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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4 돼지 공장
떠듦2009. 12. 4. 14:32

 참담했다. '정족수의 과반 이상 찬성'이라는 까다로워진 파업 조건을 탓하기에는 너무나도 참담한 결과였다. 게다가 1000명이 넘는 파업 반대 의견의 존재는, 행여 그것이 '조직적 투표' 행위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암울하고 치욕스러운 것이었다. 파업 부결 소식에 머리가 진공상태가 되더니,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고, 그저 가슴 깊은 곳에서 울분만 치솟았다. 소리내 울고 싶었다.

 여러가지 해석이 진행 중이다. '최악의 이병순을 경험한 효과',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기대감', '그를 내몬 뒤 올 더 나쁜 사장 후보자', '강동구 노조가 주도하는 투쟁에 대한 불신'... 어떤 것은 그래도 일견 타당한 듯 보이거나, 그 모든 것이 앞에 내세울만한 변명거리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말들로 분노한 시청자들을 달래고, 우리 자신들이 내린 결정에 나름대로 정당성을 부여하며 자기 위안을 할 수 있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사실은 거짓말이다. 잘 봐줘 봐야 비겁한 핑계다. 그게 거짓말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만큼 머리들이 나쁘지도 않고, 정상적 판단을 내리지 못할만큼 시간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파업 투표를 벌였던 그 긴긴 기간동안, 무엇이 자신들과 이 공장이 살 길이라는 고민을 한 게 아니라, 그저 시청자와 자신을 기만하기 위한 핑계거리를 찾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는 스스로 돼지이기를 자처한거다. 힘없는 자들을 대신해 권력과 싸우는 언론인이기를 포기하고, 권력을 숭상하고 제 배때기만 부르면 그만인 돼지가 되는 편을 선택한 것이다. 공장 곳곳에 살찐 돼지들의 오물 냄새가 진동을 한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