가 그의 통치 기간에선 빠지지만 대선후보 직함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저주가 아예 풀리지 않았던 것으로 봐야 한다. 


 또 한가지. LG가 타팀 팬들에게 '쥐'로 약칭되며 조롱당하 듯, 그의 별명도 설치류다. 이 역시 기막힌 우연의 일치! 그래서 지난 10년은 차라리 'G박의 저주'로 명명할 수 있다는 게, 나의 가설이다. 


 그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올해, LG는 거침이 없다. 마침내 저주가 풀린 것이다. 그가 지배했던 10년이 우리 사회에도 흑역사였듯, LG도 그 흑역사에 잠시 빠졌던 것 뿐이다. 그러고 나니 이런 생각마저 든다. LG는 시대의 아픔을 오롯이 대변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LG는 우리가 어둠 속에서 살고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게 아닐까...???


(개인적 정치 성향에 따라 웃자고 쓴 글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바보가 되지 마시길. ㅋ)


calvin.

Posted by the12th
환호2011. 5. 29. 14:09

 야구는 '멘탈게임'이라서 징크스가 많다. 징크스는 때로 데이터로 누적돼 좀처럼 깨지지 않는다. 게다가 징크스가 지독해지면 심지어 '저주'로 불리기까지 한다. 야구에는 숱한 저주가 걸리고 또 풀리곤 한다.

 대표적인게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의 저주'. 보스턴 레드삭스가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못 알아보고 헐값에 뉴욕 양키즈로 내보낸 뒤에 100년동안 우승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저주를 풀기 위한 각종 노력 끝에 보스턴 레드삭스는 2002년, 그 저주를 스스로 풀었다. 시카고 컵스가 아직도 안고 있는 '염소의 저주'도 있다. 염소를 데리고 야구를 보러갔던 염소 주인이 입장을 거부당하자 시카고 컵스에게 "앞으로는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저주를 걸었다는 건데, 베이브 루스와 달리 이 염소 주인은 실제로 저주를 걸기까지 했던 까닭인지 여지껏 시카고 컵스는 저주를 풀지 못한 채, 저주 이후부터 지금까지, MLB 구단 가운데 최장기간 우승하지 못한 구단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화려한 플레이와 깨끗한 매너, '자율야구'로 90년대 한국 프로야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던 LG 트윈스가 8년동안 나락에 빠지며 허우적거렸던 것 역시, 지독한 징크스, 일종의 '저주'로 풀이되곤 한다. 이른바 '야신의 저주'다.
 
 좋지 않은 성적으로 전임자들이 물러난 뒤 김성근 감독이 맡았던 2002년의 LG 트윈스는, 사실 상위권 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성근 특유의 조직력 극대화와 벌떼야구로 LG 트윈스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되고, 심지어 한국시리즈에까지 나서게 됐다. 비록 이상훈이 이승엽과 마해영에게 잇따라 홈런을 얻어맞으며, 삼성 라이온즈의 첫 우승을 안기며 준우승으로 시즌을 끝내고 말았지만, LG 트윈스 팬들은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에 갈채를 보냈었다.

 그러나 구단은 김성근 감독을 내보낸다. "LG 야구와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그 이유는 이유대로 타당했다. 90년대 LG 트윈스의 이른바 '신바람 야구'는 선수들의 자율성을 중심으로 한 경기 운영에 방점을 찍고 있었지만, 김성근의 야구는 철저한 '감독의 감독에 의한 야구'였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은 결국, 준우승팀 감독으로는 유례없이 경질되고 만다. 그리고 그 후 8년동안 LG 트윈스는 두 번 다시 가을 야구와의 연을 맺지 못한다. 그 사이, 김성근 감독은 SK 와이번스에서 자신의 야구 철학을 완성시킨다. LG 트윈스가 바닥을 기는 동안 SK 와이번스는 김성근의 지도력 하에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3차례 우승을 했으니, '밤비노의 저주'에 비견되는 '야신의 저주'라 불릴만 하다.



 그 '야신의 저주'가 9년만에 풀릴 조짐이다. 해독제는 독을 만든 이에게 있다고 했던가? 공교롭게도, 그 저주는 야신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풀리게 됐다.
 
지난 시즌 도중 SK 와이번스로부터 트레이드로 세 선수를 영입했다. 박현준과 김선규, 그리고 윤상균이다. 최동수, 안치용, 권용관 등 4명의 즉시전력감 선수들을 내주면서 데리고 온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었다. 시즌 도중 들어온 선수들이라 지난 시즌엔 그다지 역할이 없었는데, 올해 이들은 LG 트윈스 돌풍의 주역이 되고 있다.

  지난 시즌 LG에게 없었고, 올 시즌 있는 게 에이스, 믿음직한 계투, 해결사인데, 이들 세 선수가 그 역할을 채워 주고 있다. 마치 김성근 감독이 애써 조련했던 알짜배기 선수들을 LG 트윈스에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그로 인해 걸렸던 저주를 풀어준 것만 같은 모양새다. 저주는 풀렸다. 이제,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ㅎ

calvin.  

Posted by the12th
환호2011. 5. 27. 09:52


 LG팬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반복되는 말이 있다.
"우리 LG가 달라졌어요"...
8년동안이나 하위권을 맴돌던 지리멸렬한 팀이
단단히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나올법한 얘기긴 하다.

그렇지만 90년대 초 'LG의 시대'를 기억하는 입장에선
당치도 않은 소리다.
난 바꿔 말한다.
"우리 LG가 돌아왔어요!"라고.
과거 찬연했던 시절의 LG가 다시 돌아온 거라고 말이다.

누구 하나 피해갈 수 없는 타선,
튼튼한 선발진과 믿음직한 계투진, 마무리투수,
신기들린 듯한 화려한 수비,
한 번 터지면 멈추지 않는 신바람 야구...

어제 경기는 94년의 기시감을 전해주기 충분했던 경기였고,
그 시절 LG가 다시 돌아왔음을 선언하는 경기였다.

다들 정말 잘해줬다.
이제 진짜, 가을야구를 넘어서
한국시리즈를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