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10.04.07 화풀이 2
  2. 2010.03.24 운명의 골 2
  3. 2007.05.04 괜찮다 괜찮아 2
환호2010. 4. 7. 17:55

 올 시즌 FC서울의 상암 개막전이었던 전북전은 어찌나 화딱지가 나던지.
 지난 시즌 막바지에 1위를 빼앗긴 것을 되갚아 줘도 모자랄 판에,
 '티아라의 저주'에 어이없고, 정조국의 결정적 미스에 안타깝고, 
 결국엔 심우연의 '유다 신드롬' 한 방에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모처럼 반려자 이끌고 상암 찾았는데, 된장, 기분만 버리고 말았더랬다.

 올 시즌도 이렇게 변죽만 울리고 말려나, 했는데 포항을 이겼단다.
 그리고 그 다음 경기는, 수원과의 일전이다.

 가능하다면, 상암에서 열리는 수원전은 가급적 '직관'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경기다.
 K리그에서 보기 드물만큼 치열한 더비 매치인데다, 수원의 모기업은 경멸해 마지 않는 '돈삼성'.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인 까닭이다.
 최근 수원전을 직접 보는 동안 내리 두 경기나 졌더래서 정신적 충격이 이를데 없었기도 했지만,
 박주영이 헤트트릭을 몰아치며 그야말로 대승했던 2006년 컵대회의 기억은 아직도 짜릿하다.
 그게 라이벌전의 묘미다.

 하지만, 결국 직접 보진 못했다.
 아무리 축구가 좋고 더비전이 중요하기로서니, 아버지 생신만 해서는 아니 되니깐. ㅡ.ㅡ;

 뒤늦게 접한 경기 결과는 의외의 3:1 대승.
 어인일인고 했더니, 이운재의 삽질이 가관이었더라. 그러게, 살 좀 빼라니깐.
 마치 동아시아 대회에서 중국한테 뺨 맞고 일본한테 화풀이 한 것과 같은 효과인데,
 중국한테 진 게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던 것처럼,
 역시 전북에게 진 게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만큼 기분 좋은 승리였다.

 라이벌전의 승리는 언제나 즐겁다. 야르~

(그런데, 솔까말, 저 사진에서의 정조국은 '쥐'를 연상케 한다. 아놔,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인데... 어떡하냐... ㅋ)

calvin.
Posted by the12th
환호2010. 3. 24. 13:50


 그에게는 운명을 바꾸는 골이 몇 차례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물론) 2002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나온 골이었다.
 그저 힘으로 우겨 때려 넣던 이전까지의 대표팀 골과 달리 완벽한 트래핑으로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든 골.
 그 골은 그의 축구 커리어를 유럽으로 확장시키는 교두보였고,
 더불어 한국 대표팀의 운명을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결정타였다.

 두 번째는 아직도 온 몸에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2005년 UEFA 챔피언스리그 AC밀란과의 준결승 2차전에서의 선제골.
 질풍같은 쇄도로 카테나치오를 자랑하는 AC밀란의 수비진을 순간적으로 무너뜨리며 만든 그 골은
 그를 최고의 리그, 최고의 팀으로 안내하는 보증수표가 되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진출한 뒤, 박지성은 여러 골을 만들어냈다.
 첼시의 골문을 열어제친 골도 멋졌고
 뛰어난 드리블 뒤 성공시킨 아스널 전에서의 골도 훌륭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사실 모든 골이 아름다웠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리버풀을 상대로 넣은 골은
 그에겐 또 다른 '운명의 골'이 될 것이다.

 운명의 라이벌 팀을 상대로, 
 팽팽하던 승부를 결정짓는 천금같은 결승골.
 이 골은 맨유에 입단한 이후 끈질기게 따라붙던
 자신의 출신과 능력, 가치에 대한 세간의 낮은 평가를 날려 버리고
 비로소 팀의 간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골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그렇게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낸다. 
 그는 만인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calvin.
Posted by the12th
환호2007. 5. 4. 17:30
사용자 삽입 이미지

 0:2로 뒤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괜찮다. 괜찮아. 두 골을 몰아 넣고 동점으로 끝내면 결승행은 우리 것이야.
 우리 팀 선수들의 무거운 움직임과 잦은 패스미스,
 그리고 심지어 수비진의 뻘짓에도 난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 괜찮아. 전반전에 오버 페이스한 AC밀란 녀석들, 곧 체력이 떨어질 거야.
 그 때를 노리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그렇지만 결국 수비하던 오셔를 빼고 사하를 투입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순간,
 역습 한 방으로 쐐기골을 얻어 맞고 모든 희망은 흩날려지고 말았다.

 사실은 원정인 곳에서 내리 두 골을 먹는 순간
 승부는 일찌감치 갈린 셈이었다.
 마음의 고통을 덜자면 체념만큼 쉬운 방법이 없고,
 낙담을 하고 나서 객관적 자세를 한 채 남의 일 보듯 볼 수도 있었을테지만,
 난 일찌감치 '관전'이 아니라 '응원'을 하기로 한 터다.

 팔짱끼고 맥주 까며 속 편히 객관적 전력을 타령하는 거야 아무나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내 팀에 절대적 믿음을 불어넣으며
 그 팀의 사소한 고통과도 함께 하는 것은
 오로지 '팬'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챔피언스리그 도전은 다소 무력하게 여기서 멈췄지만,
 난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를 친다.
 괜찮다. 괜찮아. 까짓거 우승이야 내년에 하면 되지. 뭐. 안 그래?
 트레블을 달성하기 위해 그 많은 경기를 소화하느라
 진심으로,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