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실은 협회원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오며 가며 모여서 얘기도 나누고 차도 한 잔 하는 곳이다.
테라스가 옆에 있어, 특히 흡연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다른 팀 얘기, 다른 기자들의 취재 이야기 등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다.
그런 협회실이니, 협회원들의 발길이 잘 닿는 곳에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동안 보도국 4층에 있어 누구라도 쉽게 오갈 수 있었더랬다.
그런데 돌연 회사가 '회사 방침' 이라며 협회실을 옮겨 버렸다.
보도국이 있는 신관 건물을 나와
주차장을 가로질러 후문을 나간 뒤 길을 하나 건너서야 갈 수 있는
연구동 건물로 옮긴 것이다.
그것도 사람들이 쉬는 주말, 하루 아침에, 통째로 포장이사 하듯 해서 말이다.
기자협회실 뿐 아니라, 나머지 협회실도 모두 옮겨버렸다.
당초 본부장은 기자협회실 이전 계획이 나왔을 때 안 옮기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허언이거나, 아니면 자신의 능력 밖의 약속을 한 셈이다.
옮겨진 기자협회실 자리에 들어설 계획으로 거론된 팀에서도
그 자리로 옮길 뜻이 없음을 누차 강조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일이 '방침'이라는 폭력으로 이뤄진 셈이다.
그렇게까지 협회실 이전을 강제한 이유는 자명하다.
노조가 제 역할을 못하며 사장실의 김 특보와 짬짜미를 하는 동안
비판과 견제 기능을 기자협회를 비롯한 직능단체들이 해 왔기 때문이다.
필요한 시국에 성명서를 발표하고 협회원들을 모아 논의하고 투쟁했던 건
노조가 아니라 협회였다.
수뇌부들 입장에서야 그 연대의 구심점을 흐트려뜨리고 싶었음에 분명하다.
치졸하고 옹졸한 영감들 같으니...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그 결정을 폭력적으로 추진하는 스타일은
어쩜 그렇게 이 정부의 것을 쏙 빼닮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려봤다.
사장실의 김 특보는, 그래서 '특보'를 벗어날 수가 없는게다.
calv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