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0.02.09 기협만평_100209
  2. 2010.01.05 "해직자의 겨울" 2
카툰토피아2010. 2. 9. 11:13


 기자협회실은 협회원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오며 가며 모여서 얘기도 나누고 차도 한 잔 하는 곳이다.
 테라스가 옆에 있어, 특히 흡연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다른 팀 얘기, 다른 기자들의 취재 이야기 등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다.

 그런 협회실이니, 협회원들의 발길이 잘 닿는 곳에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동안 보도국 4층에 있어 누구라도 쉽게 오갈 수 있었더랬다.
 그런데 돌연 회사가 '회사 방침' 이라며 협회실을 옮겨 버렸다.
 보도국이 있는 신관 건물을 나와
 주차장을 가로질러 후문을 나간 뒤 길을 하나 건너서야 갈 수 있는
 연구동 건물로 옮긴 것이다.
 그것도 사람들이 쉬는 주말, 하루 아침에, 통째로 포장이사 하듯 해서 말이다.
 기자협회실 뿐 아니라, 나머지 협회실도 모두 옮겨버렸다.

 당초 본부장은 기자협회실 이전 계획이 나왔을 때 안 옮기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허언이거나, 아니면 자신의 능력 밖의 약속을 한 셈이다.
 옮겨진 기자협회실 자리에 들어설 계획으로 거론된 팀에서도
 그 자리로 옮길 뜻이 없음을 누차 강조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일이 '방침'이라는 폭력으로 이뤄진 셈이다.

 그렇게까지 협회실 이전을 강제한 이유는 자명하다.
 노조가 제 역할을 못하며 사장실의 김 특보와 짬짜미를 하는 동안
 비판과 견제 기능을 기자협회를 비롯한 직능단체들이 해 왔기 때문이다.
 필요한 시국에 성명서를 발표하고 협회원들을 모아 논의하고 투쟁했던 건
 노조가 아니라 협회였다.
 수뇌부들 입장에서야 그 연대의 구심점을 흐트려뜨리고 싶었음에 분명하다.
 치졸하고 옹졸한 영감들 같으니...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그 결정을 폭력적으로 추진하는 스타일은
 어쩜 그렇게 이 정부의 것을 쏙 빼닮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려봤다.
 사장실의 김 특보는, 그래서 '특보'를 벗어날 수가 없는게다.

calvin.
Posted by the12th
카툰토피아2010. 1. 5. 22:46


 김현석 선배는 내가 미디어포커스에 있을 때
 그 프로그램의 앵커이자, 기자협회장이었다.
 
 MB가 권좌에 오르고
 공영방송 사장을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을 때
 그는 앵커직을 내던지며 "싸우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해 8월 8일, 
 권력이 공권력까지 동원해 공영방송 사장을 해임하던 날
 그는 정말 사활을 걸고 맨 앞에 섰다. 
 그를 따르던 후배들은 그 뒤에 섰다.
 그런 그가 기어이 공영방송을 접수한 저들에게는 
 눈엣가시였나 보다.

 이병순 체제는 김 선배에게 '파면'을 내렸다.
 그건 그에 대한 징계라기 보다는 저항하는 기자들을 향한 메시지였다.
 "까불지 말라, 잠자코 있어라, 비겁해지거라."
 제작거부까지 한 끝에 결국 김 선배의 파면은 막았지만
 그건 사실 우리의 승리가 아니었다.

 '정직 3개월'선에서 우리가 타협하면서
 저들은 우리가 가진 결기의 강도를 확인했을 뿐이고
 결국 저들이 노리는대로 '비겁함'은 우리 안에 확산돼갔다. 
 
 난 그 때 우리가 끝내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김 선배를 이용한 '도발'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본다.
 그 때 우리가 충분히 강함을 보여주지 못한 까닭에
 저들이 다시 김 선배를 통해 우리를 다스리려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후 전개될 싸움은
 새로운 싸움이 아니라,
 그 때 마저 하지 못한 싸움이 되어야 한다.
 어설프게 타협하거나 물러섰다간
 아예 기자의 영혼을 저당잡힐 수도 있음을 가정하고 결연하게 싸워야 할 일이다.

 김 선배가 마지막으로 하려고 했던 프로그램의 제목은 "해직자의 겨울"이다.
 귀양이나 다름없는 지역 발령을 받은 그의 겨울이
 모쪼록 따뜻했으면 좋겠다.

calvin.
Posted by the12th