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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툰토피아2011. 3. 21. 17:40


김현석 선배에 대한 인사 재발령 약속 시한이 넘어가더니
아예 1년이 넘었다.
6개월 뒤에 인사 재발령을 내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던 본부장은
특유의 느물느물한 처세로 시간을 보내더니
기자협회에서 징계를 하려는 찰나에
본부장 직을 그만 두고 자회사 사장으로 옮겨가 버렸다.
참 속 편한 인생이다.
후배들을 향하는 선배된 자의 마음이 있었다면 그러지 못했으리라.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진중함이라도 있었다면 저러지 못했으리라.
그가 보인 부끄러움은 어느새 이 공장의, 우리의 부끄러움으로 남았다.

그 후안무치함을 과감히(!) 표현해 봤다.
모처럼 속시원한 만평 나왔다는 주변의 평가.
풍자의 대상이 인사권자가인 만큼 부담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도 그리자 마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포토샵CS2에서 타블렛으로 펜 작업)

calvin.
Posted by the12th
카툰토피아2010. 7. 7. 23:01


 나보다 한 해 뒤에 공장에 들어왔지만, 그는 여러모로 배울만한 친구다.
 조직 문화에 절어 눈치 보기에 급급한 이 공장 분위기와 다르게
 그는 제 할 말을 하는 데 거리낌이란 게 없다. 
 스스로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선 행동으로 나서는 데 역시 주저함이 없다.  

 주장이 선명하고 읽는 맛이 있는 그의 홈페이지는 내가 (그나마) 자주 찾는 개인 홈페이지 가운데 하나다.
 기자로서도 그는 명민하고 일 잘하는 친구라는 평을 받아 왔다.

 그런 그였지만, 마이크를 놓은 지 2년째다.  
 내근 부서로 편집부에서 1년을 보낸 뒤, 다시 취재부서로 나와야 했을 때
 본인의 강력한 희망과 의지에도 불구하고 재차 편집부에 주저앉혀졌다.
 그의 까칠한 성정을 불편하게 생각한 취재부서의 꼰대들이 아무도 안 받았다는 게 그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체제 하에선, 그가 취재 일선에 나올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불투명한 전망 때문인지, 공장의 돌아가는 꼬라지에 대한 환멸 때문인지,
 그는 부쩍 자신의 미래에 대해 염세적인 반응을 보인다.
 나는 그의 재능이 한창 꽃피워야 할 중요한 시기를 내근 부서에서 보내고 마는 것이
 그에게도 손실이고 회사로서도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시절이 언젠가는(!) 오기야 하겠지만, 그에게 너무 늦어버릴까 걱정이다.

 마이크를 빼앗기고, 대신 양심의 촛불을 든 그의 모습을,
 그냥 뜬금없이 그려보았다.
 그에게 작은 웃음이라도 주고 싶었던 의도였겠으나,
 너무 "새카만 토인"처럼 나오는 통에 당사자로부터는 면박만 들었다. ^^;;
 참 주책맞게도, 당사자야 어떻게 여기던, 나로선 모처럼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이 나온 편인데,
 사진 없이 인상에만 기대어 그려댄 통에 구체적인 생김보다는 
 이미지가 내 의도에 부합됐기 때문이다.

 그림의 주인공이 이 캐리커처의 품질에 대해 정색을 하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면,
 뭐, 그냥 '내 머릿속의 재석'이라고 해 두자. 

(포토샵 CS2에서 와콤 타블렛 인튜어스3로 선 작업 및 채색.)

calvin.
Posted by the12th
카툰토피아2010. 3. 8. 16:46

그의 별명은 '김피곤'이다.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는 뜻이다.
본인도 그 별명을 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캐릭터가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내 경제팀 생활은 그로부터 시작됐다.
타고난 숫자공포심 때문에
경제팀의 '경'자와도 얽히기 꺼려했었지만,
시사보도팀을 나와 취재부서로 나가려 했을 때
'인력시장'에서 나를 찍어 데려가겠다고 해준 팀장은 그 뿐이었다.

사회팀 데스크 시절 봐 왔던 어떤 기대치가 있었던 모양이었지만,
그가 애초에 품었던 기대에 아마도 난 많이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내 스스로도 만족스러워하지 못했던 1년이었으니까.
역설적으로 그런 이유 때문에, 어떤 종류의 미련이 남아
6개월정도 더 이 팀에서 일해 보고 싶었고
거의 그렇게 될 것으로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았다.

김팀장은 얼마 전에 먼저 교체되었다.
후배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새 팀장과
짧게나마 새로이 경제팀 생활을 더 해볼 요량이었건만,
내 경제팀은 김 팀장과 함께 시작해
그와 함께 끝나게 됐다.

팀장 시절 "나는 안 그려 주냐"고
은근한 압박을 섞어 요청했던 그림을
이제사 그려 드린다.
사실 그간 그리기 싫어서 안 그렸던 건 아니고,
내 근무 평가의 칼자루를 쥔 팀장에게
마치 상납하듯 그림을 그려주고 싶지 않아 미뤄왔던 것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쓸쓸하게 자리를 떠났던 그가
이 그림 선물로나마,
팀장 시절을 불행하게 기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나 역시,
경제팀의 지난 1년을
그저 피곤하게만 기억하지 않기를 바란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